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살릴 수 있겠습니까?"

머니투데이
  •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20.04.25 07:30
  • 글자크기조절
  • 댓글···

[오동희의 思見]

[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배우 윤나무(사진 왼쪽부터), 김민재, 임원희, 진경, 한석규가 지난 1월 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배우 윤나무(사진 왼쪽부터), 김민재, 임원희, 진경, 한석규가 지난 1월 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환자의 인권? 의사로서의 윤리강령? 내 앞에서 그런 거 따지지 마라. 내 구역에선 오로지 하나밖에 없어. 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 다른 건 그냥 다 엿 많이 잡수시라고 그래라."

지난 2016년 방영한 SBS 의학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돌담병원 외과과장 부용주(한석규 분)가 자신의 응급처치를 무모하고 위험하다고 지적한 강동주(유연석 분)에게 던진 말이다.

의사 제1의 본분은 최고의 가치인 생명을 살리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환자의 인권이나 의사의 윤리강령까지도 희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 대사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수많은 기업들이 응급실 문앞에서 대기하고 있거나 수술대 위에 놓여 있다. 정부는 집도의로서 기간산업을 살리기 위해 수십조~수백조원의 수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수술과정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정부가 아직 수술도 하지 않은 기업의 체력이 회복되기 전에 고용유지와 이익공유 등 정부지원 조건에 상응하는 의무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점이다.

재정을 투입하는 정부로서는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이런 전제조건이 당초 목적인 기업회생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길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이 조건을 모두 지키고서 살 수 있는 기업이라면 굳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지 않아도 스스로 살 수 있다. 그러지 못한 기업이 문제다.

기업을 살리는 것이 대주주들을 살리는 것이지, 근로자를 살리는 일이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망하면 대주주의 일자리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명확하다.

지금 상황이 위기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그리고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이 필수라는 것도 안다. 문제는 희생 없이 어떻게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냐다.

기업은 수익으로 먹고 사는데 일이 없는데도, 고정비는 지속적으로 지출되니 견딜 재간이 없다. 위기를 견디기 위해서는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이는 것은 불가피하다.

배가 난파의 위기에 처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라앉을 때 복원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는 배에서 내리는 아픔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 때 배에서 내려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구명조끼나 구명보트를 준비해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재정을 지원하면서 기업에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라고 하지만, 투자는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말처럼 투자는 기회의 산물이지, 의지의 산물이 아니다.

기업을 일으킬 기회가 있다면 투자는 언제든 일어나고,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정부는 기업에게 의지를 갖고 일자리를 만들라고 하지만, 그렇게 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만약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일자리라면 그 일자리는 영속성이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한 명의 국민이라도 일자리를 덜 잃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지금은 일정 부분의 희생을 감내하더라도 더 많은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하는 차선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지원과 자구 노력을 통해 기업이 살아남는 게 우선이고, 그 다음이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 다시 긴 터널을 벗어나 살아남을 때 이익을 공유하는 순서가 맞다.

남은 기업가와 노동자들이 노를 저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가 다시 구명정을 건져 올리고 함께 할 때까지 견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고용유지 조건'을 전제로 지원하겠다고 제시한 위기극복 방법론부터 재고해야 한다.

또 대규모 재정투입과 관련 향후 재정적자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면서 시간낭비가 이어지고 있다. 긴급지원은 수술과 마찬가지로 신속한 타이밍이다

올 초 끝난 '낭만닥터 김사부2'의 대사를 다시 인용하고자 한다.

돌담병원 원장으로 온 박민국 교수(김주헌 분)가 김사부(한석규 분)에게 "장관님의 수술이 잘못되면 책임질 수 있습니까"라며 수술을 막으려고 소리친다.

이 질문에 김사부는 "질문이 잘못됐다. '살릴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어야지"라고 되받아치며 수술을 강행한다.

지금은 앞으로 다가올 문제에 대한 책임 걱정을 할 때가 아니라,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기업과 가계를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기자의 다른기사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퀴즈 이벤트
머니투데이 기업지원센터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