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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가진 플라스틱 회사가 해양을 만나면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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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천(강원)=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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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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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찾는 유니콘-2편]해양플라스틱 재활용 분야 개척 주신글로벌체크

장길남 주신글로벌테크 대표가 진공가압을 통해 사출한 해양플라스틱 재활용 제품과 기존 방식으로 만든 제품을 비교하고 있다. /춘천(강원)=이기범 기자 leekb@
장길남 주신글로벌테크 대표가 진공가압을 통해 사출한 해양플라스틱 재활용 제품과 기존 방식으로 만든 제품을 비교하고 있다. /춘천(강원)=이기범 기자 leekb@
#. 다 마신 페트병의 비닐 라벨을 벗기고 입구를 넣으면 병목에 걸린 뚜껑 고리를 절단해 분리한다. 같은 플라스틱이지만 재질이 다른 탓에 재활용에선 불순물이기 때문. 고리를 제거한 페트병은 분쇄기를 거쳐 좁쌀크기 사출원료로 가공하고, 사출원료를 금형기에 넣자 휴대전화용 플라스틱 액세서리가 완성돼 나온다.

플라스틱 사출 성형장치 개발업체 주신글로벌테크의 구상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새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과정을 즉석에서 보여주려는 것. 단순히 재활용의 필요성을 외치기보단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재활용 과정을 보여주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아이디어다. 즉석에서 불량 없이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력이 바탕이 된 구상이기도 하다.



산업용 장치 개발하던 주신글로벌테크, 해양 플라스틱과 만나다


2018년 2월 문을 연 주신글로벌테크는 산업용 진공가압사출성형장치를 개발하는 회사다. 장길남 주신글로벌테크 대표는 전 직장 근무 시절 인도네시아 출장 과정에서 사업아이디어를 발굴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전력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플라스틱제품 불량률이 많았다. 제품을 뽑아 건조하는 과정에서 전력이 끊기면 수분이 제대로 건조되지 않은 탓에 불량이 발생한 것이다.

주신글로벌테크의 아이디어는 건조과정을 생략한 것. 사출성형 장치 내 기압을 15바(bar)가량 높이면 사출온도가 올라가는데, 열을 이용해서 수분을 날리는 게 기술의 골자다. 새 기계가 아닌 기존 기계에 추가하는 보조장치 형태로 경제성을 높였다. 습도와 온도가 높은 지역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데 효과적인 기술이다.

평범한 산업기술이 바다를 만난 것은 지난해 해양수산부의 '해양수산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다. 주신글로벌테크는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매달 한차례 컨설팅 과정에서 주신글로벌테크의 기술이 해양플라스틱 재활용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해양생태계 주범 중 하나다. 물고기나 거북, 고래, 상어 등 해양생물이 먹이로 오인해 섭취하고, 분해된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거쳐 인간에게까지 돌아온다.

안토니우 구테호스 유엔(UN) 사무총장은 2018년 "현대 동향이 계속된다면 우리 바다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1억t(톤) 이상 해양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져 '지속가능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주신글로벌테크의 진공가압장치를 통해 사출한 플라스틱제품(오른쪽). 기존 기술을 통한 제품(왼쪽) 표면이 매끄럽지 않아 불량품이 된 것과 차이를 보인다.  /춘천(강원)=이기범 기자 leekb@
주신글로벌테크의 진공가압장치를 통해 사출한 플라스틱제품(오른쪽). 기존 기술을 통한 제품(왼쪽) 표면이 매끄럽지 않아 불량품이 된 것과 차이를 보인다. /춘천(강원)=이기범 기자 leekb@
문제는 해양 플라스틱은 늘어나는 데 반해 재활용은 어렵다는 점이다. 바다에 폐기된 탓에 수차례 세척을 거쳐 염분을 씻어내야 한다. 이후 건조과정을 철저히 해야만 새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사출원료로 분쇄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수분이 덜 마르거나 공기방울이 남으면 불량 제품이 나오게 된다. 미세플라스틱은 제습과 건조과정을 거쳐도 소량의 수분이 남아 제품을 망치기 일쑤다.

사출성형과정에서 수분을 증발시키는 주신글로벌테크의 기술은 세척 이후 제습과 건조과정을 대신한다. 기존의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불량률이 30%였던 것과 달리 불량률 5% 미만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생산비용도 3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친환경 재활용에 주신글로벌테크의 기술을 접목한 결과 지난해 해수부 주관 해양수산 창업 콘테스트에서 '해양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앞세워 최우수상을 받았다.

장길남 대표는 "해수부의 창업액셀러레이터 컨설팅 이후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며 "이전엔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는데 해양수산 재활용 분야에서 수상을 하고 기술이 알리면서 회사가치를 재평가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로 나가는 산업용+친환경 접목한 사회적 제품의 투-트랙 청사진


주신글로벌테크의 진공가압장치를 통해 사출한 플라스틱제품(오른쪽). 가공시 수분으로 인해 기포가 발생한  기존 기술을 통한 제품(왼쪽)과 차이를 보인다. /춘천(강원)=이기범 기자 leekb@
주신글로벌테크의 진공가압장치를 통해 사출한 플라스틱제품(오른쪽). 가공시 수분으로 인해 기포가 발생한 기존 기술을 통한 제품(왼쪽)과 차이를 보인다. /춘천(강원)=이기범 기자 leekb@
지난해 주신글로벌테크는 창업 2년차에 매출 1억4000만원에 영업이익 1700만원을 올렸다. 창업 초기 유의미한 실적도 실적이지만 회사가치를 재평가 받은 게 가장 큰 수확이다.

"해양플라스틱 재활용 분야를 발굴해 사업범위를 확대하면서 10배 이상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고 장 대표는 설명했다. 지난 8일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3000만원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사회적 기업 분야와의 접목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그동안 업사이클링 분야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었다. 재활용을 위한 분류와 재가공 비용이 새 제품 제작에 맞먹기 때문에 '사회성'을 빼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해양플라스틱 재활용 역시 마찬가지. 플라스틱의 분류부터 세척, 가공, 제작까지 값싼 새 플라스틱 원료에 비해 재활용 원료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주신글로벌테크의 기술을 해양플라스틱 재활용 분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양플라스틱 재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제주에 위치한 '파란공장'과 MOU(양해각서)를 맺고 기술력을 제공하고 있다. 제주 지역 주민이 보다 쉽게 페트병 재활용을 할 수 있도록 뚜껑고리, 라벨 분리기를 개발해 제공하고 관광객 업사이클링 과정을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분쇄기와 사출·금형기기 등 일체를 개발해 체험관을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장 대표는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을 확대하려면 교육과 체험이 필요하다"며 "교육시설에 아이들이 부모와 함꼐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제공해, 재활용 인식을 높이려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동시에 해양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제품 생산 사업도 추진 중이다. 올해 연말까지 바다에서 그물 위치 등을 표시할 수 있는 부표와 재활용 보도블럭, 사무용품 제품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해양 폐기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제품이 출시되면 주신글로벌테크 기술을 활용해 비용절감과 양산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출성형기과 폐플라스틱 두 가지 분야를 앞세워 올해를 급성장 원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장 대표는 강조했다.

장길남 대표는 "업사이클링이 확산되지 않는 것은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기술이 없다는 점"이라며 "주신글로벌테크의 기술적인 부분을 사회적 기업과 협업을 통해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주신글로벌테크의 기술력이 가장 효과적인 곳은 습도와 온도가 높은 적도에 위치한 나라들"이라며 "사회적 기업 협업과 함께 코로나19(COVID-19)가 잦아드는 올해 하반기엔 해외 전시회 등을 통해 수출길도 발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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