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세상읽기]‘학교 접속하겠습니다’ 1세대

/사진=통계청

‘문자’가 새로운 문명이던 시절, 문자를 발명한 이집트의 토트 신이 타무스 왕에게 찾아갔다. 토트 신이 “문자는 사람의 기억을 도와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하자 타무스 왕은 “오히려 기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건망증만 생길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플라톤의 저서 <파이드루스>에 나온 일화다. 디지털 문명 전환의 기수인 스마트폰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2009년 이후 출생한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함께 태어났다. 손가락 힘을 사용할 수 있는 한 살 무렵부터 간단한 터치로 스마트기기의 아이콘 사이를 유영하며 자랐다. 스마트기기와 친한 만큼, 유아동 연령층(만 3~9세)의 스마트폰 과의존 증가세가 다른 연령층보다 높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를 보면, 유치원생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018년 19.1%에서 2019년 21.4%, 초등학생의 위험군 비율은 같은 기간 22.8%에서 24.4%로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온라인 개학’이 현실화된 지금, 아이들의 스마트기기 사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이제는 스마트기기 사용을 무조건 막기보다 아이들의 자율성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지도해야 한다.

또 저소득층, 취약계층 가정 아이들이 새로운 문명 흐름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19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스마트기기 보유율은 84.9%로 일반국민 보유율 91.4%보다 6.5%포인트 낮다. 스마트기기 보유여부가 자칫 교육격차를 확대하는 요소가 되지 않도록 사회적 지원에 힘써야 할 것이다. 통계청도 교육부를 통해 인구총조사용 태블릿PC 1만 대를 취약계층 가정에 무상 대여하며 적극 동참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재택근무, 원격교육, 비대면 의료서비스 등의 물꼬를 트며 디지털 혁신의 미래가 앞당겨졌다. 새로운 경험은 혁신을 이끈다. 지금의 아이들은 ‘학교 등교’ 대신 ‘학교 접속’이라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문명의 변곡점을 몸소 체험한 이들이 앞으로 그려낼 세상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