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바람 찬데…일찌감치 '빙수' 내놓는 호텔들의 이유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에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황금연휴를 앞두고 '보복소비' 형태로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유통업계가 일찌감치 대규모 할인행사를 시작한 가운데 코로나 사태 직격타를 맞았던 호텔업계도 끊어졌던 고객 발길을 잇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특급호텔마다 2030 젊은층을 공략하는 프리미엄 빙수와 가족단위 호캉스(호텔+바캉스)족을 겨냥한 '가정의 달' 패키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장기간 '집콕'으로 이른바 '코로나 블루'에 빠진 사람들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막 오른 호텔가 '빙수전쟁'
끊어진 고객 발길 물꼬 틀까

파르나스호텔이 운영하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최근 1인용 프리미엄 빙수 메뉴를 출시했다. /사진=파르나스호텔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특급호텔들이 프리미엄 빙수 메뉴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 여름 시즌을 대비해 독특한 콘셉트와 재료를 조합한 빙수류 디저트 출시가 호텔가 트렌드로 자리잡았는데, 올해는 평년보다 다소 이른 시점에서 판매를 개시하고 있다.

호텔 빙수의 원조격인 제주신라호텔이 지난 1일부터 클래식 메뉴 '제주산 애플망고빙수'를 판매하며 신호탄을 쐈다. 서울에서도 그랜드 하얏트 '멜론 코코넛 빙수', 안다즈 서울 강남 '시그니처 망고 빙수', 여의도 메리어트 '꿀벌 빙수' 등의 메뉴가 속속 판매되기 시작했다.

예년에 비해 빨리 찾아온 더위가 빙수 개시 일정을 앞당겼지만, 코로나 사태가 만든 호텔업계 위기도 빙수 메뉴 출시를 재촉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의 객실점유율(OCC)이 곤두박질치고, 식음업장은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황이기 때문. 국내 호텔들의 3월 한 달 피해만 5800억원에 달할 만큼 타격이 큰 상황에서 최근 특급호텔하면 떠오르는 디저트로 자리잡은 빙수로 작게나마 반등을 노리는 것이다.

실제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부각된 유통가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표준)'에 발 맞춘 메뉴가 눈에 띈다. 파르나스호텔이 운영하는 그랜드 인터컨 서울과 인터컨 코엑스는 언택트(Untact·비대면) 트렌드에 따라 감염 우려를 낮춘 1인용 빙수와 '투 고(To go)' 메뉴를 전면에 내세웠다.
'매출효자' 빙수, '보복소비'와 시너지
연휴 앞두고 혜택 얹은 객실 공세도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6일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에서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영민 기자

빙수 판매를 개시한 호텔들의 기대감은 적지 않다. 특급호텔은 객실 판매만큼이나 식음 매출 비중도 큰데, 봄·여름 시즌에는 빙수가 말 그대로 '매출효자' 노릇을 하고 있어서다. 파르나스호텔에 따르면 빙수 매출이 최근 2년 연속 40%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무엇보다 빙수 디저트 하나로 다른 식음업장이나 식사 메뉴의 매출도 늘어나는 파급효과도 커 기대감을 더욱 키운다. 서울신라호텔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애플망고빙수 판매를 시작하면서 고객 수가 급증, 다른 단품 식사 메뉴 매출도 1~5월 평균보다 대폭 상승했다. 안다즈 호텔 관계자는 "이달부터 빙수를 레스토랑에서 식사 후 함께 곁들일 디저트로 추천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는 이 같은 '빙수 효과'가 되살아난 소비심리와 맞물려 호텔 방문객 증가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난 주말 백화점, 마트 등이 북적였는데, 빙수는 이 같은 소비폭발을 호텔까지 잇는 포석인 셈이다. 코로나 피로감을 풀어주는 고가 프리미엄 제품 선호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른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충족하는 호텔 빙수가 이 같은 보복소비에 안성맞춤이란 것이다.

/사진=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특급호텔들은 식음으로 빙수를 내세우는 동시에 호캉스 객실 패키지도 대거 쏟아내고 있다. 황금연휴까지 앞두면서 가족단위나 연인 호캉스족도 찾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제주나 강원 등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연휴 기간 서울 시내 특급호텔들의 예약률도 소폭 상승세"라며 "집에만 머무르는 것이 답답하면서도 여행은 아직 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시내 호캉스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위기가 여전한 것은 호텔가 최대 리스크다. 안다즈 서울 강남은 지난 25일 호텔 직원이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현재 일반인 투숙객 접촉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다즈는 방역·소독을 거쳐 오는 30일부터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