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가제' 뭐길래…없애면 통신비 오른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열린 국가연구개발 혁신을 위한 특별법안 심사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원욱 소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 뉴스1

30년 이어 온 ‘통신요금 이용약관인가제(이하 인가제)’ 폐지 여부를 두고 업계와 시민단체 간 찬반 여론이 뜨겁다. 시민단체들은 요금 인가제가 폐지되면 통신사가 고가 요금제 위주로 상품을 구성해 결국 통신비 인상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반발한다. 반면 통신업계는 인가제가 오히려 이통사들의 담합을 부추겨 다양한 요금제 출시를 막아온 병폐로 보고 있다.
30년 이어온 업계 난제…'통신요금 인가제' 뭐길래
통신요금 인가제란 유무선 통신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거나 요금 인상시 정부의 인가(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약탈적 요금 과도한 요금인상을 막아 시장 왜곡과 이용자 후생 침해를 막겠다는 취지로 지난 1991년 도입됐다. 이에 따라 이동전화와 유선전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는 각각 새로운 유·무선 요금 상품을 출시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사업자 간 자유로운 요금 경쟁을 가로막고 결과적으로 통신사들의 요금 담합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2014년 정부가 폐지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통신요금 원가 산정 자료 공개’ 논란이 제기된 것도 주된 이유 중 하나다. 매년 사업자가 제출하는 ‘(통신요금) 원가산정 자료’는 요금 인가 심사를 위한 기반 자료로 활용돼왔는데, 영업기밀 침해 논란이 제기됐던 것. 여기에 해외에서는 대부분 신고제로 운영하는 상황도 고려됐다. 하지만 인가제를 폐지했을 경우 독과점으로 인한 통신비 상승 등 부작용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가시지 않으면서 결국 법 개정은 흐지부지됐다.

그러던 중 이달 초 인가제 폐지 조항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되면서 30년 가까이 유지되던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인가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인가제 폐지하면 통신비 정말 오를까…'유보신고제' 대안으로
반발은 여전하다. 관련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인가제가 없어지면 이통3사들이 비싼 요금제를 출시해도 견제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진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부의 이통사 요금 수준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논리다.

시민단체들은 고가 논란에 휩싸인 5G 요금제 가격을 다소 낮추는 데 인가제가 기여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5G 상용화를 앞두고 SK텔레콤이 7만원 이상의 고가요금제로만 구성된 요금제안을 제출했는데, 정부가 저가요금제 이용자 차별을 이유로 요금제를 인가해 주지 않아 5만원대 요금제를 추가했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들은 “요금인가제 폐지안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다 중단한 대표적인 통신사 배불리기 법안”이라며 “명백한 이동통신 요금 인상법이자 정부와 국회의 이동통신 공공성 폐기 선언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유보신고제’가 그 대안으로 법 조항에 포함돼 있어 시민단체들이 우려하는 통신비 인상 우려는 없다고 반박한다. 유보신고제가 도입되면 SK텔레콤 등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신규 요금제를 최초로 신고한 이후 정부가 15일간 심사해 문제가 발견될 경우 반려할 수 있다. 기존 인가제의 절차를 줄여 요금 경쟁을 촉발하면서도 고가 요금제 편성 등 지나치게 이용자 후생에 불리한 경우 정부가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를 남겨둔다는 취지다.


업계에선 이동통신 3사간 요금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이용자 확보를 위해 가격 인하 경쟁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기존에는 SK텔레콤만 요금제를 인가받았고 이를 기준으로 후발 사업자가 요금제를 구성하면서 자유로운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인가 요금에 엇비슷하게 따라가는 요금 담합을 유발하고 오히려 사업자 간 건전한 요금 경쟁을 어렵게 한다”며 “이는 결국 이용자 후생을 반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