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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흙탕물로 변한 '황금 샘'에 긴급조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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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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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석유를 '황금의 샘물'이라고 부른다. 그 황금의 샘물이 그냥 마시는 물보다도 더 싼 흙탕물 가격에 매물로 나오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20일 미국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경질유(WTI)의 5월 인도분의 가격이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무려 -37.63달러라는 충격적 가격이다.

5월물 원유 1배럴을 사는 구매자에게 배럴당 37.63달러를 얹어주겠다는 계약에 전세계 원유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미국 내 석유 탐사 업체 및 생산업체들의 줄도산 전망도 잇따라 제기됐다. 이런 가격이라면 생산원가가 50달러 선인 미국 셰일가스 업체는 두말할 것도 없고,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생산원가 배럴당 6달러를 자랑한다는 사우디아라비아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WTI 5월물의 선물가격 이상이 선물 만기 등의 영향으로 특이하게 벌어진 일로, 6월물은 2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마이너스 가격의 여파는 원유 생산업체는 물론 정유업계 등에도 향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내 주요 정유 4사도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반등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이미 구매한 원유의 재고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중동 두바이유는 지난 1월 21일 배럴당 65.59달러에서 4월 20일 21.47달러로 67.27%, 북해산 브렌트유도 같은 시기 64.59달러에서 25.57달러로 60.4% 폭락했다.

이미 언급했듯 WTI는 같은 기간 58.38달러에서 -37.63달러로 계산도 힘든 상황이다. 마이너스 100%이면 완전히 손실이 난 것인데, 그 손실에 더해 돈을 더 줘야 하는 꼴이 된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 수출 1위 품목이었던 정유산업은 주요 수입처인 두바이유의 가격 폭락으로 2개월 전 현지에서 구매해 운송해온 원유의 재고손실로 정제 후 원가보다 60% 가량 싸게 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게다가 정제마진도 3월 셋째주 -1.9달러로 5주 연속 마이너스여서 손실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분기 정유 4사의 손실이 3조원에 육박하는데 그 가운데 재고손실이 2조원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로 인해 현금흐름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1조 8258억원), GS칼텍스(1조 6225억원), 현대오일뱅크(8560억원), 에스오일(6794억원) 등 정유 4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의 합계가 4조 9837억원 가량이다. 분기별로는 1조 2500억원 가량의 현금이 영업을 통해 들어왔던 셈이다.

지난 분기에는 가만히 앉아서 2조원 가량 재고손실을 봐 현금흐름이 크게 악화됐다. 2분기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전세계 하루 1억배럴 가량의 수요가 5000만 배럴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재고손실을 판매가에 반영하기도 불가능하다. 그런데 내야 하는 세금은 가격에 연동되지 않고 그대로여서 정유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원유를 수입할 때 내는 관세를 이 위기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3~4달 유예해달라는 입장이다. 내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공호흡기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은 남겨달라는 얘기다.

또 휘발유 등에 붙는 세금의 경우도 매월 2조원 가량으로 연간 20조원 정도인데, 4~6월에 부과되는 교통환경세 등도 유예해 줄 것을 업계는 요청하고 있다.

교통환경세의 경우 석유가 소비자에게 팔리기 전 공장에서 출고될 때 이미 부과되고, 매출에 연동되지 않는 고정세율이어서 부담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수출 1위 품목의 자리를 다투던 정유업계가 마이너스 유가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 처했다. 황금의 샘물이 마르기 전에 신속하게 마중물을 대야 한다.

우리나라에 석유정제 공장이 들어선 게 1962년으로 일본, 중국에 이어 세번째로 국가 기간산업으로 에너지 안보차원에서 설립됐을 만큼 중요도가 높다. 게다가 석유산업은 주 수요처가 주유소, 항공사, 기업 등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들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정유사들이 버텨줘야 한다. 황금 샘이 마르면 곧 이어 여타는 다른 산업으로 급속히 확대되는 게 순서다. 댐이 무너지고 나서 구멍을 막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석유가 나지 않는 대한민국을 산유국으로 만들었던 '황금의 샘물'이 다시 솟아날 수 있도록 빠른 지원이 필요하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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