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인상에 역량집중" 대교협, 교육부 '등록금 동결'에 반기?

코로나대학생119 회원 등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앞에서 '대학생 550명 입학금, 등록금 환불신청 전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김인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25대 회장이 9일 취임사에서 "법령상 허용된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 인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학이 1학기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면서 정부가 등록금 일부 환불 추진을 밝힌 직후여서 정부에 반기를 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배포한 취임사에서 "대교협 회장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은 바로 대학의 재정 건전성을 회복시키는 것"이라며 "첫번째 임무로 법령상 허용된 범위 내에서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인상할 수 있도록 협의회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법정 인상률 범위 내에서 대학 등록금 인상'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회장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회장을 맡고 있던 지난해 11월에도 사총협 명의로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이 같은 요구를 했다. 사총협뿐 아니라 지난 1월 대교협 정기총회에서도 총장들은 등록금 규제를 개선해 달라고 건의했다.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직전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는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2009년부터 '반값등록금' 정책을 추진하면서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정부 재정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총 4000억원 규모의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받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대학 입학금 폐지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2년 신입생부터는 대학 입학금이 완전히 사라진다.

김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오랜 기간 등록금 동결로 인해 촉발된 대학 재정 위기는 교육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힘들게 한다"라며 "이는 곧 대학의 연구력 저하와 국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전문인력을 배출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 대학들이 교육 혁신을 통해 자율성을 회복하고 선진국 수준으로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에 필요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올해 1학기 등록금 일부를 장학금 형태로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대학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직후 김 회장의 취임사가 나오면서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대학이 교육부에 반기를 든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교육부와 대교협에 따르면, 교육부 차관과 실·국장은 지난 7일 대교협 신임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대학 등록금 환불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코로나19로 대학 온라인 수업이 길어지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강의 질 저하 등을 이유로 등록금 일부 환불 요구가 나오고 있다.

대교협은 '환불' 대신 장학금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등록금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을 일반재정지원으로 전환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등록금은 고등교육법상 대학 총장에게 일차적 권한이 있고,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라며 "대학 협의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교육부 만남 이후 대교협 신임회장이 취임사에서 '법정 한도 내 등록금 자율인상'을 밝히면서 '등록금 일부 환불'을 추진하려는 교육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대학에서는 지속적으로 법정 한도 내 등록금 책정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해왔다"라며 "대교협, 사총협에서도 최근 '법정 한도 내 등록금 자율 인상'을 건의한 적 있어 그 차원에서 다시 한 번 이야기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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