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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雜s]재난지원금, 기부할까 받아쓸까…묻지도 따지지도 간섭하지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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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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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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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50대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 여전히 나도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소소한 다이어리입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됐다. 나에게도 카드사로부터 신청 안내 문자가 왔다.

코로나 19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들에게 재난지원금은 '가뭄에 단비'이다.
반면, 구호를 받지 않아도 될만한 사람들에게는 공돈같은 지원금을 쓸지 기부할지 선택이 놓여 있다.

감사하게도 나는 지원을 받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
머릿 속으로는 당연히 내가 받을 돈이 아닌 걸로 생각한다. 하지만 몸은 ‘코로나19 보복쇼핑’쪽으로 자꾸 기울어진다. 지난 주말, 트레일 러닝화 등을 사들고 오면서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이 나온다잖어”라고 한 건 가족들의 따가운 눈길을 돌려보려고 해 본 말이다. 그랬더니 아들녀석 노트북 PC에, 집사람 동네 헬스장 등록비에 '긴급'을 주장하는 용처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사람 머릿 수에 따라 나오는 돈이니 각자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말도 따라 나온다.
"재난지원금의 소비승수가 0.3정도에 그칠 것이다. 아니다, 묶음 소비를 생각하면 1을 넘을수도 있다" 여러 말들이 있지만, 우리집은 지원금 받을지 여부를 결정하기도 전에 승수가 1을 넘어섰다.

기부냐 소비냐 고민(할 여유를 가진 사람들에게)의 출발점은 '긴급재난 지원금'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정부의 공식 명명대로 ‘긴급 재난 지원금’인지, 아니면 경기도가 앞서 시행한 ‘재난 기본소득’인지에 따라 개개인의 행동양식도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미증유의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긴급 생활자금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정부의 지원금은 비과세 대상이어서 세금으로 환수하는게 불가능하다. 조금이라도 재정부담을 줄여보려면 개별적 기부를 유도하는 수 밖에 없다. 4인가족 기준 100만원 전액을 기부해도 기부금 세액공제를 통해 15만원을 돌려받게 되니, 전액 기부하는 건 아니다. 기부의 취지를 100% 살리자면 세액공제도 하지 말고 다른 '우대' 인센티브를 주는게 맞았다.

만약 ‘기본소득’으로 정부 지원금을 소득에 포함시켰다면 고소득층에 대한 누진과세를 통해 사후적으로 환수가 가능했을 것이다. 사전적으로는 무차별 지급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사후적 선별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어서 논란도 적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일시적 재난 지원금을 넘어서는 중대한 경제 실험이다. 규모나 효과, 재원조달 방안 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없이 정부가 덜컥 명칭이나 형식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는 기본소득을 ‘시험이나 노동의 대가 없이, 무조건, 정기적으로, (가족단위가 아닌)개인별로 지급하는 현금’으로 규정하고 있다."a periodic cash payment unconditionally delivered to all on an individual basis, without means-test or work requirement." 정기성, 현금(성), 무조건성, 개별성, 무대가성이 기본소득의 핵심 요건이다.
산업구조 혁명적 변화로 기업투자의 고용승수가 현저히 떨어지고, 기업-가계, 개인과 개인간의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데 대한 문제의식의 결과가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을 통해 개인들의 최저 생활과 소비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기업 및 상공인들의 매출을 늘림으로써 고용을 유지하는 선순환 효과를 늘려가자는 주장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도 재정을 박박 글어 마련한 1조4000억원으로 10만원이라는 소액을 지원하면서 굳이 ‘재난 기본소득’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기본소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명칭대로 '긴급성, 재난대책성(일회성), 지원성'에 동의하고, 긴급하게 구호를 받을 처지가 아니라면 문재인 대통령처럼 기부하는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애초에 지원 대상이 아니지만, 선별에 따른 시간문제와 지원대상 선정에 따른 갈등비용 등을 감안해 무차별적 지급대상으로 포함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재난지원금은 생계의 기초단위인 가구를 기준으로 지급한 것이므로, 기부도 가계단위로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자녀들 생계를 부모가 책임지고 있다면, 기부 여부 결정도 부모가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 단순한 지원금을 넘어 소비 및 생산유발(유지) 고용효과, 기업 및 상공인 지원 등 기본소득 개념에 의미를 둔다면 기부하는 것 보다는 받아서 소비하는게 합리적이다. ('기본소득' 취지대로라면 가구단위 생계와 상관없이 개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므로 '제 몫'을 달라는 가족 구성원의 발언권에 일리가 있다).

기부를 하든 받아서 소비하든 개인이 자유의지에 따라 결정할 일이고, 둘 다 의미 있는 일이다. 기부만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기부 여부는 공개될 수 밖에 없고 뉴스 가치도 있다. 기본소득이 아니라 일시적 재난 구호금으로 지원의 성격을 규정한 행정부 수반으로서는 기부를 택하는게 당연하다. 거기까지다. 어느어느 장관, 어느어느 기관장은 기부를 했네 안했네를 시시콜콜 따져묻지 말자는 말이다.
노동조합 차원에서 수천명 조합원이 기부하기로 했다거나, 회사 직원 전체가 기부하기로 했다는 말들은 '미담'이 아니라 수준 '미달'이다.

아무리 평균 소득이 높은 조직이나 기업 구성원이라 한들, 일시적으로라도 돈 100만원이 급하지 않으란 법이 없다. 기본소득 찬성론자들처럼 돈을 받아서 소비하는게 사회에 더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효과를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과정에서의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는 무시하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구호금 사용을 두고도 이런 집단행동 분위기가 일어나는 건 AC(애프터 코로나) 2년차에 접어들며 세계의 리더로 부상한 한국의 '국격'에 맞지 않는 일이다.

'자발적 기부'는 재정건전성 우려를 달랠 명분으로서의 소임을 이미 마쳤다는 걸 정부도 알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카드사들의 재난지원금 소비 마케팅을 막아서 기부를 유도할 일이 아니다.
재난구호금, 어떻게 할건지 묻지도 따지지도 간섭하지도 말자.

[50雜s]재난지원금, 기부할까 받아쓸까…묻지도 따지지도 간섭하지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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