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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깨운 빅브라더[디지털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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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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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사진출처=게티이미지.
# 이동전화 기지국은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발생 직후 ‘숨은 클러버’들을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방역당국은 기지국 데이터를 토대로 특정 기간·시간대 클럽 일대에서 30분 이상 머물렀던 1만905명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확보했다.

 상당수 사람은 이제야 알았다. 전화를 걸거나 받은 이의 접속기록뿐 아니라 수신대기 중인 모든 휴대폰 정보까지도 내 주변의 기지국이 감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원이 꺼져 있지 않은 스마트폰은 사용하지 않아도 메신저 수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때문에 근처 기지국과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는다. 기지국 데이터만으로 사용자의 위치도 추정할 수 있다. 이태원처럼 기지국이 촘촘히 겹쳐있는 도심의 경우 휴대폰과 가까운 여러 기지국간 신호세기를 분석해 골목 단위까지 추적할 수 있다는 귀띔이다.


법에 따라 이통사들은 그 정보를 일정 기간 삭제할 수 없고 법원 영장을 제시한 수사기관, 전염병 방지를 위해 정부기관이 요구할 때 자료로 제출해야 한다. 덕분에 방역당국은 빠르게 후속조치에 나설 수 있었고 국민들은 안도했다.

# 디지털기술의 신박함(?)에 많은 이가 새삼 놀랐지만 한편으론 씁쓸하다. 우리가 이미 빅브러더 시대의 정점에 살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지국과 서버, DB(데이터베이스) 곳곳에 우리 일상의 흔적들이 남는 초연결사회다. 주머니 속 휴대폰에 따라붙는 기지국 장비에, 수시로 접속신호를 보내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서버와 클라우드에 장소 이동경로가 자동 기록된다. 카드 결제정보도 마찬가지다. 언제 어떤 식당과 쇼핑몰에 들렀는지, 같은 장소에서 누구와 마주쳤는지 결제망은 알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확진자의 기억에 의존하지 않아도 방역당국이 그들의 동선을 낱낱이 파악할 수 있었던 것도 휴대폰 기지국과 결제망 정보 덕분이다. “잡힐 일 절대 없다”고 장담하던 ‘n번방’ 가담자들이 결국 꼬리를 잡힌 이유도 그들이 어딘가 남긴 디지털 흔적 때문이다. 익명이 보장되는 텔레그램과 가상화폐를 썼다지만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통하는 이 시대를 살면서 경찰의 그물망식 디지털 수사기법을 피하진 못했다.

# 디지털기술과 데이터는 코로나19 퇴치에 효과적인 건 분명하다. 확진자 역학조사에 걸리는 시간도 10분이면 족하다. 그만큼 빨리 감염원 혹은 접촉자를 찾아낸다. 코로나19 자가격리 앱과 전자팔찌로 일일이 보건담당자가 현장 방문하지 않아도 격리대상자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그들의 위치를 실시간 파악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국면에 세계 각국은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코로나19 감시·추적시스템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항과 기차역 등 공공장소에 발열측정기와 AI(인공지능) 안면인식기를 설치했다. 붐비는 인파 속에서 발열이 있는 사람을 찾아 신원을 확인한다. 중국과 미국, 프랑스 일부 도시에선 시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감시를 위해 드론(무인기)까지 띄운다. 이스라엘의 경우 법원 영장 없이 코로나19 잠재 감염자들의 휴대폰에 접근해 실시간 위치를 빼낼 수 있는 긴급명령까지 발동했다.

# 다른 면으로 보면 디지털기술과 데이터는 더 없는 공동체 감시와 통제수단이기도 하다. ‘잔인한 바이러스’에 대한 집단공포는 국가권력의 시민감시와 통제를 정당화하고 고착화한다. 디지털 감시체계의 효과를 한번 맛본 권력이 이를 스스로 내려놓긴 쉽지 않다. 명분은 널려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끝나더라도 제2의 팬데믹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이다. 공동체 안전을 위협하는 게 어디 전염병뿐이겠는가.

디지털기술로 빠르고 효과적으로 시민사회를 감시하고 통제하고 싶은 건 어쩌면 권력의 본능일지 모른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꺼내든 주요 통제정책을 두고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기술로 모든 사람을 24시간 감시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위기가 끝나더라도 디지털 감시체계는 일상화할 것이라는 게 그의 경고다.

 전례 없던 바이러스의 역습에 놀라 우리 스스로 판옵티콘(중앙 감시탑 위에서 아래 죄수들을 한눈에 감시할 수 있는 원형감옥) 울타리 속에 갇히길 원하는 것은 아닐까. 코로나19가 초연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사회에 던진 묵직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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