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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지옥' 약관 분쟁, 끝없는 다툼 끝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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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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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21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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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보험 약관을 둘러싼 분쟁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소소한 분쟁은 말할 것도 없고 수천억원대 대규모 분쟁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5년 내만 봐도 자살보험금, 즉시연금 등 굵직한 약관 관련 분쟁이 연이어 터졌다. 요양병원 입원비와 관련한 암 보험금 분쟁도 진행형이다.

크게 일이 터져 한바탕 싸움을 치른 뒤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약관 문제를 근본적으로 손 봐야 한다는 지적은 번번이 나온다. 그렇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다.
금융당국이 약관을 쉽게 만들겠다면서 그림 등을 활용한 시각화된 약관 요약서를 마련한다는데, 해결책이 될 지 미지수다. 약관의 문구 하나를 놓고도 끝없는 해석과 설전이 오가서 국어사전까지 등장하는 마당에 그림은 몇 년 후에 더 큰 해석 문제를 불러오는 건 아닐지 걱정도 든다.

물론 약관을 읽기 쉽게 만들겠다는 취지에 반대할 뜻은 없다. 하지만 보험금 지급이 계속 발생하는 보험업의 특성상 약관을 둘러싼 분쟁은 어떻게든 피해가기 어렵다. 그렇다면 핵심은 분쟁을 최소화하는 근본적인 방안을 찾는데 맞춰져야 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과거 즉시연금 사태로 시끄러워지자 국회에서 약관 문제와 관련해 금감원의 책임은 없냐는 질문을 받고 “수만 가지 상품의 약관들을 금감원이 일일이 다 심사해서 적부를 판정할 인력이나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제한된 인력으로 수 만 가지 약관을 금감원이 다 심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약관에 개입하지 말고 전적으로 보험사에 맡긴 후 약관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당 보험사를 엄벌하면 된다. 미국은 약관 작성부터 전 과정을 자율에 맡기고 이후 책임도 보험사가 전적으로 진다.

국내 보험사들이 약관 문제를 책임질 능력이 없어 보인다면 일본처럼 하면 된다. 일본은 모든 보험 상품 약관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는다. 대신 약관과 관련한 문제가 생기면 당국이 같이 책임진다.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일본식 인가제를 유지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미국식 자율 규제를 지향한다. 분쟁이 생기고 나서야 뒷수습 하면서 모든 책임은 보험사에게 돌린다. 그러니 잡음이 더 커지는 사태가 반복된다.

분쟁 해결도 꼭 금융당국이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약관의 해석을 둘러싸고 분쟁이 생기면 민간자율조정 기구를 통해 해결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보험 관련 민원이 발생하면 감독당국인 금융청이 아니라 생명보험협회 내 생명보험상담소가 분쟁을 조정한다. 보험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조율하다 보니 계약자가 조정 결과를 수용하는 비율이 높아 법정 분쟁으로 비화하는 일도 거의 없다고 한다. 민간자율조정 기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문화가 오랫동안 자리 잡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약관 문제를 하루 아침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 보험사와 계약자 간 불신도 깊어서 민간자율조정 기구가 생기더라도 한동안은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소비자보호’만을 외치며 약관 문제를 다룰 수도 없다. 금융당국은 약관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약관을 만드는 데 개입할 거면 책임도 함께 지고, 그게 아니라면 사후에 규제만 엄격하게 하면 된다. 또 약관 해석을 둘러싼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금융회사와 소비자 모두 신뢰할 수 있는 민간자율조정 기구를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머니투데이 금융부 차장 전혜영
머니투데이 금융부 차장 전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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