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민심…日아베 '한국 때리기vs배우기' 고심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의 지지율이 39%로 떨어졌다. 아베 내각 지지율이 40%대 아래를 밑돈 건 약 2년 만(2018년 6월)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방역이나 경제 충격 수습에서 부실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민심을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정부는 지지율 반등을 이끌어낼 카드가 마땅치 않아 고심 중이다. 과거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정책 혼선이 있었을 때 손쉬운 카드로 ‘반한(反韓)’을 이용하곤 했지만 이번만큼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COVID-19) 확진자가 급증하고 대응에 서툴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인데다 방역체계를 잘 갖추고 초기부터 신속하게 대응한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는 탓이다.

한국의 총선에서 집권당(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상황에서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쏟아진다. 대표적인 한국내 일본통으로 알려진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진두지휘해 총선에서 승리한 만큼 이낙연 역할론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아베 정부, 한국에 머리라도 숙여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AFP

아베 총리의 코로나19 대응은 자국에서도 신랄하게 지적받고 있다. 방역체계를 잘 갖추고 초기부터 신속하게 대응한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내에서 ‘극우’로 꼽히는 산케이신문도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소개하면서 “아베 정부가 문재인 정부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19일 시부야 겐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선임고문은 아사히신문 주간지 아에라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이 정치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게 (일본의)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 내 전문가 회의에 사태를 정확하게 보는 인물이 없다며 긴급사태 선언도 1주일이나 늦게 나왔다고 꼬집었다.

게놈 연구 세계 권위자인 나카무라 유스케 시카고대 명예교수는 “일본 의료가 붕괴하고 있다”며 “병원 내 감염을 피하겠다고 감염 의심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도 의사회도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의료붕괴’ 직전이라고 밝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본이 한국에 손을 내밀고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요구도 나왔다. 특히 15일 한국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문 정부 기반이 강해지고 지도력을 발휘하는 데 유리해졌다"면서 양국이 해외에서 전세기로 양국 국민을 공동으로 실어나르는 등의 협력을 부각하며 신뢰 관계를 되돌리자고 주문했다.

하코다 데쓰야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은 19일 기명 사설에서 “일본이 진심으로 검사를 확대하기로 한다면 이웃 국가(한국)가 큰 참고가 될 것”이라며 “진단키트를 포함한 의료기구를 한국에서 일본에 들여올 수 없을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바이러스에 국경은 없다. 역사 및 영토 문제는 더더욱 있을 리 없다”고 강조했다.

사토 아키라 아사히신문 기자는 자신의 SNS에 “일본이 살길은 지금 당장 아베를 추방”하고 “한국 문재인 대통령을 방문해 머리를 숙이고 코로나 대책을 하나부터 열까지 배우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의료붕괴’는 과잉검사한 한국에서 일어나는 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AFP

그러나 아베 정부엔 한국으로부터 배우거나 한국을 인정하는 것보다 ‘반한’이 더 쉽고 매력적인 카드다. 지금처럼 정책적 부실로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는 땐 더욱 그렇다.

아베 정부는 3월 초 돌연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했다. 당시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조치는 ‘뒷북 비판’을 만회하려는 목적에서 나왔다”며 “실효성보다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자국 정부를 비판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와 다수 언론은 일본의 대처가 현명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일본 경제지 비즈니스저널은 ‘코로나 유전자증폭(PCR) 검사 억제는 일본 정부의 영단인가. 철저한 검사로 의료붕괴가 일어난 한국과 이탈리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과 이탈리아는 대량 검사 때문에 의료붕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방식의 검사가 효과를 거두자 최근에서야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존엔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 검사의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 한국을 따라 한다고 지적받자 “한국이 아닌 미국을 모델 삼았다”고 주장했다.

‘여당 대승’ 한국 총선이 한일 관계 개선 기점 돼야
일본이 한국에 손을 내밀고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요구도 나왔다. 특히 15일 한국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문 정부 기반이 강해지고 지도력을 발휘하는 데 유리해졌다”면서 양국이 해외에서 전세기로 양국 국민을 공동으로 실어나르는 등의 협력을 부각하며 신뢰 관계를 되돌리자고 주문했다. 한일갈등이 양국에서 정권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적어도 한쪽 당사자인 문 대통령은 그런 부담을 덜었다는 얘기다.

구마모토 지역신문인 구마니치신문도 사설에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신문은 코로나19로 인해 수출 주도 경제인 한국도 영향을 받고 있으며, 주력 산업 반도체·자동차 등은 포화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정부의 향후 최대 과제가 경제 안정화이고 이를 위해 한일관계 회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마니치신문은 특히 지일파인 이낙연 전 총리가 이번 선거에 승리한 데 관심을 보였다. 이 전 총리가 한일갈등 국면에서도 연착륙을 목표로 해왔고 차기 유력 대통령후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텅 빈 일본 도쿄 시내/사진=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