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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여성인권평화재단' 설립 이젠 결론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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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성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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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0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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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전염병 대유행을 겪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탁월한 대처를 하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 전염병 방어의 준범이 되어 세계를 선도하게 됐다. 이전의 메르스 확산 등 힘들었던 경험이 만들어낸 마법이다. 격렬한 고통을 수반한 근대를 겪은 우리 사회에 이러한 마법이 창출될 지점들이 곳곳에 있다. 우리 근대사의 가장 처참한 경험인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그 대표적 경우이다.

인류사의 치욕인 유대인 대학살이 일어났던 2차대전기에 국가가 주도하여 식민지와 점령지 여성을 대규모로 성노예화한 사실에 대해 60년이 지난 1990년대에 비로소 세계 사회는 경악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노력으로, 숨죽여온 피해자들의 명예가 상당 정도 회복됐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에 묻혀 있는 문서들을 발굴하고, 한국 내 산재돼 있는 자료들을 한곳에 모아 저장·보관하고 연구와 전시 공간을 만들어야 할 시급한 과제가 남아 있다. 이 과제의 올바른 수행은 전시성폭력문제 대처에 본보기가 돼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는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여성이며 성폭력은 전쟁의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2000년에 국제형사재판소의 근간이 된 로마규정이 수립되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1325호'를 결정해 '전시성폭력'을 심각한 인권침해로 규정했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전시성폭력에 대한 연구와 피해구제를 위한 기관이 설립됐으며, 2018년에 데니스 무퀘게는 아프리카에서 전쟁 피해여성과 아동을 도운 활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세계의 이러한 전시 성폭력문제에 대한 활동의 뿌리가 사실상 일본군위안부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90년대에 유엔 인권기구에서 아시아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에 대응해 일본군위안부문제에 관한 중요한 보고서들이 제출됐고, 2000년부터는 인권최고대표회의실이 세계의 전시성폭력 보고서를 매년 인권소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2000년 이후 전시성폭력문제에 대한 제도화 과정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비어있다. 무퀘게와 서구의 기관들이 주목하는 전시성폭력은 무대가 아프리카와 중남미이며 지원의 기반은 미국과 서유럽이다. 네팔, 필리핀,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과 그 안의 피해여성은 호소할 곳도, 구제해 줄 기관도 없다. 로힝야 난민 여성문제에 대한 활동이 다소 이루어지는 정도이다.

세계는 이 아시아의 상황을 거대한 허점(미씽링크)이라고 부르며, 전시성폭력에 관한 한 과거의 원죄도 현재의 범죄도 없는 한국에게 역할을 주문한다.

일본군위안부문제로 한일간의 갈등은 점점 더 예민해지기만 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이 아시아의 분쟁하에 있는 여성피해문제를 연구하고, 연대하고, 구제하는 활동을 선도하는 것이다.

위안부문제에 대한 철저한 조사·연구·전시 및 구제를 기반으로 해, 한국을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인권의 허브로 만드는 것이다. 위안부문제로 인한 눈앞의 갈등은 평화와 여성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의 장기적인 공유와 연대를 통해 풀릴 것이다. 일본의 협력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고, 이것은 위안부문제에 대한 대승적 차원에서의 해결의 길이 될 것이다.

국회에서 간헐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여성인권평화재단’은 바로 이 같이 위안부문제를 아시아의 여성인권과 평화를 선도하는 가운데 풀어가려는 노력이다. 이제 그 설립 문제를 결론지을 때가 됐다.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잠재력, 창의력과 효율성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우리 안에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때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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