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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어떻게 마스크 과외교사가 됐나…화진산업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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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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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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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산업 마스크 제조현장. /사진제공=삼성전자
화진산업 마스크 제조현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전남 장성군청에서 1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15분 정도 차를 달리면 나오는 화진산업. 보건용 마스크 제조업체인 이 회사의 이현철 대표(44)는 최근 6주 동안 제 시간에 퇴근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공장 한 켠에 쪽잠을 자면서 직원들과 기계를 돌렸다. 이달에도 1주일에 사흘은 회사에서 잤다. 코로나19(COVID-19)로 밤낮없이 공장을 돌려도 벅찰 정도로 주문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원래 20명이었던 직원은 최근 단기채용 인력까지 포함해 80여명으로 불었다. 이 직원들이 사흘에 두 번꼴로 12시간씩 근무한다. 이렇게 24시간 공장을 돌려 생산하는 마스크는 9만8000여개. 초당 1.1개를 만드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기 전까지 화진산업의 주력제품은 마스크가 아니었다. 2013년 창업한 이래 줄곧 포장용 랩을 만들어왔다.

지난해 12월 부업(?) 삼아 마스크 사업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 하루 생산량은 4만개였다. 이 대표는 "봄철 황사 시즌에 대비해 마스크 설비를 들여왔는데 막상 만들어보니 절반은 팔지 못하는 불량이었다"며 "왜 불량이 나오는지 이유를 몰라 며칠씩 속을 태웠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고 말했다.

이현철 화진산업 대표. /사진제공=삼성전자
이현철 화진산업 대표. /사진제공=삼성전자
아찔한 순간에 손을 내민 것은 삼성전자 (72,300원 ▲2,000 +2.84%)였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주관하는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으로 인연을 맺은 삼성전자가 화진산업의 애로점을 듣고 한걸음에 공장을 찾아왔다.

올 1월부터 투입된 경력 25년 이상의 삼성전자 생산혁신팀 전문가들은 그렇게 마스크 불량생산의 이유를 파고 들었다. 베테랑들이 마스크 귀걸이 끈을 붙이는 설비에서 내부부품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 기계를 재배치하자 불량률이 현격하게 낮아졌다.

삼성전자 생산혁신팀은 생산 속도에 맞추려면 포장 인력을 더 늘려야 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내놨다. 설비당 2명이던 직원을 5명으로 증원했다. 삼성전자는 마스크를 찍어내는 금형을 포함해 마모되기 쉬운 설비 부품도 직접 만들어 화진산업에 제공했다.

화진산업 마스크 제조현장. /사진제공=삼성전자
화진산업 마스크 제조현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수요가 폭발하자 삼성전자는 화진산업의 현장 조언을 맡는 생산혁신팀 직원들은 3배로 늘렸다. 1월 중순부터 삼성전자 직원 10여명이 화진산업에 상주하면서 문제점을 고쳐나갔다.

삼성전자의 지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삼성전자 최고의 생산라인 전문가로 꼽히는 김종호 스마트공장지원센터장(사장)이 삼성전자 수원캠퍼스에서 화진산업까지 왕복 500㎞가 넘는 길을 3번이나 오갔다.

김 센터장의 생산라인 40년 경험은 화진산업에도 주효했다. 처음에 "삼성이 이 작은 기업의 생산라인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느냐"는 반응은 "꼭 한번만 더 찾아달라"로 바뀌었다.

이 대표는 "마스크 필터용 원부자재를 구하기 어려울 때도 김 센터장이 도레이첨단소재를 연결해줘 숨통이 틔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도움으로 마스크 생산량은 쑥쑥 늘었다. 이 대표는 삼성에게 받은 수혜를 조금이라도 갚는다는 마음으로 '노마진 마스크' 100만개를 지난달 공영홈쇼핑에 기탁했다.

화진산업 마스크 제조현장. /사진제공=삼성전자
화진산업 마스크 제조현장. /사진제공=삼성전자
화진산업의 제조혁신은 삼성이 2015년부터 중소기업과 협력업체를 상대로 꾸준히 진행해온 상생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는 작업 공정에서 축적된 빅데이터를 토대로 설계·개발부터 원자재와 완제품 품질관리, 재고관리, 물류·유통에 이르기까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도움을 진행했다.

2017년까지 1080개 중소·중견기업이 삼성의 제조혁신 상생 프로젝트를 거쳤다. 삼성은 2018년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손잡고 그해 505개사, 2019년 571개사를 지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사업으로 신규 일자리 1만5000개 이상이 창출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내부자원을 쏟아부어 중소기업들을 돕는 이유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매년 100억원이 드는 지원비용은 여느 그룹이라면 감당하기 힘든 규모다. 이 부회장은 올 1월 새해 첫 현장행보로 삼성전자 화성반도체를 찾았을 때도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생산혁신팀 전문가들이 마스크 생산라인의 공정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생산혁신팀 전문가들이 마스크 생산라인의 공정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달 초 화진산업과 다시 한번 손발을 맞췄다. 빠르면 이번주부터 화진산업은 어린이용 마스크 생산에도 나선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화진산업 외에 삼성전자가 지원한 E&W와 레스텍, 에버그린 등 4개 마스크 제조업체의 하루 생산량이 종전 92만개에서 139만개로 51% 늘었다.

삼성전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협력해 이달 안에 추가로 손소독제·의료용 보안경·진단키트 제조업체에도 '족집게 과외'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지원사업에는 예송과 휴바이오메드 등 진단키트 2개업체를 비롯해 마스크(14개사)·손소독제(8개사)·의료용 보안경(3개사) 등 30개사가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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