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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동학개미와 부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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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23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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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만 30만개 넘게 신규 계좌가 만들어졌는데, 야간에도 터지더군요”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0)는 사석에서 최근 신규 주식투자자들의 폭발적 증가에 혀를 내둘렀다. “비대면 계좌 개설은 본인 여부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신분증을 찍어 올린 사진에 술 병이 보이더군요. 저녁 술 자리에서 주식 얘기를 하다 바로 신규 계좌를 개설했다는 거죠.”

말 그대로 주식 투자 열풍이다. ‘100년 만에 올까 말까 한 기회다’ ‘부동산은 이제 끝났다’ ‘누가 무슨 주식을 사서 몇 억 챙겼다더라’ ‘발 빠른 강남 아줌마들은 일찌감치 삼성전자에 들어갔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이 모이면 화두가 온통 ‘주식’이다. 왠지 손 놓고 있으면 앉아서 손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지난 한 달에만 5대 증권사에서만 수백만 개의 신규 계좌가 만들어졌다. 신용융자 거래에 너도나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이 정도면 열풍이 아니라 광풍이다.

3월 19일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코스피는 지난 17일 1900선을 회복했다. 주연은 '동학 개미'들이었다.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외국인들이 투매에 나서자 ‘외세’에 맞서 대거 주식을 사들였다. 1~2월만 해도 개미들의 순매수액은 4조원 대에 머물렀다. 그런데 3월 한 달에만 11조원을 넘어섰다. 오죽했으면 지수 폭락에 좌불안석이었을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동학개미운동’에 감사하다는 말까지 했을까.

20~30대 주식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초보 주식투자자를 이르는 말)들의 투자는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인생 역전 ‘가즈아’를 외치며 가상화폐 투자에 나섰다 쓴 맛을 봤고, 큰 빚을 지며 부동산 투자 행렬에 올라탄 이들도 적잖다.

이번엔 주식이다. ‘삼성전자가 망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 아니냐’며 삼성전자 쓸어 담기에 나섰다. 과거와 달리 테마주가 아닌 우량주 매집에 나선 ‘스마트 머니’들도 있지만, 10% 내외 수익이 성에 차지 않는 이들은 겁 없이 파생상품에 기웃거렸다. 연초 대비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원유 선물 가격을 따라가는 상장지수증권(ETN)과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순매수했다. 한 때 하루 수익률 수십 %가 기본이었으니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주식 투자가 하찮게 느껴졌을 거다.

유가는 결국 오른다는 맹신이 있었지만, 유가에 철저히 배신당했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했다. 기초 지수 수익률의 2배를 준다는 레버리지, 인버스 ETF에는 하루 평균 7조원 가량이 거래됐다. 3월 코스피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11조원에 못 미쳤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다. 인터넷 토론방에선 ‘해외는 수익률 3배를 준다는 데 왜 우리는 2배밖에 안 되냐’는 성토도 이어졌다. 말이 파생상품이지 사실상 ‘홀짝 게임’이다. 롤오버 비용도 만만치 않고 횡보 장에서 등락이 반복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도 갖고 있다. 이런 사전 지식도 없이 무모한 베팅에 나선 이들이 부지기수다.

금융당국과 거래소에선 끝임 없이 ‘묻지마식 투자’ ‘빚투’에 대해 경고했지만, 부나방처럼 달려들었다. 급기야 원유선물 레버리지ETN이 폭락한 유가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실상 상장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투자자 잠정 손실액만 40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미래 시장 움직임을 예측하기는 정말 어렵다. 이를 간과하고 빚을 내 단기 차익을 노렸던 무모한 투자자들의 말로가 씁쓸하기만 하다.

"광기의 거대한 파도가 수그러들고 버블이 꺼지기 시작하면 대중은 과열장에서의 병적인 희열만큼이나 바닥 모를 패닉에 빠진다. 너도나도 팔려고 난리통이 되면 신중함이나 합리성은 끼어들 자리가 없다. 투자자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도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고, 가격이 폭락하면 내재가치 따위는 망각한다"(데이비드 드레먼 '역발상 투자' 중)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정말 ‘동학 개미’들이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 단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해야 한다. 요즘 같은 시장에선 공포를 사되 탐욕을 버려야 한다. 첫 투자에서 쓴맛을 보면 한동안 주식시장을 쳐다보지도 않을 터. 자본시장 발전 측면에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당국도 증권사도 간만에 조성된 투자 열기를 이어나가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건전한 투자 문화 조성을 위해 투자자 교육을 강화하고, 모순투성이인 증권거래세 등 제도적 손질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광화문]동학개미와 부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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