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신분 확인?…수능 감독관 10명 속이는 건 너무 쉬웠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사진=뉴스1

군 복무중인 현역병이 같은 부대 선임의 부탁으로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대리로 쳤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능 감독 체계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매 시간 다른 감독관이 사진-얼굴 확인

10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현재 공군 소속 A씨(20·상병)는 지난해 11월14일 서울 시내의 한 사립고등학교 수능 고사장에서 B씨(23)를 대신해 시험을 봤다.


수험표에는 B씨의 사진이 붙어 있었지만 A씨는 감독관의 신분 확인 절차를 무사 통과했다.

'2020학년도 수능 시행기본계획'에 따르면 수험생은 응시원서를 낼 때 사진 2매를 제출해야 한다. 1매는 응시원서에, 1매는 수험표에 부착된다.

제출하는 사진은 원서접수일 기준 6개월 이내에 촬영된 상반신 정면 여권용 규격 사진이어야 한다. 머리카락, 안경테,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린 사진은 안 된다.


수능 당일 수험생들은 책상 위에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올려 놓는다. 감독관은 매 교시마다 응시원서, 수험표, 신분증을 대조해 수험생 본인이 맞는지 확인한다. 특히 1교시와 3교시 시작 전에 따로 시간을 두고 철저한 본인 확인이 이뤄진다.

수능 부정행위 예방대책에 따르면 시험실마다 2명의 감독관(4교시는 3명)이 배치된다. 이 감독관은 매 시간 교체되기 때문에 A씨가 4교시까지 시험을 쳤다면 최소 9명에서 11명이 신분 확인을 하게 된다.

'허술한' 신분 확인 노렸나

A씨는 규정과 달리 수능 고사장에서 감독관의 관리 감독이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는 점을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만으로 수험생 본인인지 육안으로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원칙대로라면 'S/W를 통해 원판 변형된 사진'은 금지되지만 실제로는 다소 수정된 사진을 사용하는 수험생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A씨가 B씨와 닮아보이기 위해 어떤 변장을 했다면, 감독관이 사진으러 신분을 확인하기는 더욱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A씨와 B씨는 수능 시험 당일 감독관이 철저하게 신분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감독관이 과도하게 신분 확인을 할 경우 수험생의 시험을 방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명문대 일병, 선임 수능 대신…공익 제보로 '들통'

서울 소재 명문대를 재학중인 A씨는 그해 8월 입대해 일병 신분이였고, B씨는 같은 부대 소속 병장이었다. 이들은 수능 접수증으로 특별 외출을 받은 상태였다.

B씨는 이후 A씨가 대신 치른 수능 점수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지역 3개 대학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의 대리시험 의혹은 올해 2월 국민신문고에 공익 제보됐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40여일간 조사를 한 뒤 군 당국에 A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이들은 위력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교육청은 또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교육부 '수능부정행위심의위원회'에 보고하고, 필요 시 감독관 등에 대한 조치 여부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