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생태계 싹튼 규제자유특구, '포스트 코로나' 이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규제자유특구 관련 좌담회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포스트 코로나’ 경제의 출발선으로 규제자유특구(이하 특구)가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비대면·디지털 경제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축이 될 산업들이 생태계를 이루며 성장하고 있어서다.

규제자유특구는 지역균형발전과 혁신성장동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제도로 지난해 4월 본격 시행됐다. 세계적으로도 처음 시도하는 한국형 규제혁신제도다. 비수도권 지역에 산업별 특구를 정해 2년간 규제특례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특례로 허용된 사업이 안정성·사업성을 확보하면 입법 절차를 거쳐 전국적으로도 규제를 완화한다. 중기부는 지난해 7월과 11월 14개 지역을 설정해 84개 규제특례를 허용했다. 바이오, 미래교통, 정보통신, 자원에너지 등 39개 신기술 분야로 231개 기업이 참여해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중기옴브즈만 사무실에서 좌담회를 열고 전국 14개 특구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포스트 코로나 경제를 위한 특구 육성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정환 메쥬 대표,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우훈제 팬텀AI 이사 등 주요 특구사업자들이 참여했다. 사회는 임상연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장이 맡았다.

좌담회에서 기업들은 “규제특례 혜택뿐 아니라 정부 인프라가 제공으로 국내외 기업들 사이에서 특구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자본과 인력들이 모이면서 산업생태계가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추가적인 규제완화와 특구사업자를 위한 전용 펀드 조성 등도 요청했다. 박 장관은 “특구가 포스트 코로나 경제를 선도해 나가는 전초기지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며 “특구사업의 안전을 담보하고 계획된 신산업 활성화, 고용증대 등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사후관리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음은 좌담회 일문일답


"규제자유특구, 코로나로 오히려 주목"=코로나19가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규제자유특구와 입주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박영선 중기부 장관=규제자유특구는 오히려 코로나19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원격의료 관련 실증을 허용한 강원 디지털 헬스케어 특구는 코로나19로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가장 주목받은 특구다. 수많은 국민들이 원격의료가 얼마나 필요한지 체감했다. 다른 곳도 비슷하다. 부산 블록체인 특구는 앞으로 다가올 비대면 경제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을 허용하고 있고 세종 자율주행 특구는 달라진 생활 패턴을 책임질 자율주행을 실증하도록 한다. 선제적으로 특구 지정을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박정환 메쥬 대표=코로나19 사태로 원격의료 및 모니터링이 상당히 많이 부각됐다. 특구 사업과 별개로 세브란스 병원과 충북 생활치료센터에서 기술 등을 테스트했는데 의료진들의 호평이 잇따랐다. 코로나19 사태로 필요성이 절실해진 것이다. 원격의료 필요성에 대해 여론이 몰리면서 특구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있다. 특구에서는 빠르면 다음달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치악산 등반객 등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실증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현재 부산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ID(DID)를 발급해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실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언택트 비즈니스가 주목받으면서 블록체인 기술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온라인상에서 안전하게 인증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데 효율적이다. 또 그렇게 모인 데이터를 활용할 수도 있다.

▶우훈제 팬텀AI 이사=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코로나19로 시민들의 생활 패턴에 변화가 올 것이란 분석은 많다. 그 가운데 자율주행 자동차가 급속하게 보급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자율주행 솔루션은 기술적으로 완성이 돼 있다. 다만 실제 도로에서 다양한 돌발 변수를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데이터 수집 등이 필요하다. 정부가 도로정보, 교통정보, 신호정보 등 정보를 제공하고 BRT 등 도로인프라를 지원해준다면 자율주행을 상용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원격의료, 강원도서 5월부터 실증할 것"=모든 사업이 순항하나. 실증에 차질을 빚거나 어려운 점은 없나.


▶박 장관=특구 14곳에서 진행하는 39개 세부사업 중 5개 세부사업은 실증이 지연되고 있다. 대구의 스마트 임상, 전남의 전기자전거·퍼스널모빌리티(PM), 광주의 무인특장차, 전북 LNG상용차 등이다. 대구의 경우 특구사업자가 코로나19 대응병원으로 운영되면서 실증이 지연됐다. 전남·광주·전북은 코로나19로 실증참여자를 모집할 수 없거나 중국산 부품 수입이 막혀 지연됐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 1~2개월 내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

-강원도 특구의 원격의료는 시작부터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쳤다.

▶박 장관=지방자치단체가 의사협회와 꾸준히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1차 의료기관 4곳을 추가 확보했다. 5월부터 계획대로 실증을 추진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 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의사협회도 긍정적 사고로 협조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1차 의료기관 외 3차 의료기관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원격의료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 예정이다.

▶박 대표=원격의료로 묶이지만 강원도가 추진하는 실증은 크게 세 가지 사업이다. 의료정보기반 원격 모니터링 진단·처방, 사물인터넷(IoMT) 기반 건강관리 생체신호 모니터링 서비스, 휴대용 X선 이용한 현장의료 서비스 등이다. 메쥬는 '하이카디'라는 자체 개발한 패치형 심전계를 통해 생체신호를 원격 모니터링하는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진단·처방이 아니므로 의료계도 반대하지 않고 있다. 순항 중이다.

"규제자유특구, 기업들 모이니 협업생태계 구축…인프라 지원도 장점"
=규제샌드박스와 비교해 특구의 장점은 무엇인가.

▶어 대표=특구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기업들이 들어와서 협업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개별기업이 아닌 관련 산업이 동시에 성장한다. 산업군의 형성은 초창기 벤처·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 추가로 규제개선이 필요하면 특구 안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면 된다. 코인플러그도 금융위원회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규제샌드박스도 신청해 투트랙을 밟고 있다.

▶우 이사=규제완화도 필요하지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지역 인프라'도 필요하다. 특구에서는 실증을 위해 교통, 교차로, 도로정보도 받아서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은 규제만 풀어주지 인프라에 대한 지원은 없다. 기업이 알아서 생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사실 미국에서 스타트업이 성장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한국이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 더 유리하다는 말인가.

▶어 대표=미국은 스타트업이 알아서 성장해야 하는 환경인 반면 한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다. 초기 기업 육성에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모태펀드가 대표적이다. 지금은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점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면 많은 유니콘 기업이 이 시기에 탄생할 것이다.

▶박 대표=특구에 참여한 기업들을 위한 별도의 '특구 펀드'가 조성되면 특구 기업들도 유니콘 기업이 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 장관=정부는 특구를 위해 지원을 지속적으로 늘려오고 있다. 관련예산도 지난해 327억원, 올해 1103억원, 내년 중기재정 1724억원으로 지속적으로 늘고있다. 특구기업을 위해 모태펀드를 활용하는 '특구펀드'도 적극 검토해보겠다.

"특구 참여 기업들 위한 '특구펀드' 필요"=특구에서도 해소되지 않은 어려움이나 추가 개선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우 이사=테스트베드는 특구로 준비가 됐다. 문제는 테스트플랫폼인 자동차다. 자율주행을 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에서 라이센스를 발급받아야 한다. 라이센스 1건에 3대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수 있다. 더 많은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라이센스가 추가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해당 라이센스를 발급받기가 쉽지 않고 시간도 기업이 체감하기에 너무 오래 걸린다. 테스트베드를 구축해도 라이센스가 없어 운행을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을 방지해야 한다.

▶어 대표=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지난달 공인인증서의 지위를 폐지하고 민간 인증기술이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서명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민간 인증기관의 범위가 논란이다. 통신사나 카드사 등 대기업만 허용하면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게는 기회가 사라질 것이다.

▶박 대표=원격의료 이슈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여전히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국내에서 성공했다는 레퍼런스나 데이터도 없이 어떻게 해외시장에 어필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원격의료 관련 규제를 전향적으로 완화해주고 조율해주길 바란다.

▶박 장관=규제는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존 전통산업과 충돌할 때 그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관건이다. 그걸 맞추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감안한 선에서 최대한 규제를 풀어나가도록 하겠다. 규제에 갇힌 기업은 새장 속에 갇힌 새다. 아울러 실증완료 후 관계부처와의 입법화, 안전성 담보 등 특구사업의 사후관리에도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