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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20대 국회, 데이터 망명 촉진법으로 마무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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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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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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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권헌영 교수

우리는 늘 유종의 미를 강조한다. 하지만 최근 20대 국회를 마무리하며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법안 통과 실적이 저조하던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가 여야할 것 없이 무더기로 법안 통과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N번방 재발금지’ 법안을 중심으로, ‘CP 서비스 안정성(망 품질) 유지 의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방송통신재난관리 대상 포함’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 5월 6일 과방위 법안소위를 통과, 5월7일 과방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들 법안은 모두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 법안이다. 이들 법안 중 최근 언론과 정치권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던 ‘N번방 재발금지’, ‘CP 서비스 안정성 의무’ 법안 외 눈에 띄는 법안이 있다. 바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35조 방송통신재난관리 대상에 ‘데이터센터사업자’(이하 Internet Data Center, IDC)를 포함한 법안이다. 법안의 입법 취지는 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방송통신재난으로 IDC가 작동하지 않아, 데이터가 소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결국 ‘데이터 보호’가 주요 입법 목적이다.

과연 해당 법안이 ‘데이터보호’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필자는 오히려 국민과 사업자의 소중한 ‘데이터의 보호’가 아니라, ‘데이터 망명’을 촉진할 입법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개정안은 한국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해외사업자의 IDC가 방송통신재난기본계획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모호하다.

설사 의무 대상에 포함되어도 법적주체가 해외에 설립된 외국계 사업자일 경우, 국적 국가와의 합의 없이 집행할 경우, 주권침해로 국제법적 분쟁을 야기할 수 있어 다른 역차별 법처럼 제대로 된 집행관할권을 확보하기 힘들다. 전 세계 유례없는 입법으로 현실적으로 해외사업자에게 관련 의무를 준수하도록 강제하기 힘들 것이다.

이렇게 해외사업자의 IDC가 방송통신재난관리계획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관련된 규제 준수 부담은 결국 국내사업자에게만 돌아가게 되어 있어 공정한 경쟁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국의 클라우드 산업, 나아가 전 세계 클라우드 산업은 미국계 사업자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 준수 비용으로 지금도 버겁게 경쟁하고 있는 한국 클라우드 사업자의 경쟁력 하락이 예상된다.

설사 외국계 사업자의 IDC가 재난관리 대응 의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어떤 IDC 사업자도 재난관리기본계획 수립, 이행, 책임자지정, 기술기준 준수, 타 사업자와 영업비밀인 설비통합운용 자료 공유, 정부의 설비 감독조사권 보장 등 과도한 수준의 의무를 이행하면서까지 한국 내 IDC를 주재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기고]20대 국회, 데이터 망명 촉진법으로 마무리하나

결국 대부분의 외국계사업자는 그나마 있는 한국 IDC를 철수, 해외로 이전할 것이고, 우리 국민과 사업자의 소중한 데이터는 한국의 입법, 행정, 사법 관할권 밖에 있는 해외 IDC에 저장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결국 국회가 ‘데이터보호’를 위해 도입한 법이 데이터주권 상실을 촉진시킬 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관련 법안은 얼핏보면 정당한 명분이 있는 법안처럼 보인다. 코로나라는 글로벌 재난 상황을 경험한 현 시점에서 어쩌면 재난에 대해 충분한 사전 대응을 하는 것은 현명한 결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늘 입법에 따른 파급효과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과연 해당 입법이 그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필수적 조치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

데이터보호를 위해 도입한 법안이 사실은 데이터망명, 나아가 데이터주권을 상실시킬 수 있는 법안이라면 겉으로 아무리 좋은 명분이라도 섣부르게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20대 국회가 진정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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