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4명 중 1명 이상, 3대 권력기관 출신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국내 상장 기업의 사외이사 독립성 문제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권력기관 출신의 사외이사 편중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발간한 '2020년 주주총회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그룹 상장기업 사외이사 중 감독기관(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금융위원회), 사법기관(검찰, 법원), 장·차관 및 청와대 등 소위 3대 권력기관 출신 비중이 2016년 정기 주총 때 31.8%에서 2019년 30.2%, 2020년 27.9%로 집계됐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2020년 정기 주총은 '상장기업의 주주총회 내실화와 경영투명성 증진을 위한 개정 상법 시행령'이 처음으로 적용됐고,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가 제정된 지 3년이 경과한 뒤 처음으로 열린 주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사외이사 후보자의 경력이 일부 특정 분야에 집중된 현상은 이사회의 다양성 및 독립성 확보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올해 주주총회를 개최한 601개 기업의 4088개 안건을 분석했다. 임원 선임 안건이 있는 544개 회사 중 반대 권고 의견은 총 130건을 냈다. 특히 사외이사 후보자에 대한 반대 권고의견은 35건으로, 사유는 '출석률 저조'(57.1%), '독립성 훼손 우려'(31.4%), '재직연수 과다'(8.6%) 등이다.

안 본부장은 "실질적으로 재직연수 과다도 독립성 훼손 우려에 해당하는 만큼 사외아사 반대 사유 중 독립성 문제가 전체의 40%에 달한다"며 "여전히 사외이사 후보자에 대한 독립성 이슈가 완화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본부장은 "이 분석을 통해 사외이사의 경력이 일부 분야에 집중되고, 독립성 훼손 우려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이 증명됐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상장기업의 자정 노력이 가장 필요하지만, 동시에 한국의 사외이사가 아닌 미국과 일본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독립이사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