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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한달" 이재용의 시간…대국민사과 3가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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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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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0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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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심사숙고하고 있다."

9일 복수의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가 권고한 대국민사과 기한을 내달 11일로 늦춘 배경을 묻는 질문에 한결같이 똑같은 대답을 했다.

삼성 관계자들의 이런 답변은 대국민사과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재계 인사들은 "앞으로 한 달은 이 부회장에게도, 삼성에도 아주 긴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거듭된 회의에도 결론 안 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7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7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삼성전자 (49,900원 상승650 1.3%) 핵심임원은 전날 저녁 준법감시위의 갑작스러운 기한 연장이 발표되기 직전까지 "(당초 기한인) 10일까지 남은 하루 이틀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에서도 이 부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10일까지 준법감시위 권고에 대한 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봤다.

기한 연장이라는 결과를 놓고 돌아보면 삼성이 어떤 방향이나 결론을 정해놓고서 고민하는 듯한 모양새만 연출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따른 경영위기를 이유로 들었지만 재계에서는 사안의 민감성과 중요도를 기한 연장의 원인으로 본다.

재계 한 인사는 "지난 한 달 삼성 내부 회의가 수차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회의를 거듭했다는 것은 그만큼 사안이 복잡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뢰회복 최우선 '장고'


"앞으로 한달" 이재용의 시간…대국민사과 3가지 고민
삼성의 첫번째 고민은 설득력 있는 신뢰회복 방안을 찾는 것이다. 지난해 세차례에 걸쳐 대국민 사과문을 냈지만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는 진단 때문이다. 준법감시위가 또 한 번 대국민사과를 요구한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지난해 사과문의 면면을 보면 적잖은 부분이 준법감시위가 요구한 경영권 승계 과정에 대한 반성, 노동현안 해법 마련, 시민사회 소통 강화 등 3가지 사안과 겹친다.

지난해 6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낸 사과문과 8월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 결정 당시 낸 사과문에 경영권 승계가 언급됐다. 지난해 12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유죄판결을 받은 직후 내놓은 사과문에는 노조 문제 해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재계 관계자는 "또 다른 제5의 사과 요구가 나오지 않게 하려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과 범위 두고 이견 분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6월23일 삼성서울병원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와 관련해 삼성전자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6월23일 삼성서울병원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와 관련해 삼성전자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사과 형식과 수위를 놓고도 삼성 내부적으로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에선 2015년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사태 당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방식을 거론하지만 그때와 달리 변수는 이 부회장은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중이라는 점이다.

노동현안만 해도 준법감시위가 권고한대로 무노조 경영노선 포기를 선언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이상훈 의장 등 전·현직 임원들이 연관된 법정공방에 대한 부담이 크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재판이 진행 중이고 불법 여부가 명확하게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잘못 사과를 했다간 마치 유죄를 시인하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삼성 내부적으로는 이 부회장이 준법감시위 권고사항을 포함해 포괄적 내용의 사과문을 내놓는 데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감 기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급하게 기한 연장을 요청한 것부터가 그만큼 사과문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재발방지책을 넣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과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까지 담을 가능성이 높다.



돌발변수된 위원회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을 비롯한 위원들이 지난 2월5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 사무실에서 열린 '제1차 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을 비롯한 위원들이 지난 2월5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 사무실에서 열린 '제1차 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재계에서는 준법감시위의 최근 행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삼성의 준법경영을 위해 만들어진 삼성 준법감시위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과거사를 들춰내며 '삼성 과거사 청산위원회'처럼 활동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준법감시위가 형량 감경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도 반성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설립을 강행했지만 준법감시위가 과거사를 들추기기 시작하면서 준법감시위 설립 진의에 대한 비판과 함께 과거사에 따른 비난 여론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이 전날 기한 연장 직후 "위원회가 정해준 기한을 지키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낸 것을 두고도 여론에 떠밀려 삼성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준법감시위가 과거사 청산위원회처럼 운영되면 곤란하다"며 "앞으로 발생할 준법의무 위반사례를 예방하기 위해 출범한 만큼 과거사에 치중하는 것은 애초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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