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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김봉진의 자기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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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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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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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한국에서 자수성가형 재벌은 몇 세대까지 나왔을까. 시장 변화로 나눠보면 크게 한 3세대쯤이 아닐까 싶다. 산업화와 정보화, 4차 산업혁명이 그들을 잉태했다.

산업화 1세대는 대기업 집단을 일궜다. 문어발이라 비판받았지만 이전까지 황무지 나라였던지라 경제를 지탱할 근간이 됐다. 창업주는 기업가로 평가됐다.

기업가(Entrepreneur)는 사업체의 내생적 외생적 위험에 무한한 책임을 진다. 변화라는 위험에 맞서 딸린 식구들을 보호할 의무도 있다. 권한만큼 비판도 받는다.

2세대는 외환위기 이후에 태어났다. 거대한 위험이 한국을 삼키자 대통령은 정보화를 타개책으로 마련했고 IT(정보기술) 부흥이 일어나면서 2세대가 나타났다.

전국적 인터넷 기간망 덕분에 신흥 재벌은 테크노크라트(technocrat) 몫이 됐다. 기술을 이해하는 80년대 학번들이 부를 일궜다. 인터넷, IT(정보기술) 재벌이다.

2세대의 한가지 두드러진 경향은 거대한 부와 조직을 일궜지만 선대만큼 책임지기 싫어한다는 거다. 그래서 대부분 대표이사 회장이 아닌 직함을 달고 있다.

인문·사회적 관계보단 기술을 중시한 특성 때문일까. 공학적 계산 말이다. 1세대의 사회적 고초를 일찍이 지켜보며 방어적으로 권한을 줄였다는 지적도 있다.

마지막은 4차 혁명 시대 그들이다. 모바일 혁명과 글로벌 분업, 생산과 소비시장의 분리가 이뤄지면서 기회가 커졌다. 아무나 될 순 없어도, 누구에나 열려있다.

그중 애플리케이션 생태계에서 상당수는 플랫폼 사업을 지향한다.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혁신기술로 새 시장을 만들기보단 기존 영세업 상단을 노린다는 거다.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은 섹터를 파고들어 기존 업자들이 독자적으로 하기 어려운 고정비를 담당하니 시장은 종속된다. 업종 내 경쟁이 치열할수록 그렇다.

이미 여러 곳에서 파열음이 난다. 택시, 여관, 복덕방, 중고차, 인테리어, 인력 사무소가 플랫폼에 종속돼간다.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일부는 파괴적이다.

가만히 보면 플랫폼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를 만든 이들의 행태가 근본적 원인일 때가 많다. 기존 업자와 협업이나 조정을 하지 않고 그냥 수탈할 때다.

더 큰 문제는 다수의 노력을 중간에서 가로채다 보니 더 쉽게 부를 일군다는 거다. 특히 여기서 자본은 뭉칫돈으로 착취구조를 더 빨리 짜내는데 일조한다.

3세대 재벌을 모두 이렇게 매도할 생각은 없다. 창업가 모두에 자본이득을 팽개치고 평생 기업가가 되라고 종용할 이유도 없다. 떡이 있어야 달려들지 않겠나.

하지만 자본이득에도 적정선이 있다. 개인이 단기에 수백억원과 수천억원을 넘어 수조원을 남겼다면 한국이란 그닥 크지 않은 시장에선 반드시 후유증이 남는다.

단순히 액수로 재단할 순 없겠지만 배달의민족 사례도 고민해볼 부분이 많다. 우선 결론적으로 팔고 떠나는 건데 합병이니, 해외진출이니 미사여구가 과하다.

게다가 중간에 낀 첨단자본이 매수자로부터 향후 수년간 수수료 가치를 모두 선불로 당겨 받았다. 매출 5600억원에 아직 적자인 회사가 약 6조원이라니 말이다.

이건 회사 그 자체의 가격이 아니라 시장에 베팅한 거다. 사들이면 사실상 90% 이상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게 되니 몇 년 내 그만큼 뽑아낼 수 있다고 본 셈이다.

문제는 시장에 여전히 남는 영세업자들이다. 사실상 식민지에 종속되는 꼴인데 수수료 개편 해프닝이 그를 증명한다. 합병 승인이 안 걸렸다면 돌려졌겠는가.

최근 3년간 김소희가 스타일난다(6000억원)를, 이진욱이 닥터자르트(2조원)를, 이상록이 AHC(1조원)를 팔아 거부가 됐고 그 돈으로 건물을 사들이고 있다.

김봉진이란 창업주를 찾아보니 그간 기업이나 경영 측면에서 혁신을 지속했고 그런 아이콘으로도 불려지길 마다치 않았다. 하지만 종착역 모습은 과히 씁쓸하다.

10년도 안돼 혁신가와 기업가를 포기할 거였다면 차라리 더 솔직했어야 한다.

찍어 바르는 화장품도 아니고 영세업자들을 물 수 있는 맹견을 키워 넘겨놓고 "저희 개는 안 물어요"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건 분명한 자기기만이다.

[우보세] 김봉진의 자기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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