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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로 하루하루가 지옥인데…'부자 은행 가난한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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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최우영 기자
  • 유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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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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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21일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열린 ‘수출입기업 재무담당 고위급 임원 조찬간담회’를 열었다. 수출입 대기업 재무담당자들은 은행권에 묶인 자금이 보다 여유 있게 실물경제로 들어올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사진=기획재정부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21일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열린 ‘수출입기업 재무담당 고위급 임원 조찬간담회’를 열었다. 수출입 대기업 재무담당자들은 은행권에 묶인 자금이 보다 여유 있게 실물경제로 들어올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100조원 넘는 정책자금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금융권은 한미 통화스와프 등으로 넉넉한 달러 유동성을 확보했는데 정작 이 돈이 절실한 기업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특히나 달러 공급이 절실한 수출입기업들은 금융권이 기업에 돈을 풀게 해달라고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금융권 규제조치가 은행 보신주의로 변질되면서 이른바 '부자 은행 가난한 기업'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2년 전보다 훨씬 건강해진 금융권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국내 민·관 금융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 외환위기, 금융위기를 거치며 강화된 각종 규제장치들로 금융권의 건전성을 확보했다는 평이다.

지난달 정부는 금융권의 달러 조달을 독려하기 위해 단기외채 부담금을 면제하고, 고유동성 외화자산 의무보유 비율(LCR)도 80에서 70%로 완화했다. 이에 앞서서는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국내은행 40%에서 50%로, 외은지점 200%에서 250%로 상향조정했다.

정부가 금융권의 건전성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원활한 달러 공급을 추진한 셈이다. 이후 한달 남짓 지날 동안 국내 금융권의 LCR은 오히려 높아지는 등 건전성이 강화됐다.

그 사이 달러 조달은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 5억달러 규모 5년 만기 글로벌 본드 사전청약에서 23억달러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이달에만 현대캐피탈(18억달러), 산업은행(5억달러) 등이 연이어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KB국민은행과 수출입은행 등도 이달 중 해외채권을 발행한다. 지난달에는 600억달러 규모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국내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잠재웠다.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기업들 "2분기에 위기가 다가온다"


문제는 금융권에 몰린 돈이 기업 등 실물경제로 잘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금융시장 외화 공급에 주력해온 기재부는 21일 수출입기업 재무 임원과의 간담회에서 이 점을 재차 확인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SK이노베이션, LG디스플레이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은 입을 모아 "2분기에 위기가 찾아온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등의 코로나19 봉쇄조치에 따른 실적 악화가 2분기에 반영된다는 것.

기업들은 보다 원활한 자금 공급을 요구했다. 수출입은행의 대(對)기업 여신한도를 늘리고, 각 금융기관의 장기물 공급을 확대해달라고 했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30~60일 만기 단기자금을 주로 공급하는데, 이를 120~150일 만기로 늘려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분기말 규제 점검에 대비해 장단기자금 비율을 맞추느라 초단기물 위주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자금의 탄력성, 예측 가능성을 높여서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만기를 좀 늘려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0년도 제1차 금융지원위원회'에 참석한 금융기관 은행장들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0년도 제1차 금융지원위원회'에 참석한 금융기관 은행장들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전문가들 "정부가 보증 서 금융→기업 돈 흐르도록 해야"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자금이 기업으로 원활하게 흘러가도록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라더스 파산에서 GM의 파산보호 신청까지 3개월의 시차가 있었다. 국내 기업 역시 자금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5~6월부터 취약한 산업 중심으로 파산의 도미노가 이어질 수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 치는 기미가 보인다. 이달 1~20일 수출은 21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 줄었다. 반도체(-14.9%), 승용차(-28.5%), 석유제품(-53.5%), 무선통신기기(-30.7%), 자동차 부품(-49.8%) 등 주요 품목 모두에서 줄었다. 기업들의 자금 수급이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은행들은 금융시장이 불안한만큼 안전한 기업에만 자금을 공급하려는 경향이 생긴다"며 "정책자금이 민간기업까지 흘러가도록 하려면 금융권 규제 완화보다는 오히려 인센티브를 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성 교수는 "은행이 이자율 완화 등을 시행할 때 일부는 정책금융기관이 지원해주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특히 중소기업쪽으로 은행의 돈이 풀리려면 정부가 보증을 서 리스크를 줄여줘야 한다며 "결국 누가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인만큼, 디폴트 상황이 올 때 정부가 보증해준다고 나서면 돈이 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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