아파트 잔금 내고, 생활비 쓰고...3월 주담대 폭증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COVID-19) 등의 여파로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지난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액이 최근 5년 새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부 규제 시행 전 '막차'를 탄 주택매매자들의 대출 수요가 일시에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3월 말 주담대 잔액은 444조1989억원으로 지난 2월(439조5901억원)보다 4조6088억원 급증했다. 2015년 12월(5조6238억원) 이후 최대증가폭이다. 올해 1월(1조2558억원)과 2월(9563억원)과 비교해도 증가액이 각각 267%, 381.9% 늘었다.

이는 지난해 정부의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시행 전 주택을 매매한 뒤 잔금을 치르기 위한 돈을 빌리러 은행을 찾은 수요가 부쩍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주택매매 계약 후 잔금을 치르기까지 3개월 정도 시차가 발생한다"며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기 전에 집을 산 사람들의 자금 수요가 지난달 대거 몰려 주담대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규제책을 내놓은 지난해 12월 주택매매량은 정점에 달했다.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뷰어 R-ONE에 따르면 12·16 대책이 발표된 작년 12월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11만8415호로 집계됐다. 이는 12만호를 넘겼던 2015년 4월 이후 최고치다.


다만 앞으로 주담대 증가 추세는 한풀 꺾일 전망이다. 지난달 13일부터 주택을 구입할 때 당사자가 직접 자금 출처를 작성·제출해야 하는 등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한층 강화된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며 부동산 '거래절벽'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549건이었는데, 이는 2월(8203건)의 절반 수준이다. 부동산 규제 발표 전달인 지난해 11월 거래량(1만1480건)과 비교하면 3분의 1로 급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계약돼있는 물량의 잔금을 치르기 위한 용도로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주담대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최근 부동산 거래량이 줄면서 5월 이후부터는 주담대 수요도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급전이 필요한 일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를 이용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정부 보증 소상공인 지원 대출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대출실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자 우선 집을 담보로 긴급자금을 끌어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은 지난달 약 3조원의 주담대를 신규 취급했는데 이 중 약 1조원이 주택구입용이 아닌 기타 용도였다. 기타에는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가 포함된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보증하는 소상공인 대출이 실행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은행 영업점에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를 많이 문의했다"며 "실제로 지난달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는 1억원 한도 내에서만 실행되는 만큼 전체 주담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