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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로 막혔던 이란 교역길, 코로나 인도적 지원이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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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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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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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테헤란=AP/뉴시스]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북부의 한 교차로에서 마스크를 쓴 여성이 길을 건너고 있다. 이란 보건부는 4일 정오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86명 더 늘어 모두 2천922명이 됐으며 사망자는 15명 증가해 지금까지 9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2020.03.05.
[테헤란=AP/뉴시스]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북부의 한 교차로에서 마스크를 쓴 여성이 길을 건너고 있다. 이란 보건부는 4일 정오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86명 더 늘어 모두 2천922명이 됐으며 사망자는 15명 증가해 지금까지 9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2020.03.05.
한국이 미국의 제재를 뚫고 이란에 대한 인도적 교역을 다시 시작한다. 코로나19 확산이 미국의 인도적 지원에 대한 장벽을 낮추면서다.

올해 초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으로 이란과 소원해진 우리 정부로서는 관계 복원을 위한 계기를 뜻하지 않게 앞당겨 맞게 됐다.




끊겼던 이란 인도적 교역 문 다시 열린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코트라는 17일 외교부·기획재정부 후원으로 약 27개 한국 의약품 관련 업체들을 대상으로 대이란 인도적 교역 설명회를 열었다.

참석한 기업들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취급업체와 항암제·당뇨병 치료제 개발업체 등이다. 대부분 이란 정부가 요청한 분야의 기업들이다.

이날 설명회는 지난 6일 한국과 이란간 인도적 교역 절차가 다시 시작되며 성사됐다. 한미 정부간 오랜 협의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 우려 없이 한국-이란 기업간 인도적 교역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간 확인됐기에 가능했다.


물론 미국 제재를 받는 이란과 교역을 하려면 인도적 목적이어도 '강화된 주의 의무' 등 제재가 없는 국가보다 까다로운 절차를 지켜야 한다. 인도적 목적의 교역이란 걸 은행뿐 아니라 정부도 이중으로 심사하는 등 미국 정부가 만든 시스템을 밟아야 ‘안전한’ 거래가 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한미 당국간 수개월간의 협의 속에 이제 실제 기업간 계약과 이행만 남았다. 정부는 이르면 한 달 후쯤 실제 물품이 수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란과 인도적 교역이 재개된다면 이는 지난해 9월 중단 후 약 7개월 만이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전쟁 직전 상황까지 치달았던 올해 초만 해도 이렇게 빨리 인도적 교역 문이 열리게 될 줄은 누구도 짐작하지 못 했다.

[테헤란=AP/뉴시스]15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하페즈 극장 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자원봉사자들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2020.04.16.
[테헤란=AP/뉴시스]15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하페즈 극장 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자원봉사자들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2020.04.16.




미-이란 갈등에 호르무즈 딜레마 빠졌던 한국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이란 제재를 되살리면서 한국을 비롯, 이란과 교역을 해 왔던 전세계 모든 국가들은 난처해졌다. 미국의 제재로 이란과의 거래를 전세계 모든 기업들이 극도로 꺼리게 되면서다.

가까스로 우리 정부는 지난해 여름 이란과 인도적 목적의 교역을 재개했다. 그러나 그 해 9월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가 드론 공격을 받고, 이 공격 배후로 이란이 지목돼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면서 두달 만에 다시 중단됐다.

당시 두달간 거래규모는 약 130억원으로, 다른 국가 대비 큰 수준은 아니지만 '교역이 유지되고 있다'는 상황 자체가 의미 있었던 만큼 아쉬운 결과였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초엔 미-이란 갈등이 일촉즉발 상황까지 고조됐다. 미국이 지난 1월 3일 이라크에서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알 쿠드스 사령관을 '제거'하면서다. 이후 이란이 미국에 보복공격을 하고, 미국이 재보복을 경고하며 '사실상 전시 상황'이란 표현이 쓰일 정도로 위기감이 급격히 확산됐다.

미-이란 관계가 날로 악화하며 한국의 난처함도 커졌다. 미국과 이란 관계를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한국에 미국이 한해 전부터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 참여를 요청해 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참여한다면 이란과의 관계악화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결국 정부는 지난 1월 21일 아덴만에 파견한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대하는 사실상의 '독자파병'을 결정했다. 이 결정은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를 모두 지키기 위한 외교적 절충안으로 평가됐다. 미국측 연합체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군사적 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름의 타협점이었음에도 이란은 한국의 발표 직후인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시 이란 정부는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고 (한국에) 말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청해부대(31진 왕건함)가 1일(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항 동남방 240NM(445km), 두쿰항 동방 80NM(148km) 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이란 국적의 선박 'ALSOHAIL호'를 발견해 구조했다고 2일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2020.2.2/뉴스1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청해부대(31진 왕건함)가 1일(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항 동남방 240NM(445km), 두쿰항 동방 80NM(148km) 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이란 국적의 선박 'ALSOHAIL호'를 발견해 구조했다고 2일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2020.2.2/뉴스1




정상 친서, 가장 많은 물품 지원, 인도적 교역 재개까지


서먹해진 관계를 다시 이어갈 수 있게 된 계기는 의외의 곳에서 찾아왔다. 역설적이지만 코로나19 확산이란 재앙이 이란에 대한 인도적 지원으로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양국간 접촉면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국제사회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인도적 지원이 우선'이란 합의가 만들어졌다. 이란에 강경모드였던 미국도 물론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도) 이란과의 인도적 교역은 해도 좋다는 독려하는 적극적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인도적 교역 재개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미국의 입장 변화가 주효했단 설명이다.

심지어 중동 내 반(反)이란 전선 대표국인 아랍에미리트(UAE)까지 이란 지원에 동참할만큼 코로나 19에 따른 인도 지원은 기존 국제관계를 뛰어 넘어 활발해졌다. UAE는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이란에 수술용 마스크, 장갑 등 의료물품 등을 지원했다. 역유입 차단 등 자국 방역을 위해서도 이 같은 지원이 필요했다.

이런 전세계적 분위기 속에 한-이란 양자관계가 더 돈독해질 계기도 늘어났다. 지난달 중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코로나19 관련 물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부는 지난 2일 이란에 200만 달러 상당 코로나 19 관련 방역 물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한국에 코로나19관련 무상지원을 요청한 국가가 50여개 국인데, 개별 국가에 대한 지원으론 가장 큰 규모다.

미국과 제재 협의가 완료되기 전, 금융거래 없이 물품을 직접 보내는 무상지원으로 제재와 무관한 지원부터 신속하게 단행한 것이다. 이란의 코로나19 피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했다는 게 주된 이유나, 결과적으로 소원해진 양자 관계를 더 우호적으로 만드는 계기도 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과의 인도적 교역 재개와 관련, "이란이 한국에서 항암제, 당뇨병 치료제 등을 수입해 갔는데 그게 중단된 상황이라 힘들어 했다”며 “이런 (교역 재개)움직임 때문에 이란과의 관계도 훨씬 분위기가 좋아졌고 더 적극적인 관계로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도 "국제공조가 가능한, 전세계 위협인 상황에서 돕는 건 양국 관계가 원치 않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16일(현지시간) 이란 보건부 발표 기준, 이란의 코로나19 확진자는 하루 동안 1606명 늘어난 7만7995명이고, 사망자는 4869명으로 집계됐다. 단 일 사망자 증가수의 경우 최근 사흘간 100명 이하로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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