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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구민의 3년 18억원 재산과 50대 한국 가장의 자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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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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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로드]<76>한국은 노력하면 누구나 18억원 모을 수 있는 나라일까

[편집자주] i-로드(innovation-road)는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한국에 온 지 3년여 만에 18억6500만원의 재산을 신고합니다.”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시 강남갑 선거구에서 당선된 미래통합당 태구민 후보가 탈북하고 한국에 온 지 3년여 만에 벌써 18억원의 재산을 모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태 당선자는 탈북한 지 만 4년도 되지 않아 부동산 8억9000만원, 금융자산 9억7500만원 등 총 18억65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1992년생(28세)과 1997년생(23세) 두 아들도 각각 1억4000여만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신고한 재산목록에는 주소지(강남구 논현동) 부동산이 빠져 있어 누락된 강남구 소재 부동산 가액을 추가하면 태 당선자의 총재산은 족히 20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다.

16일 새벽 SBS 개표방송에 나온 태 당선자는 “이번에 신고한 18억원은 (제가) 대한민국에 온 후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룬 재산”이라며 “사소한 불법적인 의혹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와서) 지난 4년 동안 강연과 저술, 인터뷰, 학술 활동 등으로 자랑스럽게 벌었고, 책 두 권은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자유로이 자기 노력을 통해서 얼마든지 재산을 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하나의 증좌라고 생각합니다.”

세간에선 탈북자 태 당선자가 짧은 기간에 어떻게 18억원이나 되는 큰 재산을 모았는지를 놓고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그러자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태 후보 개인이 재산이 많으냐 적으냐를 갖고 비판하는 것은 네거티브 공격이라고 지적하며, 오히려 대한민국에서 자유로이 노력을 하면 누구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김성곤 강남갑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태 후보의 재산신고 목록에 거주지 부동산이 누락된 사실과 두 아들의 1억4000여만원 금융자산 보유에 대한 뚜렷한 해명이 없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부자가 되는 자유가 있는 대신 합당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강남의 정서는 부자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떳떳하지 못한 부자를 거부하는 것이며, 부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사람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가구주 나이 50대 보통 가구의 평균 재산액은 4억9300만원입니다.”

태 당선자의 재산형성 과정의 논란을 떠나 과연 한국 사회가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18억원을 모을 수 있는 나라인가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수긍을 할지 의문이다. 그것도 3여년 짧은 기간에 말이다.

태 당선자는 강남갑 후보 가운데 재산이 가장 많다. 그러면 한국에서 50~60년 이상 산 다른 후보들은 태 당선자만큼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서 그만한 재산을 못 모은 걸까? 한국에서 나고 자란 50대 보통 가장은 또 어떤가?

통계청의 2019년 가계금융복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 나이 50~59세 가구의 평균 총자산액은 4억9345만원이고, 금융자산은 1억2643만원이다. 이는 55세의 태 당선자가 우리나라 50대 보통 가구보다 약 3.8배나 많은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에 속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한국의 고소득층과 비교하면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소득 기준으로 상위 20%(5분위)에 드는 가구의 평균 자산액은 9억4663만원이다. 한국에 사는 상위 20% 고소득층도 태 당선자의 신고 재산의 절반 정도만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만약 고액 자산가와 비교하면 달라질까? 자산 기준으로 우리나라 상위 20%에 드는 가구의 평균 자산액은 13억110만원이다. 태 당선자의 신고 재산이 이보다 1.4배는 많다. 태 당선자는 한국에 온 지 만 4년이 안 돼 우리나라 상위 20% 안에 드는 고액 자산가가 됐다.

내친김에 소득과 자산을 동시에 고려한 우리나라 최상위층과 비교해보자. 소득 상위 20%와 자산 상위 20%를 동시에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 상위 10% 가구에 해당하는 VIP에 속한다. 이들 최상위층 가구의 2019년 평균 자산액은 14억6659만원이다. 태 당선자의 재산이 이보다 많다. 결국 태 당선자는 우리나라 상위 10% 가구인 VIP에 속하는 매우 특별한 계층인 셈이다.

서울의 강남갑은 대한민국의 부자 가운데 최고 부자만 모여 산다는 곳이다. 18억원 재산은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지역이다. 아파트 시세만 30억원을 훌쩍 넘는 게 즐비하다. 따라서 태 당선자는 강남갑에서만큼은 특별히 내로라할 만한 부자도 성공한 축에도 끼이지 못할 수 있다.

태구민의 3년 18억원 재산과 50대 한국 가장의 자괴감
#“청년들에게 한국은 노력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2010년대 이후 한국의 보통 청년들에게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많은 청년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취업을 하거나 집을 사거나 또 재산을 모으는 게 하늘의 별따기만큼 불가능해졌다고 느낀다. 그래서 나온 말이 헬조선이다.

그러나 탈북자 태 당선자가 3여년 만에 벌써 18억원의 재산을 모았다는 사실은 청년층이 말하는 ’헬조선‘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고 또 한국은 노력을 하면 누구든 부자가 될 수 있는 나라라는 걸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가 아닐까.

하지만 현실은 청년층이 자조적으로 내뱉는 헬조선을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청년들은 태 당선자야말로 특권층의 전형으로 오히려 한국이 기회가 공평하거나 공정하지 않다는 증거라고 분통을 터뜨릴 수 있다. 한국에서 3여년 만에 18억원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은 강남갑에 사는 특권층만 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을 수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50여년 살면서 모은 재산이 5억원 정도에 불과한 한국의 50대의 보통 가장도 3여년 만에 18억원을 모은 태 당선자를 보면서 심한 자괴감을 느낄 수 있다. 강남갑에 살지 않는 50대 보통의 가장으로 18억원의 재산을 모은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을 뿐더러, 오십 평생 살면서 그만한 재산을 모으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체험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여타 탈북자도 태 당선자를 보면서 부러움과 동시에 차별을 느낄 수 있다. 예컨대 지난해 여름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자 모자 시신이 발견됐는데, 이들 탈북자 모자는 태 당선자와 달리 한국에서 최빈곤층으로 전락해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했다. 이것을 보면 한국 사회는 태 당선자처럼 부자로 신분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게 아닌 것은 분명하다. 어떤 이들은 최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경제적 불평등도 엄연히 존재한다. 탈북자나 외국인에게는 더 불공평하다.

#"대한민국은 부자가 되는 자유가 있는 나라입니다."
부자라고 해서 무조건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 사실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부자가 되는 나라, 탈북자나 외국인이라도 자유롭게 돈을 벌고 부자가 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게 모든 국민이 바라는 바다.

태 당선자의 18억원 재산을 보면서 모든 국민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더욱 공고히 갖게 됐으면 좋겠다. 태 당선자를 통해서 대한민국은 일부 특권층만이 부자가 되는 기회를 누리는 게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부자될 수 있는 기회가 공평하고 공정하게 주어져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느낀다면, 불평등과 차별, 불공정을 제거하는데 국민들 모두가 뜻과 힘을 모아야 한다. 국민들은 부자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부자가 되는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은 점을 분노한다. 김성곤 더불어민주당 강남갑 후보자의 말대로 대한민국은 부자가 되는 자유가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20년 4월 18일 (21: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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