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나라 물건 안사" 불매운동으로 번진 미중 갈등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9.6.29/뉴스1 ⓒ 로이터=뉴스1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미중갈등으로 양국 국민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미중관계가 악화일로를 걷자 서로 상대국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9일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일어난 분열이 각 나라 제품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OO산 제품 불매'까지 번진 미중 갈등최근 도이치뱅크의 빅데이터 플랫폼 dbDIG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응답자의 41%가 중국산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중국인 응답자의 35%는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워싱턴 소재 FTI컨설팅이 실시한 별도의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인 응답자의 78%가 만약 어떤 회사가 제조 공정을 중국 밖으로 이전했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미국인 응답자 55%는 지난 1월 체결된 1단계 미중 무역협정에서 '미국 상품을 구매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을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위기 동안 미중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중국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했고 중국은 이를 맞받아쳤다. 이같은 정치적 행동이 상대국에 대한 양국 소비자들의 반감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압지트 왈리아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는 "미중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상대국 제품을 완전히 배제할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두 나라 모두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상업적 민족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혐오가 커지고 있음을 이번 조사는 보여준다"고 말했다.

[워싱턴=AP/뉴시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와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공식 서명하기 전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류 부총리를 세워 두고 약 1시간 동안 의기양양하게 발언을 이어갔다. 2020.01.16.

코로나19 위기, 글로벌 공급망서 중국의 입지 좁혔다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세계화와 다자간 무역을 받아들인 이후 글로벌 공급망의 큰 축을 차지해왔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기능하며 전 세계에서 막대한 무역 흑자를 거두며 제2의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했고, 그동안 미국 소비자들은 값싼 중국산 제품을 소비하며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은 기존 글로벌 가치사슬에 대한 재고를 촉구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위기로 의료기기, 의약품 등 필수품 생산을 중국에 지나지체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위기감을 느꼈다. 이 결과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던 위치가 좁아졌다는 평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은 주주, 감독기관, 정부로부터 공급망을 국산화하고 향후 충격에 더 탄력적으로 대처하도록 대비하라는 압력에 직면해있다"고 전했다.

술만 칸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국제사·중국외교관계학 교수는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중국의 적극적 외교가 오히려 미국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이 최근 기업에 지원하는) 국수주의적 정책도 결국 역효과로 돌아올 수 있다"며 "문제는 너무 늦을 때까지 미중갈등의 후폭풍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