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선생님 긴장하셨나봐요, 목소리가"…'온라인 개학' 첫날

'온라인 개학' 첫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자택에서 고등학교 3학년 노희성군이 원격수업으로 공부하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만화 '도라에몽'을 보면 주인공이 화상수업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지금 제 상황이 그런 것 같아요. 신기하기도 하고 초현실적이기도 하고."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는 첫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자택에서 만난 노희성군(18)이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고등학교에 3학년으로 재학 중인 노군은 이날 책상에 앉아 구글 클래스룸으로 온라인 등교했다.

평소 같으면 교실 책상에 앉아 친구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선생님과 하루 일정을 공유하는 아침조회가 진행되는 시간인 오전 7시50분, 노군은 구글 클래스룸에 마련된 학급방에 들어가 수업 일정을 확인했다. "집에서 혼자 수업 듣는다니 쓸쓸하다"고 했다.

"오늘 제가 들어야 하는 과목은 '철학' '독서' '한국사회의 이해' '음악' '확률과 통계' '생활과 윤리' '일본어'까지 7개네요. 음악은 4교시인데, 지금 올라온 수업이 음악밖에 없어서 먼저 들어야겠어요."

노군이 다니는 학교는 '줌(Zoom)' 등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교사들이 직접 만든 수업 영상·자료를 활용하는 콘텐츠 활용 수업을 섞어서 원격수업을 진행한다. 다만 온라인 개학 첫날에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 없이 콘텐츠 활용 수업만 진행될 계획이다.

"여러분과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음악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노트북 스피커에서 음악 교사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자, 노군은 웃음을 터트렸다. 노 군은 "원래 정말 액티브하고 학생들과 농담도 잘 주고받는 선생님인데 목소리에서 긴장이 묻어난다"며 "왠지 모르게 선생님이 좀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음악 수업은 교사가 미리 만들어 올린 영상을 보고, 이후 퀴즈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동영상을 다 보고 퀴즈까지 푸는데 30분 정도 걸렸다. 마지막으로 구글 클래스룸 음악 수업방에서 '출석'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수업이 마무리됐다.

이날 노군은 수업을 듣기에 앞서 잠시 혼란스러워하기도 했다. 이날 들어야할 7개 과목 가운데 2개 과목의 수업 일정이 오전 8시까지도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군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수업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느냐"고 물었지만 수화기 너머 친구도 "아니, 잘 모르겠는데"라며 난색을 표했다.

노군은 "선생님들께서도 정신이 없으신지 수업 일정을 아직 공유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당황스럽지만, 선생님들도 처음 겪는 일이니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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