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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n번방' 공범들은 눈 뜨면 반성문부터 쓴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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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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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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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운영자' 조주빈
'n번방 운영자' 조주빈
'텔레그램 n번방' 공범들의 반성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조주빈과 공모해 미성년자를 성폭행 한 혐의를 받는 한모씨는 지난달 19일부터 총 16차례의 반성문을 제출했는데, 하루에 2번씩 쓴 날도 있다. 미성년자인 '태평양' 이모군도 반성문 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와치맨' 전모씨도 반성문과 호소문을 12차례 넘게 냈다. 조주빈에게 살해의뢰를 한 사회복무요원 강모씨도 2차 공판까지 반성문을 3차례 제출했다.

이들이 반성문에 목매는 이유는 뭘까. 실제로 '반성문' 자체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성범죄 양형 기준에 들어있지는 않다. 하지만 '진지한 반성'이라는 대목은 포함돼 있다. 물론 특별양형인자에 비해 영향력이 떨어지는 '일반양형인자'에 포함돼 있고, 판사가 '진지한 반성'으로 간주할 만큼 진정성이 인정되어야 양형에 반영될 수 있다.

네티즌들은 "반성문 쓰면 봐주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하지만, 실제 법조계 내부에서는 반성문 영향력에 대해 회의적이다. 판사가 반성문에 감동을 받아서 또는 반성문을 많이 냈다는 이유로 감형한 사례는 거의 없다는게 공통된 목소리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는 진심 어린 반성문이나 호소문도 많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전에는 몰랐던 개별적 사정을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돈만 주면 대필되는 시대인데, 솔직히 판사들이 반성문을 다 읽는지도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은 왜 줄기차게 반성문을 쓸까.

우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깔려있고, 구속된 피의자들의 경우에는 구치소에서 딱히 할일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구치소에선 딱히 할 일이 없다. 실제 면회를 가면 대부분의 피고인들이 방안에서 반성문을 쓰고 있다"면서 "방안의 다른 사람들도 다 쓰고 있으니 나 혼자 안 쓰는 것도 불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혹여나 형식적으로 쓴 반성문은 금방 들통이 난다. 조주빈 공범 강모씨는 반성문에 "재판장님은 교정기관의 수용자로 수용된 적이 없으시겠지만(중략) 제 지인과 가족이 고통을 받고 있고…"라고 썼다가, 재판장으로부터 "반성하는 태도를 전달하려는거면 이렇게 써서 되겠어요"라고 지적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진정 감형을 받고자 한다면 반성문 보다는 자백이나 자수가 양형에 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피고인이 자백을 하면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고 이는 재판과정에서 진술되거나 변호인 의견서에 담긴다.

물론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자백하는 것과 수사망이 이미 좁혀지는 상황에서 자백하는 경우 참작되는 정도가 다르겠지만, 자수는 '필요적 감경사유'라는 점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공범을 언급하면 검찰 수사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감형에 반영되는 부분이 더 크다.

그럼에도 '진지한 반성'이 양형기준에 있는 이상, 가해자들의 반성문 쓰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가해자의 반성 여부를 판단할때 재판부가 최대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최근 대법원에 이같은 취지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반성문 내용만으로 진정성 여부를 판단하는게 쉽지 않은 만큼, 만약 '형식적 반성'이라는 점이 드러나면 반대로 가중요소로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 이미호
    이미호 best@mt.co.kr

    정치부(the300)와 사회부 법조팀을 거쳐 2020년 7월부터 디지털뉴스부 스토리팀에서 사회분야 기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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