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으로 갈라선 유럽, 코로나 구제금융 합의 실패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오른쪽)이 4월 7일 유로그룹 화상회의에서 쉬는 시간에 마리오 센테노 유로그룹 의장과 통화하고 있다./사진=AFP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구제금융 패키지 타결에 실패했다.

8일(현지시간) 현지 외신에 따르면, EU 재무장관들은 이날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역내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구제금융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남부와 북부 국가들의 대립으로 타결에 실패했다. EU는 관련 협의를 9일 재개할 예정이다.

마리오 센테노 유로그룹 의장은 "16시간의 마라톤 화상회의 결과 구제금융방안 합의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며 "일단 회의를 중단하고 내일(9일)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유로그룹은 EU 재무장관 회의다.

이탈리아는 EU 회원국들이 고통을 분담하자는 이른바 '코로나본드(coronabond·코로나 채권)' 발행안을 폐기하는 데 반대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EU 재무장관들이 구제금융 사용 한도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탈리아, 스페인이 이끄는 9개 유로 국가들은 코로나본드 발행을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냈다. 이들이 조성하고자 하는 코로나본드는 모든 유럽국가들이 공동 보증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부 유럽국가들은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면서 다른 유럽 국가들이 연대 보증을 서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코로나본드 안은 독일, 네덜란드 등 상대적으로 재정이 튼튼한 북부 유럽국가들이 강력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등 북부 유럽국가들은 채권 발행없이 유로안정화기금(ESM) 등 유로존에 이미 존재하는 4100억유로(약 543조원)의 구제 기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본드는 2010년 유로존 재정 위기 때 나왔던 '유로본드'와 유사하다. 유로본드는 회원국들의 재정 리스크를 분담하기 위해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발행하는 국채를 대신해 회원국 공동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당시 각 회원국이 공동 지급 보증하는 방식 등이 제안됐으나 회원국 개별 입장이 달라 결국 채택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