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은행 수장들 "보너스 반납하고 연봉 깎겠다"

영국 런던 영국왕립은행(RBS) 지점./사진=AFP

영국 대형은행 수장들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에 동참하겠다며 연봉을 삭감하고 보너스까지 반납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영국왕립은행(RBS)와 홍콩상하이은행(HSBC), 로이즈뱅킹그룹 등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연봉의 상당 부분을 코로나19 피해자들을 위해 기부한다고 밝혔다. 일부는 올해 남은 기간 보너스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RBS의 앨리슨 로즈 CEO는 올해 남은 기간 보수(220만파운드·약 33억원)의 25%를 코로나19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하워드 데이비스 회장도 이에 동참한다.

로즈 CEO는 190만파운드(약 29억원)에 달하는 올해 보너스도 포기했다. 그는 "최근 많은 고객들이 자신의 직업과 사업에 대해 걱정하는 것을 보며 내린 결정"이라며 "고객과 지역사회를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계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의 제스 스테일리 CEO도 앞으로 6개월간 자신의 보수 3분의 1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SC) CEO들도 올해 보너스를 반납하고 급여의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마크 터커 HSBC는 회장은 "홍콩의 건강관리 종사자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자선단체에 올해 모든 보수 약 150만유로(약 19억8000만원)를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노엘 퀸 CEO와 이웬 스티븐슨 CFO도 각각 급여의 25% 수준인 140만유로(약 18억5000만원), 70만6000유로(약 9억3000만원)를 코로나19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또 각각 16만유로(약 2억1000만원), 9만3000유로(약 1억2000만원) 상당의 성과급도 받지 않기로 했다. 이는 앞서 실적 악화로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나눠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부 임원들도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SC의 빌 윈터스 CEO는 코로나19 확진자를 돕기 위해 올해 말까지 월급의 절반인 약 82만5000파운드(약12억4000만원)를 은행 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앤디 하프포드 CFO도 기부에 동참하고 회장 등 경영진들도 개인 기부를 할 것이라고 은행 측은 밝혔다. 이들 모두 올해 보너스는 받지 않을 예정이다.

로이드뱅킹그룹의 경영진들도 모두 연간 보너스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안토니오 호타오소리오 CEO는 180만파운드(약 27억원) 상당의 보너스를 받지 못하게 됐다. 데비 크로스비 TSB은행 CEO 등 고위 임원들도 올해 보너스를 못받는다.

호타오소리오 CEO는 "전례없던 시대에 직면한 가운데 동료,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올해 상여금 지급을 모두 포기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