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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나갔던 기업 유턴? 수도권 가는 길부터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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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혜민 기자
  • 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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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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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메이드 인 코리아'] ④일자리 먼저! 규제 풀자 (上)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 시대 달라진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정책은 ‘제조업 리쇼어링’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무역·투자 상대국의 국경봉쇄가 잇따르면서 우리 기업이 고전하고 있다. 소비시장과 저임금 인력을 찾아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제조업 생태계는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짜인다. 대기업을 돌아오게 하는 과감한 정책전환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14년전 파주에 LGD 들어서자 노무현 "참 잘된 결정"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공장 부지를 결정할 때 국무회의에서 결정을 했는데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 와서 보니까 참 잘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6년 4월2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기 파주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공장 준공식에서 남긴 소회다. 한국을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이끈 파주 LCD(액정표시장치) 생산공장은 하마터면 중국이나 대만에 세워질 뻔했다. 대규모 공장 신·증축을 막는 '수도권 규제' 때문이었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는 살펴보고 바로 조치토록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규제를 풀고 공장 설립을 허용했다. 이후 LG디스플레이는 파주 공장을 발판으로 LCD 세계 1위 기업에 올라섰다.

14년이 지난 지금도 기업들은 참여정부 때와 같은 결단을 요구한다. 40년 가까이 발목을 잡아온 수도권 규제를 과감히 풀어달라는 얘기다. 기업들이 최우선 규제 완화 대상으로 꼽는 수도권 규제는 1982년 시행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시작됐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분산해 "수도권을 질서 있게 정비하고 균형 있게 발전시킨다"는 목적이다

현행법은 수도권을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구분해 규제한다. 과밀억제지역은 공업지역 지정이 제한되고 성장관리·자연보전권역은 정부 허가를 받아 공장을 지어야 한다. 대규모 개발사업은 별도 허가를 받도록 했고, 수도권 공장의 신증설 총 면적 허용량을 정해두는 총량규제도 도입했다. 이외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 적용되는 법만 9개에 이른다.

기업을 옭아매는 빈틈 없는 '거미줄 규제'는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하기보단 부작용이 더 크다. 수도권이 막히면 '풍선효과'에 따라 지방으로 갈줄 알았던 기업들이 해외 이전을 택했기 때문이다. 투자 메리트가 적은 지방에 가느니 중국, 베트남 등 외국에 공장을 짓는 게 낫다는 논리다. 2015년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08년 수도권 투자 의사를 밝혔던 기업 118개사 가운데 지방으로 옮긴 기업은 9개 뿐이었다. 28개 기업은 수도권 규제로 투자계획을 철회하거나 공장을 해외로 이전했다. GDP(국내총생산), 일자리 등 기업을 해외로 떠나보낸 손실은 경제 전반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해외 수도권 규제 완화사례./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해외 수도권 규제 완화사례./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정부가 해외로 나간 기업을 다시 불러들이는 유턴기업(국내복귀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 역시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도 수도권으로 복귀할 경우 입지·설비보조금 혜택에서 배제된다.

과밀억제권역 안에 공장을 세우면 법인·소득세, 관세 등 세제지원도 받지 못한다. 이런 탓에 2013년 12월 지원법이 시행된 후 유턴 기업으로 인정받은 곳은 68개사에 그쳤다. 강력한 수도권 규제는 한국에 투자하려던 외국인투자기업이 발길을 돌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2006년 영국계 기업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백신 제조공장을 경기 화성에 세우려다가 공장총량제로 투자를 포기한 게 대표 사례다.

기업 입장에선 수도권을 포기하고 지방에 공장을 둘 이유가 없다. 특히 고급인력 중심의 첨단산업일수록 인재 확보를 위해 수도권을 원한다. 경기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고 있는 SK하이닉스 (82,600원 상승400 -0.5%)도 애초에 수도권 외 지역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용인행을 위해 정부의 특별물량 배정 과정을 거치는 것은 물론 유치를 희망한 타지역 민심을 달래는 데 애를 써야 했다.

해외 각국은 우리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1950년대 고도성장기 도쿄에 집중된 인구·산업을 분산시키기 위해 수도권 규제를 도입한 일본은 2000년대 들어 규제 폐지로 돌아섰다. 입지제한 관련 법을 없애며 자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도 수도권에 대한 규제 대신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대도시권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국내에서도 수도권 규제를 풀면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연구원은 수도권 규제 완화시 일자리 94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COVID-19)를 계기로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재편되면서 수도권 규제를 손 볼 필요성은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전세계가 'K-방역'에 주목하는 시점에서 기업 투자를 고민하게 하는 대못 규제를 뽑아 한국의 매력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권혜민 기자



"디지털·그린뉴딜 기업에 수도권을 許하라...그러면 일자리가"



해외 나갔던 기업 유턴? 수도권 가는 길부터 열어라

해외에서 국내로 발을 돌리려는 기업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생산시설 입지와 인력이다. 모든 기업이 그렇듯 비용과 노동시장을 고려하면 서울 근처, 수도권을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공장총량제를 포함한 각종 규제에 묶인 탓에 수도권 안에 생산시설을 짓는 것은 희망 사항에 그칠 뿐이다.

제조업을 국내로 돌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유턴지원대책도 수도권을 찾는 기업엔 그림의 떡이다. 포스트 코로나19(COVID-19) 국면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선, 유턴 지원에 한해서라도 공장총량제 등으로 대표되는 수도권 규제를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현재 수도권 규제는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방 균형발전을 목표로 두고 있다. 197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생긴 수도권 집중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 하지만 2020년 글로벌 경쟁시대,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쟁에는 수도권 규제의 효과는 적은 데 반해 기업이나 도시 경쟁력에 족쇄가 될 수 있다. 2018년 기준 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가 전년 대비 31.5% 증가한 100억달러인 반면 국내 투자가 24.6% 감소한 것이 단적인 예다.

기업이 해외 생산시설을 짓는 이유는 대개 시장개척 혹은 국내규제 회피다. 기업의 유턴을 촉진하기 위해선 적어도 규제회피로 인해 바다를 건너는 일은 줄여야 한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 팀장은 "정부세종청사 이전과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 결정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한다는 전제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정부·공공기관은 지방으로 보내면서 수도권 규제는 그대로 묶어두니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해외 나갔던 기업 유턴? 수도권 가는 길부터 열어라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을 되돌리기 위한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 상으로도 수도권 지역 유턴 지원은 제한적이다. 유턴기업에 지원하는 보조금은 비수도권 복귀에 한해서만 적용하고, 세제혜택과 입지 지원도 수도권 과밀지역 유턴 때에는 받을 수 없다.

자연보전권역 규제, 공장의 신·증설 제한 규정을 조금만 완화해 주거나 반도체 등 수출주도기업 또는 최근 포스트 코로나 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린뉴딜 관련 기업의 등에 한정해서라도 제한적으로만 풀어만 줘도 효과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 공장입지규제가 강해 일부 공장은 증축을 못 해 생산라인이 뒤틀어지기도 한다"며 "코로나19 이후 기업이 국내로 돌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생산성이나 인력은 효율에 따라 이뤄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각종 수도권 규제를 이참에 대폭 완화해 기업과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경제가 활성화되고 고용이 늘어나면 그만큼 세수도 늘어난다. 이를 지방에 골고루 분배한다면 추가적인 고용창출과 경제 활성화, 지방의 세수 확보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도시 단위 경쟁력을 놓고 글로벌 경쟁을 하는 시대다. 2014년 기준 수도권은 우리나라 인구의 49.5%, ICT(정보통신기술) 사업체의 약 72.8%, ICT 종사자의 약 68.1%가 몰려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 중심지다. 그동안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건 수도권의 풍부한 인프라 덕분이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수도권만 옭아매는 현재 규제 구조로는 그나마 지금껏 쌓아온 글로벌 경쟁력조차도 언제든 모래성처럼 사라질 수 있다. 이창무 교수는 "해외는 국가 간 경쟁이 결국 대도시권 경쟁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대도시 간 경쟁인 시대에서 국가가 전체적으로 먹거리를 확대하지 않는 한 지방에 나눠줄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내에서도 이미 경쟁력 차이는 벌어질 대로 벌어졌다. 당장 행정구역상 서울·인천·경기 권역에 속해 도심과 동일한 수도권 규제를 받는 역차별도 존재한다. 경기 동부와 북부 등 일부 지역은 혁신도시를 포함한 지방 거점보다도 인구나 생산성에서 뒤떨어지지만 규제를 오히려 더 받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에는 경기도가 양평, 가평, 김포, 파주, 연천, 양주, 동두천, 포천 등을 수도권에서 제외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동북부는 다른 지방에 비해 상당히 낙후됐음에도 행정구역상 수도권 규제에 자연보존권역 규제까지 받는다"며 "코로나19 국면에서 기업의 유턴을 바란다면 친환경 혹은 IT 기업에 한해서라도 과감한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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