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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포스트코로나, 루즈벨트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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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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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코로나19의 공습을 ‘3차 세계대전’이라고 부른 건 머리카락 크기의 1000분의 1도 안되는 바이러스가 한 국가의 공군력과 맞먹는 핵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호(미국 26대 대통령, 332m 길이, 승선인원 5000여명)’를 일순간 멈춰 세운 때문만은 아니다.

인명피해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보다 덜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1, 2차 세계대전보다도 더 크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인간의 감각은 시간이 지나고 상황에 적응하면 무뎌지지만, 바이러스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지난 19일 기준 전세계 확진자는 233만명, 사망자는 16만명을 넘었는데, 전선은 언제든 더 넓어질 수 있다.

이번 코로나와의 전쟁 피해를 보면 사망자 외에도 실업자 수가 미국에서만 최근 한달간 2200만명이 늘어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간 열심히 만들어놓은 미국 내 일자리 2240만개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중국은 분기 성장률 통계를 시작한 1992년 이후 최악인 -6.8%의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실업자수도 2억 5000만명에 달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나라는 일시 휴직자 수가 3월에 역대 최다인 126만명이 늘었고, 취업자수도 10여년만에 역성장해 19만 5000명이 줄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종전 0.4%에서 -2.4%로, 국제통화기금(IMF)도 3.3%에서 -3.0%로 최근 대폭 하향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도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1.2%로 하향)을 전망했다.

마이너스 성장 전망은 대공황 시기였던 1929~1937년까지 8년간 세계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이 플러스 1.2%였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엄중한지를 보여준다.

대공황의 문턱에서 90년 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선 해야 할 것은 국내 수요확대와 신산업 개척이다.

우선 이번 주에 국내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함께 고용안정 및 기간산업 대책이 나올 예정인데, 무리하다고 할 정도로 과감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위기의 극복은 정부의 대규모 재정정책과 수요 팽창의 상호작용에 의해 시작될 수 있다.

1930년대 미국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32대 대통령)은 이후 위헌판결을 받긴 했지만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전국산업부흥법을 만들어 산업을 살리는 지원에 나섰고, 일본은 적자재정 방식으로 팽창적 재정정책을 써서 어려움을 이겨냈다.

‘케인즈’를 배우지 못했던 다른 국가들조차도 수요확대를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려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를 촉진해 위기를 탈출했다. 현재와 같은 글로벌 제로금리 상황에서는 적자재정에 대한 부담을 지나치게 갖지 않아도 된다는 게 케이즈학파의 주장이다.

두번째로 신산업 성장을 위한 과감한 규제완화조치다. 1930년대 농업과 공업 등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전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었던 것이 신산업의 출현이었다.

미국 정부 학술자문위원인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미국이 전후에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요인으로 ‘큰 물결(One Big Wave)’의 도움이 컸다며, 전력과 내연기관, 석유화학과 통신 등 신기술, 신산업의 출현을 언급했다.

다른 산업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기모터로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산업이 커지고, 내연기관으로 자동차와 트랙터, 항공기 산업이 성장했으며, 석유화학 산업은 생활용품과 의약품의 발전을, 통신은 라디오와 TV 등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1930년대의 변화에 버금가는 신산업을 창출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4차 산업혁명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포지티브(허용한 것만 규정-나머지는 불허)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불허하는 것만 규정-나머지는 허용)로 바꿔야 한다. 임기가 한달여 남은 20대 국회가 국민에게 해야 할 마지막 책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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