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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증거물 확인' n번방 재판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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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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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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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호의법정필담]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미성년자 등 여성의 성착취물을 만들어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과 '박사방' 가담자들이 속속 재판에 넘겨지면서 본격적으로 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이들의 혐의가 '성착취 영상물을 촬영한 혐의'라는 점에서 판사들이 증거조사를 놓고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과거 고(故) 구하라 사건과 관련한 '동영상 확인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n번방 사건'과 관련한 증거의 대부분이 동영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조주빈의 경우, 음란물 제작·배포 뿐만 아니라 성폭력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강제추행, 아동음행강요, 강간미수 혐의 등을 받고 있어 동영상 내용이 강요·협박 등 사실 판단이나 양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원칙적으로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는 법정에서 증거 조사를 해야 한다. 다만 형사소송규칙 134조 8에 따라 증거가 녹화매체일 경우 재생해서 시청하는 방법으로 증거 조사를 하게 돼 있다. 문제는 재생 방법이나 장소에 대한 논의는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발생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피고인측이 공소사실 중 일부 내용에 대해 다투기라도 한다면 동영상 확인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피해자 쪽에서는 '신체를 촬영했다'고 하는 반면, 피고인이 '일상적 내용의 영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또 강압이나 협박이 없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 또한 영상을 확인해야 할 수 있다. (물론 피해자 진술 등 다른 자료도 있지만 사안에 따라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고 구하라 사건때도 피고인(구씨의 전 남자친구)은 당시 "영상의 90%에는 피고인만 등장한다. 피해자는 옷을 입고 있고 피고인은 나체다"라며 동영상 내용이 공소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31조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에 대한 심리는 그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재판장) 결정으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비공개 법정'이 된다 하더라도 영상녹화물 증거확인에 대한 논란은 남는다. 재판장이 비공개 법정에서 해당 영상을 틀 경우, 통상 검사와 피해자 변호인 등 인원을 최소화하는데, 피해자 변호인이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구하라 사건에서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해 재판장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동영상을 확인했다고 수석부장판사가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도 '박사방' 관련 재판과정에서 재판장은 피해자의 신분을 특정지을 만한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재판 진행 절차와 관련된 부분은 공개하고 증인신문때는 비공개로 전환하는 등 재판부가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겠지만, 피해자는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낭독조차 또 다른 가해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의 재판 진행은 늘 어렵지만 '박사방' 사건은 온 국민의 관심사라는 점에서 판사들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 역시 신중해야 한다.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발언 등이 나온다 해도 자체적으로 필터링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사방에서 신상이 유출된 경험을 한 피해자들에게 그들이 겪은 끔찍한 기억을 또 다시 상기시켜 주는 일은 없어야겠다.
'동영상 증거물 확인' n번방 재판의 딜레마



  • 이미호
    이미호 best@mt.co.kr

    정치부(the300)와 사회부 법조팀을 거쳐 2020년 7월부터 디지털뉴스부 스토리팀에서 사회분야 기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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