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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이건희 회장도 이루지 못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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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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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꼭 이루고자 한 꿈이 하나 있었다. 국민 건강을 챙기는 헬스케어 사업의 성공이 그것이다.

그가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한 후 경영이념으로 삼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철학을 실현하는 길이기도 했다. 신경영 강연에서 병원의 복합화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1차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선대 이병철 회장 때인 1984년 에디슨이 창업한 기업 GE와 합작한 삼성GE헬스케어는 IMF 구제금융 시기인 1999년 지분을 완전히 정리했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인 2010년 이 회장은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해 12월 국내 초음파 진단 벤처기업 메디슨을 인수하면서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라는 세계적 IT(정보기술) 기업이 있고, 삼성병원이라는 훌륭한 병원과 의료진이 있으니 여기에다 기술력을 갖춘 의료장비 기업 메디슨을 합치면 그 시너지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회장은 자신의 에세이집 ‘생각 좀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전문가들은 한곳에 모일수록 힘을 발휘한다. 서로 모자란 곳을 보충해 시너지가 나기 때문이다. 전문작업이라고 각자가 따로따로 해서는 타이밍을 잃는다. 동시에 시작하고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1위 제품을 만드는 이 회장의 노하우는 간단하다. 1위 기업들과 1위가 아닌 기업들의 차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방향이 정해지면 멀리 내다보고 총력을 경주하는 것이다. 반도체가 그랬고, 휴대폰도 TV도 마찬가지였다. 헬스케어에도 이 전략이 통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의사의 아버지’로 불린 히포크라테스 이후 2500여년 동안 이어진 ‘의료계’의 그들만의 높은 벽을 예상하지 못했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 GE와 네덜란드 필립스, 독일 지멘스 등 글로벌 의료기기 3인방인 소위 ‘GPS’(GE-Philips-SIEMENS)에만 접근을 허용하는 시장이었다.

기술과는 또다른 문제로 이 회장의 두 번째 도전도 성공하지 못했다. 2010년 메디슨에 이어 인수한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업체 레이와 체외용 진단기업체 넥서스도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하고 매각했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계의 타고난 보수성은 검증된 GPS에 안주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 도전 자체를 막았다. 굳이 새로운 것을 해서 문제를 일으킬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 높은 벽에 둘러싸인 의료계가 코로나19(COVID-19)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나 변화의 문 앞에 섰다. 그 첫 시험대가 원격의료다. 그동안 원격의료가 이뤄질 경우 오진 등 환자의 건강권이 침해된다며 의료계가 반대했지만 코로나19 의료진의 건강권 확보 차원에서라도 원격의료가 필요하게 됐다.

원격의료는 이 회장이 이루지 못한 꿈에 도전하는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도전과제이기도 하다. 지난달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계 최초로 삼성전자가 만든 혈압측정 애플리케이션 ‘삼성 헬스 모니터’에 대해 의료기기 허가를 내줘 그 스타트를 끊었다.

삼성뿐만 아니라 애플 등 전세계 IT기업들은 스마트워치에 혈압은 물론 심전도·심박동 체크 기능, 혈당·스트레스지수, 산소포화도 체크 등 다양한 기능을 넣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 허용된 원격진단기기가 유독 국내에선 의료계의 벽에 부딪쳐 무용지물이다. 원격의료가 가능토록 한 의료법 개정안은 이념에 갇혀 18대와 19대, 20대 국회까지 10년 이상 잠만 자고 있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내용 중 핵심은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생각하겠노라’가 아니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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