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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일자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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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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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work)’이란 역학적으로는 어떤 물체에 일정한 힘을 가해 움직이게 할 때 전달되는 에너지를 말하지만, 경제학적으로는 사람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생계활동을 말한다.

그래서 일자리란 인간에게 있어서는 생존의 도구다. 실업의 두려움은 생존 도구의 상실이라는 데서 온다.

최근 코로나19의 후폭풍은 생존 도구 상실의 거대한 쓰나미를 몰고 온다. 정부는 100년 전 대공항에 버금가는 위기라며 일자리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일자리 유지를 요구하는 한편, 제조업 해외공장을 다시 국내로 되돌리는 ‘리쇼어링’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래서 기업인들에게 해외에 나간 공장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다시 불러오기는 쉽지 않다고 답했다. 베트남이나 중국 등 외국의 투자환경과 국내의 차이 때문이란다.

과거 베트남에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을 지을 때의 일이다. 베트남 공산당 내에서도 삼성에 토지 무상 사용권과 50년 법인세 우대혜택 등을 제공하겠다고 하자, 특혜시비로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이때 베트남 총리는 “삼성이 국내에 공장을 지으면 실업자 10만명을 채용한다. 그 10만명은 정부가 먹여 살려야 할 국민들이지만, 공장이 들어서면 삼성이 임금을 지급하고, 그 돈으로 직원들은 세금도 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실업자 10만명을 먹여 살리는 데 돈을 쓰는 게 옳을지, 아니면 혜택을 주더라도 기업을 유치해 그 10만명이 일하며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게 옳을지”를 반대론자들에게 물었고, 베트남 의회에서는 더 이상 혜택제공에 이론이 없었다고 한다.

또 한번은 중국 시안시 당국자가 반도체 공장 건설에 어려움이 없는지를 삼성 측에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삼성 임원은 “반도체 공장의 규모가 커서 주변 도로가 공장과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별 뜻 없이 지나가는 얘기로 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 다음 달에 다시 중국으로 갔더니 공장 부지와 겹치는 도로가 사라지고, 새 도로가 공장 옆으로 나 있었다고 한다. 국내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면 시민단체나 정치권에서 친재벌 정권이라며 뭇매를 맞았을 일이다.

노동자 중심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칼 마르크스’의 후계자들인 이런 사회주의 국가들조차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유치에 얼마나 힘쓰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경쟁력의 핵심은 기술력의 향상과 더불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자본가들의 배만 불리는 선택이라고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자리 창출은 어떤 것이 옳은 지 ‘정의(正義)’를 규정하는 철학의 문제다. 철학자 존 롤스는 저서 ‘정의론’에서 모든 사람이 기본적인 자유와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대전제 속에서도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이득이 되는 조건에서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용인될 수 있다고 했다.

공장건설을 예로 들어보자. 외자기업에 특혜를 제공하지 않아 공장설립이 무산돼 그 기업에도, 10만명의 베트남 실업자(최소수혜자)에게도 이익이 없는 상태와, 혜택을 제공해 기업도 돈을 벌고 10만명도 일자리를 얻어 이익이 생길 때 어떤 것이 더 정의에 부합하느냐는 게 존 롤스의 물음이다.

최소수혜자인 실업자가 일자리를 얻는 과정에서 기업의 이익이 더 늘어나는 불평등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최소수혜자의 이익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한 이런 불평등은 용인될 수 있다는 게 ‘정의론자’인 존 롤스의 답이다.

국내 근로자의 임금은 같은 업무의 베트남 노동자의 10배 수준이다. 게다가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공장 부지를 무상임대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 공장을 들여오라고 한들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다. 모두 한발씩 양보하지 않으면 결국 모두 잃는 상실의 시대를 경험할 것이다. 노사 모두에게 쉽지 않는 대타협 선택의 시간만이 남았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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