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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장관 “문화콘텐츠 숨소리조차 수치화…‘K방역’처럼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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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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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1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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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취임 1주년 맞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코로나19 시대, 새로운 한국문화의 힘 보여줄 것"

취임 1주년을 맞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코로나19 시대에 맞게 문화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며 "신기술과 유통망 확보를 통해 한국 문화의 새로운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취임 1주년을 맞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코로나19 시대에 맞게 문화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며 "신기술과 유통망 확보를 통해 한국 문화의 새로운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요즘 취침 시간은 코로나19 이전보다 2시간씩 더 늦어졌다. 중앙대책본부 회의 자료나 기타 중차대한 사안 검토하다 잠든 새벽 2시 취침이 이제 일상이 된 것이다. 박 장관은 “하루 4시간은 자니까,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보다 많이 자는 것 같다”고 웃었다.

코로나19의 위험성과 거리두기 핑계로 현장에서 멀어질 법도 한데, 그는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현장을 챙겼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5월 6일까지 30차례 현장을 방문했고, 이중 종교계만 18회 만났다. 타협하기 힘든 종교 집회의 작은 거리두기 성공은 그의 끝없는 호소와 부탁의 공을 배제할 수 없다.

1년 전 취임식 때 의례적 인사로 들렸던 ‘현장 장관’의 원칙은 지금도 흔들림이 없다. 그는 미사여구로 기대를 품게 하거나 달변으로 정책을 미화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무조건 현장에 달려가서 관련 업계의 얘기를 듣고, 이를 통계 수치화해 정책에 반영한다. 소통이 필요하면 끊임없이 대화하고, 문화 콘텐츠의 산업화를 주문할 땐 통계로 증명한다. ‘소통’과 ‘산업’은 재미없는 원칙론자의 버릴 수 없는 카드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스마트워크센터에서 만난 박양우 장관은 “겨우 1년 지났나. 3년은 한 것 같은데…”라는 농으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현장을 ‘현실적’으로 구체화한다. 목숨 걸듯 파고드는 이유는.

“2008년 문체부 차관 마치고 대학 11년, 문화예술 단체 CEO, 민간 기업 사외이사 등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다 해본 것 같다. 그때마다 느낀 건 정책은 현장에 바탕을 두지 않으면 반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대학 때 배운 시장 경제이론에서 수요공급 법칙을 빗대자면, 정부 정책은 공급이고, 현장은 수요다.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가격이나 양의 예측이 틀리기 때문에 반드시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인터뷰에 나선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이기범 기자<br />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인터뷰에 나선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이기범 기자

-코로나19 현장에서 들은 의견들은 어떻게 정책에 반영됐나.

“2월부터 바로 분야별 특별융자를 실시했다. 현재 관광 1000억원, 스포츠 500억원, 예술인 긴급 생활안정 자금 지원 70억원 규모로 확대했다. 이번에 고용노동부가 추진한 고용보험에 예술인이 포함된 것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뒤 예술인의 고용효과가 낳는 경제적 가치를 끊임없이 강조한 결과다. 세계 한류 동호회가 9900만명 수준이고 우리 콘텐츠산업이 106조에서 125조로 18% 성장했다는 등 우리 문화 콘텐츠의 숨소리조차 수치화해서 고용노동부에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예전의 한류는 문화예술의 상징처럼 비치거나 국가 브랜드 높이는 측면만 부각했지만, 지금은 산업의 가능성과 미래 먹거리로 가장 확실한 분야라는 사실을 통계로 얘기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속 국민의 우울감도 커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상황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긴장감을 갖고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똑같이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불안정한 가운데 안정을 살아내야 하는 역설의 상황에서 국민도 ‘뉴노멀’(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수용하고 인정해야 할 때다. 정부는 그런 상황에서 일상의 회귀나 향유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얼마만큼 최대한 공급해 줄 수 있는지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화생활 향유의 욕구를 제공할 수 있는가.

“우선, 비대면이 일상화하는 시대에 온라인 디지털을 매개로 문화, 예술, 관광, 체육의 콘텐츠를 충분히 제공해줄 수 있느냐다. 두 번째는 관객 없이 이어지는 콘텐츠를 온라인을 통해서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넘어 ‘이용자들의 콘텐츠’를 만드는 고민도 필요하다. 지금보다 더 재미있고 다양하고 획기적인 콘텐츠 제작이 그렇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VR(가상현실) 시대에 새로운 기술을 보편적으로 활용해 비대면 이용자를 위해 적용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한류의 재도약 등을 위한 새로운 정책이 마련되는가.

“위기를 기회로 만든 가장 성공한 사례가 ‘K방역’이다. 우리의 국격을 높이고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데 기여하지 않았나. 앞으로 한류를 역으로 더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예술인의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율 1%대의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늘리고 예술창작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통해 창작 활동의 맥을 이어줘야 한다. 한류 3.0 시대에 중요한 핵심 중 하나는 장르 다양화다. 우리의 전통 음악은 ‘K팝’처럼 될 수 없는가. 한류 하면 영화, 대중음악, 드라마로 한정 짓는 태도와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뉴욕문화원장 시절, 줄리어드 음대 우수생 10%가 모두 한국인이었다. 우리의 문학은 텍스트가 약해서가 아니라 번역이나 유통의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체부 예술국도 이제 신한류의 핵심부서가 돼야 한다. 재능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주력할 것이다.”

박양우 장관 “문화콘텐츠 숨소리조차 수치화…‘K방역’처럼 위기를 기회로”
박 장관은 예술인의 복지나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그 너머 시스템을 봐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2월 ‘한류협력위원회’를 출범하고 위원장을 맡은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기 때문. 13개 부처에 흩어진 사업들을 연계해 한류를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민간 차원에서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를 추진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선도국가’의 맥락에서 필요한 장치인 셈인가.

“이는 단순히 코로나19 위기에서 나온 대응책이 아니다. 몇십 년 전부터 주장했지만, 실현되지 못한 부분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우리의 뛰어난 콘텐츠도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끌어안는 작업이 지금 시대에 필요하다. 미술이나 문학 등 콘텐츠가 뛰어나도 세계 시장 진입이 어려운 것은 세계적인 유통 업체(플랫폼)와의 협업 시스템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우리 유통사들도 세계적인 유통사의 일원으로 들어가고, 경쟁을 갖춘 뒤 독립 유통망을 확보하는 점진적 단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선도국가에 갈 만한 충분한 콘텐츠가 있기에 유통망 확립으로 가능성을 더 높여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한류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상, 그런 역할에 집중할 생각이다.”

-비대면 콘텐츠 활성으로 예산 쓰임도 달라질 것 같다.

“국제 관련 관광 쪽은 연말까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예산들은 대폭 줄이고 ‘생활 속 거리두기’에 맞는 예산 집행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내수 문화예술 시장, 국내 관광, 체육 시장 활성화 같은 분야에 중점적으로 배치하면서 비대면 콘텐츠 예산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체부 예산은 올해 처음 6조원을 돌파했다. 비대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일상’을 위한 예산도 1500억원 이상 마련됐다. 공연예술 관람료 지원 130억원, 영화관람 활성화 지원 90억원,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 160억원 등은 내수 조기회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박 장관은 “(이태원) 클럽과 달리, 방역 수칙을 지키는 상황에서 내수 진작 효과를 일으키는 사업들은 체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콘텐츠 제작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신설된 ‘모험투자펀드’는 2022년까지 45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모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활성 지원책’들이다.

-답보 상태인 남북 관광 등 문화 교류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남북 협력의 길은 계속 이어갈 것이다. 최근 정례브리핑에서도 남북 관계를 진전시킨다는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 있고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 ‘도쿄올림픽 등 국제대회 공동 진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문체부 역할에서도 사명을 다할 생각이다. 특히 한반도 문화라는 큰 틀에서 ‘비무장지대(DMZ) 세계유산 남북공동 등재’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박 장관이 취임식 때부터 강조해 온 또 하나의 키워드는 ‘한글’이다. 문체부는 ‘신어 3일 대응체계’를 구축해 외국어가 나오면 3일 내 쉬운 우리말로 만들어 알리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의 한글 사랑은 국무회에서도 ‘공개 지적’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다른 부처에서 외국어가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면 일일이 지적하며 “외국어는 괄호 열고 써달라”고 주문하는 일이 적지 않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내 경쟁력있는 문화 콘텐츠를 순수예술까지 포함해 세계 시장 진출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며 "비대면 시대에 걸맞은 온라인 콘텐츠 개발에도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내 경쟁력있는 문화 콘텐츠를 순수예술까지 포함해 세계 시장 진출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며 "비대면 시대에 걸맞은 온라인 콘텐츠 개발에도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외국어가 보편화한 시대에 고리타분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언어가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고 다행이지 않나? 말은 잠재력으로 시작해 의식을 지배하는 행위이고 한 문화의 틀을 짜는 것이라고 본다. 국제화 시대에 영어 사용이 무슨 문제냐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소통의 격차를 줄이는 데 가장 필요한 정책이다. 특히 정부와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 한해 한국어능력시험 전 세계 응시자가 38만명이나 된다. 우리의 말과 문화에 대한 자존과 존중에 대한 문제라고 본다.”

-코로나19 시대, 국민 행복을 위한 문체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취임사에서 문체부를 국민행복부라고 했다. 문화 예술 체험부터 자기계발, 여행까지 두루 맛볼 수 있으니까. 국가경제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문화가 산업화 되는 현장을 눈앞에서 보니, 국가경제부 역할도 한다. 전 세계 32개 한국문화원과 관광 지사를 둬서 외교부 역할도 같이한다. 문체부는 그렇게 이곳저곳에서 영역을 가리지 않고 행복을 위한 삶에 관여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엔 아직 부족하지만 비대면 콘텐츠를 생성하며 ‘집콕 행복’을 위해 애쓰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더라도 대면과 비대면 등에서 행복에 기여할 노력들을 다할 것이다.”

박 장관은 인터뷰가 마무리될 때 즈음, “다시 현장을 가봐야 한다”며 옷 매무새를 고쳤다. 지난 3개월간 단 하루도 쉬어 본 적 없다며 웃는 그의 거칠고 그을린 얼굴엔 노동자의 표정이 스쳤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장관은 연습 기간이 필요한 자리가 아니라, 전문가가 돼서 다 쏟아놓고 나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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