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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잘리고 싶다, 실업급여라도 받게…" 무너진 밑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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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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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람들](종합)



"장사 접었다", "직장 잘렸다" 코로나에 밑바닥부터 무너졌다


영등포의 한 신발가게가 폐업을 예고한 모습. 신발 가게를 운영하던 강덕수씨는 "IMF 때도 지금보다 좋았다"고 했다. /사진=정한결 기자
영등포의 한 신발가게가 폐업을 예고한 모습. 신발 가게를 운영하던 강덕수씨는 "IMF 때도 지금보다 좋았다"고 했다. /사진=정한결 기자
#10년간 영등포에서 신발을 판 강덕수씨(65)는 지난 5일 점포를 정리했다. 스무 살, 부산에서 시작한 45년 신발 장사가 ‘코로나19’ 때문에 끝났다. 강씨는 "IMF 때도 지금보다는 좋았다"며 "월세 200만원을 낼 수 없어 장사를 접는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당분간 일할 계획이 없다.

#대한항공의 지상조업 협력사에 일하는 A씨는 이달 들어 출근을 한 번도 못했다. 3월에는 그나마 열흘정도 출근을 했는데, 이달은 아예 없다. 직원의 90%가 무급휴직 중이다. A씨는 "저 같은 무기계약직은 사실상 비정규직으로 언제 잘려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의 가장 약한 곳부터 무너뜨리고 있다. 자영업자는 월세를 못내 폐업을 선택하고, 무급휴직·연차로 버티던 중소기업은 해고와 권고사직으로 눈길을 돌렸다. 취준생(취업준비생)과 농민의 마음은 아직 겨울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당장 대책이 없다"는 말로 심각성을 표현했다. 그는 "전 산업에 ‘코로나19’의 타격이 올 것"이라며 "단순 무급휴직, 권고사직을 넘어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해고·권고사직' 문의…자영업자는 줄폐업

"차라리 잘리고 싶다, 실업급여라도 받게…" 무너진 밑바닥

8일 노동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3월 해당 단체에 접수된 직장 내 어려움 제보는 3410건으로 이중 39.3%(1219건)이 ‘코로나19’ 관련 제보다. '코로나19' 제보 중 무급휴가가 39.6%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해고와 권고사직 17.6% △연차강요 13.9% 순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해고와 권고사직을 제보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3월 첫째주 8.5%였던 해고와 권고사직 제보 비율은 마지막주에는 27%에 달했다. 민주노총의 '코로나19' 관련 상담도 2월 초기 무급휴직·연차강요가 많았으나 3월 중순이후 해고·권고사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연차로 못 버티니 직원을 자르는 것이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스텝은 "해고대란의 위험이 찾아오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든다"며 "초기 '코로나19' 관련 제보는 항공이나 학원 등 대면, 이동 관련 산업이 많았다면 3월 말이 되면서 전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는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에서만 음식점, 카페, 편의점 등 식품위생업 점포 1600곳 이상이 폐업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9% 증가한 수준이다.

영등포 시장에서 순대국집을 운영하는 주시문씨는 "요즘은 많아야 손님이 10명, 그저께는 2명을 받았다"며 "길 건너는 줄 폐업했다"고 말했다. 실제 영등포 시장에서는 ‘임대’를 써 붙인 점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차라리 실업급여 받는 권고사직이 낫다"...대한항공은 휴업 실시

"차라리 잘리고 싶다, 실업급여라도 받게…" 무너진 밑바닥

산업 변방의 비정규직은 이미 직장을 잃고 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과 관광산업부터 시작됐다. 무급휴직은 기본이고, 권고사직도 시작됐다. 한국공항노동조합에 따르면 대한항공 협력사 중 음식·케이터링 부분만 전국적으로 권고사직이 2000여명에 달한다.

상황이 심각하니 노조가 오히려 권고사직을 권유하고 있다. 실업급여라도 받기 위해서다. 조상훈 한국공항노조위원장은 "버티면 무급휴직이고 못버티면 권고사직이라고 봐야 한다"며 "회사에 현금이 없으니 노조가 권고사직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업의 공포는 산업 변방에서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달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6개월간 직원 휴업을 실시한다. 휴업 규모는 약 1만3000명, 국내 전체 인력의 70%가량이다.

농민들은 밭을 갈아엎고 있다. 개학이 늦어지면서 초·중·고 급식이 중단됐고, 여기에 농산물을 대던 농민들은 판매처를 잃었다. 화훼농가는 최대 성수기인 졸업·입학 시즌을 이미 놓쳤다.

김종진 부소장은 "실업급여 수급 기간을 늘리는 게 최선"이라며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울텐데, 다른 일자리를 찾기까지 생계를 유지하고 버틸 시간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고용보험, 실업급여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 오후 영등포시장 신발 가게가 실제 점포를 정리한 모습. 신발 가게를 운영하던 강덕수씨는 임대료를 내기 어려워 장사를 접는다고 말했다./사진=정한결 기자
8일 오후 영등포시장 신발 가게가 실제 점포를 정리한 모습. 신발 가게를 운영하던 강덕수씨는 임대료를 내기 어려워 장사를 접는다고 말했다./사진=정한결 기자

김남이 기자, 정한결 기자



"등교일 몰라도 다시 심을 수밖에"…'27억 작물' 갈아엎은 농가들


학교에 납품되지 못하고 버려진 작물을 보는 염현수 농민 /사진=정경훈 기자
학교에 납품되지 못하고 버려진 작물을 보는 염현수 농민 /사진=정경훈 기자

"코로나에 밭이 갈렸어…."

경기 고양 덕양구에 위치한 한 친환경 농가의 밭 9917㎡(3000평)는 황량했다. 이곳은 경기 지역 초·중·고등학교들에 공급되는 상추·쪽파 치커리·얼갈이 등을 키우는 곳이다.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 염현수 농민(64)은 밭을 보며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다음 작물 심는 농민…"급식농가에 정부가 관심 더 가져야"

경기친농연 전체 회원은 1100명 정도인데, 이들은 출하할 물량을 미리 정해 생산량을 맞춰 유통센터에 납품한다. 계약 품목은 52종. 지난 3월 1일부터 이번달 6일까지 총 479톤(t)이 팔려야 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개학이 연기되며 급식재료들이 모두 갈곳을 잃었다. 작물이 버려지며 농가들에 배분돼야 했던 약 27억4300만원 수익도 함께 날아갔다. 염씨는 "우리 농가에서 "청상추, 근대가 각각 1톤에 350만원씩 나가기로 했다"며 "3월 수익 2000만원 정도가 날아갔다"고 말했다.

학교에 납품되지 못하고 버려진 작물을 보는 염현수 농민 /사진=정경훈 기자
학교에 납품되지 못하고 버려진 작물을 보는 염현수 농민 /사진=정경훈 기자
비닐하우스 상황도 비슷했다. 비닐하우스에서 자라는 상추의 윗부분은 싱싱했지만 밑동 잎은 색이 바랬다. 염씨는 "아래 잎들도 팔렸어야 했는데 못팔게 된 것"이라며 "그나마 지자체에서 도와줘 가운데 부분만 좀 뜯어 겨우 납품했다"고 밝혔다.

농가 수입은 소득이면서 다음번에 나갈 작물을 지을 종잣돈이기도 하다. 염씨는 "농민들이 돈 싸들고 농사짓는 게 아니"라며 "개학 여부가 불분명해도 다음 작물을 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전했다.

그는 또 "외국인노동자 임금도 그대로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들이 떠나면 농가 자체가 멈추기에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화훼 농가 "4월까지가 거의 1년 수입인데"…"실효적 대책 하나도 없다"

원당화훼단지 한 농가 비닐하우스 /사진=정경훈 기자
원당화훼단지 한 농가 비닐하우스 /사진=정경훈 기자

인근 고양시원당화훼단지 상황은 심각했다. 47개 농가가 속한 약 33만㎡(10만평) 규모 단지에서는 장미 등 절화용 꽃, 다육식물등이 재배된다. 비닐하우스들에서는 식물이 자라고 있었지만 대부분 이미 한 차례 판매를 포기한 농가들이 새로 기르는 작물들이었다.

농가들은 코로나19로 졸업식, 예식 등 행사들이 취소되고 외출이 줄며 수입 절벽에 직면했다. 다육식물 재배에 종사하는 최은화 농민(60)은 "지난해 초보다 수입이 60~70% 줄었다"며 "가장 심각한 분야는 장미 농가"라 알렸다.

원당화훼단지 회장 윤지영씨(51)는"꽃 판매 특성상 보통 1월부터 4월까지, 길면 5월까지 1년 수입이 결정된다"며 "이 시기에 불어닥친 코로나19가 회훼농가 2020년 수입을 거의 앗아간 셈"이라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는 화훼농가에 빚 걱정을 안겼다. 농가 대부분은 자기 땅 아닌 고양시 임대 토지에서 농사를 짓는다. 비닐하우스 1년 임대료는 보통 1000만원 수준이다.

윤씨는 "수입으로 임대료, 난방비 등 전기세, 인건비 주면 남는 게 없다"며 "이시기 판매액만 따지면 1억5000만원 정도 되지만 실수익은 직장인 연봉보다 적은 경우가 다반사"라 덧붙였다.

◇"실제로는 받은게 없다…확실한 도움 필요"

농민들은 '희망 고문'이 아닌 확실한 도움을 원했다. 윤씨는 "농협중앙훼에서도 화훼 농가 대책이라고 장기 저리대출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받은 게 없다"며 "지방 사는 농가들은 자식을 도시에 보내 행정상 다가구로 잡힐 수밖에 없어 결국 제외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염씨는 "지자체 도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농가가 자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계비, 실손대책, 일꾼 임금 지급책 등이 나온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지자체 사무인 급식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코로나19 무역 불안 상황에서 낮은 식량자립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경훈 기자



면접 취소, 채용 취소, 토익 취소…취준생들 '고통 두배'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안산도시공사 상반기 공개채용 야외 필기시험에서 응시자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뉴스1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안산도시공사 상반기 공개채용 야외 필기시험에서 응시자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뉴스1
'설상가상' '사면초가' '진퇴양난' 요즘 취업준비생들의 처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채용이 연이어 연기·취소되면서 기약 없이 기다리고만 있다.

◇코로나에 얼어붙은 채용시장 … "면접 취소됐다고 오지 말라더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3일 오후 대전 서구청에서 시민들이 일자리지원센터 구인정보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3일 오후 대전 서구청에서 시민들이 일자리지원센터 구인정보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뉴스1

8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0년 제1회 서울시 공무원임용 필기시험은 올 6월13일로 연기됐다. 원래 시험 예정일은 지난달 21일이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4월 중으로 연기됐었고 이번에 한 차례 더 연기된 것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양모씨(27)는 "공무원 시험 일정이 통합돼서 올해 기회가 한 번뿐인데 계속 연기돼서 불안하다"며 "시험공부도 어려운데 취소까지 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채용 일정 변화는 공무원 시험뿐만이 아니다. 3월이면 기업들의 연이은 공개 채용 소식에 취준생들은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어야 하지만 올해 채용 시장은 잠잠하다.

일자리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신입사원 채용공고가 35.3% 줄어들었다. 기업들이 코로나 사태를 우려해 상반기 채용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했기 때문이다.

취준생 김모씨(27)는 "오늘 면접일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일정이 아예 취소됐다"며 "다른 것도 면접 보고 결과 기다리고 있었는데 채용 일정이 잠시 중단됐다고 죄송하다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 … 토익·토플 등 공인영어시험도 잇단 연기

지난 2월 9일 서울 마포구 성산중학교에서 영어능력 평가시험인 토익(TOEIC)을 마친 응시자들이 시험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날 시험이 치러진 이후 두 달 넘게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시험이 치러지지 않고 있다./사진= 뉴스1
지난 2월 9일 서울 마포구 성산중학교에서 영어능력 평가시험인 토익(TOEIC)을 마친 응시자들이 시험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날 시험이 치러진 이후 두 달 넘게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시험이 치러지지 않고 있다./사진= 뉴스1

단순히 채용 일정만 연기된 것도 아니다. 취업을 위해 필요한 공인어학시험들 역시 연기가 계속되며 취준생들을 애태우게 하고 있다.

한국토익(TOEIC)위원회는 코로나 집단감염 방지를 위해 지난 2월 2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예정된 모든 시험을 연기했다. 토익 점수는 서류 요건으로 필수나 다름없기 때문에 취준생들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특히 토익 시험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 채용이 다시 시작돼 공인영어시험 점수가 만료됐거나 필요한 취준생들은 지원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SK그룹, 현대오일뱅크, 두산, 롯데그룹 등 대기업 채용이 이달부터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정부, 기업, 개인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므로 단기적인 대비책이라도 마련해 취준생들의 고통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재직자들도 일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종의 교두보처럼 인턴제 등 다양한 형태의 취업 경험, 연수 등 기회를 만들어 어려운 시기를 넘어가는 단기 대책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찬영 기자



장기전 된 코로나…교사도, 엄마도, 애도 지쳐간다


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둔 8일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교직원들이 온라인 수업 준비를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둔 8일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교직원들이 온라인 수업 준비를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 부산에서 초등학교 3학년 딸과 어린이집을 다니는 7살 아들을 둔 맞벌이 엄마 박모씨(43)는 아이들 돌봄이 쉽지 않다. 그나마 친정 어머니가 애들을 보고 있지만 개학 연기가 장기화되면서 피로도가 쌓이고, 학업까지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늦어지면서 일과 가정을 동시에 꾸려야 하는 학부모는 물론 교사, 학생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전업 주부인 김모씨(36)는 "집에서 쉬고 있는 아이들의 학업을 챙기는 것도 어려운데 집안일까지 챙기다보니 진이 빠진다"며 '집콕'(집에만 콕 박혀 있는)의 피로감을 토로했다.

조손가정, 한부모 가정 등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이들에겐 코로나19 충격은 당장 생계 위협으로 다가온다.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 아이들의 경우 매일 집에서 밥을 챙길수 없어 끼니 걱정까지 해야 하는 처지다. 급식을 제공하던 학교가 개학을 미루면서 집에 남은 아이들은 부실한 식단으로 배를 채워야 한다.

스스로 학습을 제대로 챙길 여유가 없는 경우도 대부분이어서 추후 발생할 학습격차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학교마다 천차만별 교육격차 불가피...학부모들 '불안감'과 '피로도' 쌓여
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둔 8일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대여 스마트기기를 전달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둔 8일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대여 스마트기기를 전달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그나마 재택 근무를 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집에서 함께 돌볼 수 있지만 맞벌이 부부나 한부모 가정 등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맞벌이 부모나 한부모 가정은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옆에서 지도하는 것도, 끼니를 챙겨주기도 어렵다. 어쩔 수 없이 돌봄 휴가를 내고 아이들을 돌보는 직장인들도 늘어난다.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지출도 커져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더라도 용돈을 드려야 한다.

맞벌이 부부인 이모씨는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어 남편과 상의해서 번갈아 가면서 육아 휴직을 내기로 했다"며 "당분간 아이들을 위해서는 일을 희생해야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습 공백도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자녀들에게 학습을 시킬 여력이 사실상 없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역아동센터들이 문을 닫고 좁은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동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커진 탓이다. 일부 구호단체들이 운영하는 상담기관에는 갈등을 호소하거나 재난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는 아이들의 사례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학교별 준비도 원격수업에 대한 준비도 천차만별이다. 스마트기기가 있어도 가정 상황에 따라 학습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서울 서대문구 한 사립초등학교는 이미 3월 초 개학 연기 때부터 다양한 경로(앱, 자체 동영상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숙제 및 학업 진도를 꾸준히 이어왔다. 학업 공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 초등학교를 다니는 자녀 2명(초4, 초1)을 둔 김모씨(46)는 "3월 개강시기부터 학교 등교 때보다 더 많을 정도로 과제를 제공했고, 꾸준히 수업이 진행됐다"면서 "온라인 개강이 본격화 되면서 원어민 화상 수업이나 과목별 강의가 추가될 뿐이지 학업공백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 종로구에 있는 공립초에 다니는 자녀를 둔 노모씨(46)는 "딸을 학원에 보낼 수도 없기 때문에 외부 교육을 최소화하면서 집에서 자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학교에서 EBS수업을 들으라고 권장은 했지만 강제성도 없고, 과제를 내준다거나 하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전업주부인 노씨가 딸의 학업 공백을 함께 메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에 사는 '직장맘' 박모씨(42)는 "하루종일 회사를 가는데 아이들에 달라 붙어 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소위 엄마찬스를 쓰고 있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 지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원격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들의 피로감도 크다. 서울에 한 중등학교 교사 이모(42)씨는 "개학 연기도 좋고, 원격수업도 좋은데 미리 연기할 가능성을 고려해 준비를 시켰어야 했는데 급하게 원격수업을 하라는 지침을 내리다보니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둔 8일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교직원들이 온라인 수업 준비를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둔 8일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교직원들이 온라인 수업 준비를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오세중 기자



코로나19 가장 약한 고리 '취약계층' 살핀다…현금·쿠폰 주고 일자리 제공


"차라리 잘리고 싶다, 실업급여라도 받게…" 무너진 밑바닥
정부가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가장 고통 받는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가장 큰 경제 타격을 입은 저소득층과 특수고용직(특고) 근로자, 프리랜서 등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에 위치한 계층 등을 대상으로 '자금난' 해소에 중점을 뒀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무급휴업·휴직자, 특고 등에게 긴급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한다. 이들이 일거리가 사라지거나 줄어들어 돈줄이 끊겼지만 보호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고용부는 이달부터 무급휴업·휴직자 10만명에게 월 50만원씩 2개월 동안 긴급 생활안정 자금을 지원한다. 무급휴업·휴직자는 고용보험 가입자지만 직장에서 휴업수당을 주지 않아 고용보험 틀 밖으로 나온 노동자다.

고용보험 미가입자인 특고, 프리랜서 10만명도 같은 지원을 받는다. 대리운전·전세버스 기사 등 운송, 학습지 교사·문화센터 강사 등 교육, 예술인·공연 스태프 등이 대상이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일감이 끊기면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대상이기도 하다.

17개 시·도 중 대구, 대전, 울산 등 9개 지역은 특고, 프리랜서, 일용직 등 취약계층 전용 단기일자리를 6000개도 제공한다. 단기일자리는 사업장 방역 인력지원, 전통시장 택배 등이다. 인건비는 최저임금 수준인 월 180만원이다.

보건복지부의 긴급복지지원 대상도 지난 6일부터 무급휴업·휴직자, 특고 등으로 확대됐다. 긴급복지지원 대상은 기준 중위소득 75% 이하 저소득층이다. 지원 기간은 1개월을 우선 지원한 후 지자체 심사를 최대 6개월까지 연장 가능하다. 지원액은 △1인 가구 45만5000원 △2인 가구 77만5000원 △4인 가구 123만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득이 급격하게 감소한 경우를 위기상황으로 인정해 저소득 위기 가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또 이달부터 저소득층과 아동양육가구를 위해 소비 상품권(쿠폰)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번 소비 쿠폰 지원사업으로 저소득층 230만명, 만 7세 미만의 아동 263만명이 혜택을 본다.

저소득층 한시생활지원 사업은 기초생활보장제도 및 법정차상위사업 수급 가구에 4인 기준 4개월간 총 105만~140만원 상당의 소비 쿠폰을 지원한다. 아동양육 한시지원사업은 만 7세 미만의 아동이 있는 가구에 쿠폰을 지급하며, 대상자는 약 209만 가구로 아동 1인당 40만원 상당이 제공된다.

이와 함께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당초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지급하려 했지만, 전 국민에 지급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 경기도 등 각 지자체에서도 긴급 생활비 등 독자적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전력도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국 소상공인과 한전에서 정액 복지 할인을 적용받는 취약계층(장애인, 상이자 1~3급, 독립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의 전기요금 납부기한을 3개월씩 유예키로 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전례 없는 질병과 생계위기에 놓였지만 이럴 때일수록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경제적인 취약계층"이라는 질병과 생계위기에 놓였지만 이럴 때일수록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경제적인 취약계층"이라면서 "추가적인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장기적인 논의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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