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제로금리 수준 필요…돈 더 푸는 건 신중히"

/자료=KDI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0%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낮춰야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권고가 나왔다. 추가로 재정을 푸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됐다.


KDI는 20일 발표한 '경제전망'을 통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와 물가 하방압력에 대응해 가급적 이른 시기에 기준금리를 최대한 인하한 후,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DI는 "코로나19로 경제성장세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 내외로 하락해 적극적인 통화정책 운용이 시급하게 요구된다"며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0% 안팎으로 하락하며 실질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현 기준금리 0.75%가 최근 상황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이어 "우선 기준금리를 0%에 충분히 가까운 수준으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만으로는 경기 회복과 물가상승률 안착에 불충분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향후 국채 매입을 비롯한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도 적극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보다 광범위한 경제주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파급효과도 크다는 점에서 우선 고려될 필요가 있다"며 "재정지출 증가에 따른 국채 발행의 가능성이 높기에 통화당국은 민간부문의 유동성이 충분히 유지되도록 국채 공급을 일부 흡수하는 정책조합으로 현 위기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고 설명햇다.


KDI는 물가가 안정목표인 2% 수준까지 올라간 뒤 통화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향후 경기 회복이나 농산물, 국제유가의 상승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일부 반등하더라도 통화정책 정상화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충분히 안착할 때까지 인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정정책은 코로나19 적극 대응하되 추가 지출의 규모와 구성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확정된 23조9000억원 규모의 1·2차 추경 집행을 신속히 완료해도 경기부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적극 고려하되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는 성격의 지출 증가는 면밀한 검토가 먼저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재정수입 확보 방안을 병행해 추후 본 예산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작년부터 지속된 법인실적 악화 및 코로나19 확산의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올해 국세수입이 예산상 계획치를 큰 폭으로 밑돌 것"이라며 "계획된 재정지출이 연내 원활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세입예산 또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KDI는 최근의 급격한 재정적자 증가가 향후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차례의 추경으로 관리재정수지는 -3.5→-4.5%로 악화되고 국가채무비율은 39.8→41.4%로 늘어난다.

KDI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단기적 지출 확대와 조세부담 완화는 경기회복 이후 정상화된다는 점을 명시해 재정건전성에 대한 민간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며 "한시적 지출 및 감세조치는 고착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세출 증가 속도를 최대한 통제하는 한편, 재정수입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대안 모색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