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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에, 바다거북이 죽어가고 있었다[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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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2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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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항에서 '바다 쓰레기' 줍기…육지에서 오는 게 80% 이상, "바다가 많이 아파합니다"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본 적이 있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보이지 않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울산 앞바다에서 건져올린 '바다 쓰레기'. 오탁방지막이라는, 해양 공사시 쓰레기가 떠내려가는 걸 막기 위한 장비다. 물에 불은 쓰레기 무게가 500kg에 달한다./사진=입이 떡 벌어진 남형도 기자
울산 앞바다에서 건져올린 '바다 쓰레기'. 오탁방지막이라는, 해양 공사시 쓰레기가 떠내려가는 걸 막기 위한 장비다. 물에 불은 쓰레기 무게가 500kg에 달한다./사진=입이 떡 벌어진 남형도 기자
'쓰레기'에, 바다거북이 죽어가고 있었다[남기자의 체헐리즘]
하늘로 솟은 바다 쓰레기는 흡사 '유령' 같았다. 비엔나소시지 같은 주황색 플라스틱 통 8개 밑으로 축 늘어진 거대한 천 덩어리가 천천히 배 쪽으로 다가왔다. 황토색 빛바랜 얼룩은 바닷물을 잔뜩 머금어 진했다. 갑판에 뚝뚝 떨어지는 물기가 어쩐지 음침했다. 이를 보던 최형철 기관사는 "멀리서 봤을 땐 작아 보였죠? 아마 500kg은 족히 될 겁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뱃머리에 붙은 크레인은 두 집게로 쓰레기를 꽉 틀어쥐고 선내로 천천히 옮겨 떨어뜨렸다. 그 정체는 '오탁 방지막'이라 했다. 바다 인근 공사 현장서 오염 물질이 떠내려가는 걸 막기 위해 설치하는 거란다. 바다 쓰레기를 막기 위한 게, 바다 쓰레기가 돼 돌아다녔다니 아이러니했다. 대체 누가, 언제, 어떻게 버렸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니 함부로 막 버리는 거라 했다.

쓰레기가 사라진 울산 앞바다엔 다시 짙푸른 파도 소리만 남았다. 앓던 이를 뿌리째 뽑으니 시원해서였을까. 그대로 뒀다면 질기도록 썩지 않고, 오래도록 떠다녔을 테니까.

한없이 넓고 큰 바다를 그리 누비며,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필리핀 해역에 떠내려 온 새끼고래 사체에서 비닐봉지 40kg가 나왔다./사진=뉴스1
필리핀 해역에 떠내려 온 새끼고래 사체에서 비닐봉지 40kg가 나왔다./사진=뉴스1

계기가 있었다. 지난해 우연히 사진 한 장을 봤다. 필리핀 해안서 죽은 고래였다. 거대한 녀석을 숨지게 한 건 괴물이 아녔다. 그보다 무서운 '쓰레기'였다. 냉기만 남은 배를 가르자, 무려 40kg이나 되는 비닐봉지가 나왔다. 그건 차마 썩지도 않고, 내장 곳곳을 막고 또 파고들었을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배가 아파 울면서 죽어갔을, 아기고래 울음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그 뒤로 바다는 내게 아름답지만 아픈 공간이 됐다.

5월 마지막 날이 바다를 위한 날이라기에 울산에 갔다. 실은 그건 핑계였고, 오랜 숙제처럼 짓누르는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고 싶었다. 배를 타고 다니며, 바다 쓰레기를 치우는 멋진 이들이 취재를 돕겠다고 했다. 해양환경공단 울산지사 직원들이었다.



'냉장고'도 떠내려온다


태풍이 몰아쳐 심할 땐, 바다가 이렇게 쓰레기더미로 변한다. 육지에서 휩쓸려 떠내려 온 것들이다./사진=해양환경공단 울산지사
태풍이 몰아쳐 심할 땐, 바다가 이렇게 쓰레기더미로 변한다. 육지에서 휩쓸려 떠내려 온 것들이다./사진=해양환경공단 울산지사
5월14일 오전 9시17분, KTX를 타고 울산역에 도착했다. 해양환경공단 울산지사로 가서 청항선(바다 쓰레기를 치우는 배)을 탈 참이었다. 바다 날씨는 변덕이 심해서, 오전 11시부터는 파도가 높아진다고 했다. 쓰레기를 줍기엔 위험해진단 뜻이었다. 발걸음이 저절로 바빠졌다.

바다엔 대체 어떤 쓰레기들이 돌아다니는 걸까. 울산지사로 이동하며, 저음 사투리가 멋진 박정웅 과장에게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1년에 건지는 쓰레기는 울산에서만 100톤 정도 된단다. 많을 땐 200톤까지도 건졌다. 건진다는 건, 그나마 바다에 떠 있는 것만 치울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30% 정도만 줍고, 나머진 머나먼 바다로 떠내려간다. 울산 쓰레기는 일본까지도 간다고 했다. 사라지지 않는다. 바다에 잠긴 쓰레기는 크레인으로 퍼서 줍기도 하는데, 예산이 많이 들어 넓은 면적을 하긴 힘들단다.
태풍에 휩쓸려 떠내려온, 바다 쓰레기. 육지가 아니다. 바다다./사진=해양환경공단 울산지사
태풍에 휩쓸려 떠내려온, 바다 쓰레기. 육지가 아니다. 바다다./사진=해양환경공단 울산지사

"난 바다에 쓰레기 안 버렸어"라고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육지서 흘러온 쓰레기가 80% 이상이다. 예컨대, 울산 바다에 흘러오는 쓰레기는 태화강에서 온 게 대부분이란다. 비가 오거나, 태풍이 심하게 오면 엄청나게 떠내려온다. 심할 땐 바닷물이 안 보일 정도로 많다고 했다. 반면 기상이 괜찮은 데도 보이는 쓰레기는 어민들이 버린 거라고 했다.

육상에선 온갖 것들이 떠내려온다. 흔히 상상할 수 있는 플라스틱 용기, 요구르트병, 폐비닐, 낚싯대, 어망 등부터 해서 냉장고 같은 큰 가전까지 있다고 했다. 강이나 해안가에 놀러 왔다가, 귀찮아서 안 치우고 버리고 간 것들도 많다. 그러다 태풍이 오면 주로 갈대나 썩은 나무, 동물 사체 같은 것들까지 섞여 떠내려와 바다를 덮는다. 어민들이 버리는 건 그물 조각, 어망 부위(스티로폼) 등이 대다수란다. 치우려면 비용이 든단 이유로, 밤이나 새벽에 몰래 버리고 간다고 했다.



24시간 언제든, 1시간 안에 줍는 이유


바다 쓰레기를 치우고, 깨끗하게 만드는 청항선. 24시간 출동 대기라 선원들이 많이 힘들다./사진=남형도 기자
바다 쓰레기를 치우고, 깨끗하게 만드는 청항선. 24시간 출동 대기라 선원들이 많이 힘들다./사진=남형도 기자

이야길 듣는 동안 드넓은 울산 앞바다에 도착했다. 다행히 바다 날씨가 좋다고 했다. 서둘러 청항선에 올랐다. 작은 배(환경 11호)를 타고 이동해 탑승하기로 했다.

바다를 가르고 잠시 나아가니, 하얗고 파란 청항선이 위용을 드러냈다. 선박 겉면엔 '청화 2호'라 쓰여 있었다. 박 과장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아, 푸를 청에 그리고 또"하면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냥 모른 척 넘어갔다. 배 위엔 선원 3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탑승할 때 파도에 휘청거리니, 한 분이 조심하라며 손을 내밀어줬다. 그 순간 화려한 햇살이 나를 감싸는 듯했다. 뒤이어 박 과장과 김주현 대리가 탑승했다.

이 배는 24시간 뜬단다. 바다 쓰레기 신고가 들어오면, 1시간 이내에 처리하는 게 원칙이다. "나중에 치워도 되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박 과장이 "쓰레기가 있으면 선박 프로펠러에 걸려 고장도 나고, 큰 쓰레기는 부딪혀 파손될 수도 있어서"라고 했다. 발전소 쪽에 쓰레기가 흘러가면, 빨려 들어가 가동이 멈출 수도 있단다. 단지 지저분한 걸 넘어,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거였다.
청항선 선장실에서 본 울산 앞바다 지도. 항로를 따라 돌며 쓰레기를 수거한다./사진=선장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 남형도 기자
청항선 선장실에서 본 울산 앞바다 지도. 항로를 따라 돌며 쓰레기를 수거한다./사진=선장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 남형도 기자

그래서 하루에 두 번씩(오전과 오후) 항로를 따라 돈다고 했다. 못된 쓰레기 잡는 '순찰'인 셈이다. 한 바퀴 도는데 3~4시간 정도 걸린다. 보통 경유로 운항하니, 또 다른 환경 오염이 우려됐다. 그래서 지난해 LNG(액화천연가스) 선박을 들여왔다고 했다. 울산지사가 처음이었다.



큰 쓰레기는 '크레인'으로, 무게가 어마어마


속이 다 시원하다, 바다서 건져 올린 거대 쓰레기./사진=남형도 기자
속이 다 시원하다, 바다서 건져 올린 거대 쓰레기./사진=남형도 기자

한 30분쯤 운항했을까. 바다 저 멀리서, 정체불명의 쓰레기 하나가 보였다. 바다에 떠다니는 '오탁 방지막(해양공사 현장서 쓰레기가 바깥으로 나가는 걸 막아주는 장비)'이었다.

무게가 1톤 내외인 큰 쓰레기라, 크레인을 조종해서 집은 뒤 올린다고 했다. 주로 200리터짜리 드럼(철이나 플라스틱)처럼 부피도 크고 무게도 많이 나가는 걸 건지는 데 쓴단다.

오탁 방지막 가까이 가서 배를 멈춘 뒤, 최 기관사가 로봇 팔처럼 생긴 크레인을 서서히 작동하기 시작했다. 크레인이 길게 늘어나더니, 바다 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이제 '인형 뽑기'처럼 휙 잡으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그리 단순한 게 아녔다. 물살 때문이었다. 배도 흔들리고 쓰레기도 흔들리니, 잔잔한 파도임에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최 기관사가 집게를 한 번 뻗어봤지만, 빗나가 실패했다. 다시 집중해 위치를 잡고, 쓰레기를 집었다. 이를 위로 천천히 올려낸 뒤, 다시 크레인을 옮겨 배 위로 쓰레기를 놓았다. 이 작업에 선원 3명이 동시에 동원돼야 했다.

겨우 건져낸 얄궂은 쓰레기를 가까이 가서 힘껏 들어봤다. 이두근과 삼두근, 삼각근까지 동원해 힘을 써봤다. 그래 봤자 살짝 움직이는 정도였다. 묵직해서 팔이 아플 지경이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통이 물을 잔뜩 머금고 있어서였다. 바다 쓰레기를 건지려면 중장비를 써야만 하는 이유를 비로소 이해했다.



스티로폼 하나 줍는데, 땀 '뻘뻘'


어딜가냐, 쓰레기 이놈./사진=영상을 잘 찍는 김주현 해양환경공단 울산지사 대리
어딜가냐, 쓰레기 이놈./사진=영상을 잘 찍는 김주현 해양환경공단 울산지사 대리

또 다른 하얀 쓰레기 여러 개가 떠다니는 게 보였다. 청항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얼핏 보니 스티로폼 쓰레기였다. 박 과장은 "그물이 보이게 하려고 띄워놓은 어망 부위가 잘게 찢어진 것 같다"고 했다. 어민들이 버린 것으로 보였다.

부피가 작은 쓰레기라 컨베이어 벨트를 바다에 내려 끌어올린다고 했다. 그래서 보통 선박과 달리, 뱃머리 가운데가 갈라져 있다. 거기에 쓰레기가 오도록 배를 움직이고, 컨베이어 벨트를 돌려, 배 위에 끌어 올리는 방식이다. 최형철 기관사는 "기름 오염 사고가 나면, 기름도 벨트에 붙어 배 위로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스티로폼 쓰레기를 겨우 건져냈다. 그물을 띄우기 위해 사용된 것이란다. 누가 함부로 버렸을지./사진=남형도 기자
스티로폼 쓰레기를 겨우 건져냈다. 그물을 띄우기 위해 사용된 것이란다. 누가 함부로 버렸을지./사진=남형도 기자

스티로폼 쓰레기에 다가가자, 쇠줄에 매달려 있던 컨베이어 벨트도 서서히 내려갔다. 재질은 철로 돼 있고, 쓰레기를 끌어 올릴 수 있게끔 중간에 턱이 여러 개 있었다. "벨트 돌려"란 외침과 함께, 컨베이어 벨트가 돌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난 긴 쇠꼬챙이를 들었다. 쓰레기가 보이면 찍어서 잡을 참이었다. 밑을 내려다보니, 바다 물살이 꽤 빨랐다. 긴장되기 시작했다.

둥둥 뜬 쓰레기는 꽤 빨리 움직였다. 순식간에 컨베이어 벨트 바깥쪽으로 달아나려 했다. 당황해 무작정 스티로폼에 쇠꼬챙이를 찍었다. 힘으로 옮기려는데, 물살 방향이 반대라 쉽지 않았다. 무게도 생각했던 것보단 무거웠다.

다른 선원 도움으로 겨우 컨베이어 벨트 위에 끌어당겼다. 그제야 안도했다. 혹시나 떨어질까 싶어 힘을 잔뜩 주고 스티로폼을 누르고 있었다. 그랬더니 반대편에서 보던 선원이 "지탱해주기만 하면 된다"고 조언해줬다. 배 위로 올라온 뒤 실체를 정확히 봤다. 사람 몸의 절반 정도 되는, 꽤 큰 쓰레기였다.

그렇게 계속해서 쓰레기 몇 개를 배 위로 끌어 올렸다. 반소매 티셔츠를 입었음에도 땀이 뻘뻘 났다. 헉헉거리며 숨이 거칠게 나왔다. 이를 시원스레 식혀주는 건 바닷바람이었다. 어쩐지 고맙단 인사 같기도 했다. 버린 이에게 말하고 싶었다. 하나를 줍는 것조차 이렇게 어려운 거라고.



새벽에도 비상 출동…"바다가 많이 아파합니다"


청항선의 캡틴, 정재욱 선장님./사진=남형도 기자
청항선의 캡틴, 정재욱 선장님./사진=남형도 기자

그러니 드넓은 바다에 풀어진 순간, 그건 이미 단순한 쓰레기가 아녔다. '씨(sea)레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약간 욕처럼 들리는 건 기분 탓이 아니다. 직접 주워보니 욕이 나올 만큼 힘들었기에, 그 마음을 단어에 녹여봤다(이런 씨레기!).

내 맘과 달리, 그걸 줍는 선원들은 누구도 찡그리지 않았다. 청항선이 부두에 닿고, 트럭에 한가득 쓰레기를 다 실을 때까지, 묵묵히 움직였다. 땀방울을 위로하는 건 한 줌의 바닷바람이었다. 그들은 새벽에도 신고가 들어오면, 컴컴한 바다로 또 나온다 했다. 망망대해에 어딘가 떠다니는 쓰레기를 줍기 위해, 언제 끝날지 모를 고귀한 일을 하고 있었다.
가족들이 서울에 있는 기러기 아빠, 박정웅 과장님. 언제 바다 쓰레기 신고가 들어올지 몰라, 멀리 나가기도 불안하다고 했다. 가족들 못 본 지 한 달이 됐다./사진=남형도 기자
가족들이 서울에 있는 기러기 아빠, 박정웅 과장님. 언제 바다 쓰레기 신고가 들어올지 몰라, 멀리 나가기도 불안하다고 했다. 가족들 못 본 지 한 달이 됐다./사진=남형도 기자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고 했다. 정재욱 선장은 "바다가 내 집 같다"고 했다. 집이 더러우면 속상하듯, 바다 쓰레기를 보면 기분이 안 좋다고 했다. 기계로 쉬이 건지는 것 같지만, 사람이 결국 손수 다 작업해야 한다고 했다. 일단 바다에 나오면 줍기 너무 힘들다고, 그렇지만 어렵게 다 치우고 나면 시원하다고 했다. 바다를 깨끗하게 하는 '자부심'이라고 했다. 그래서 자녀들과 어디 놀러 갈 때 쓰레기봉투를 꼭 챙긴단다.

그러면서 아이들 얘길 했다. 자녀와 놀러 가면, 쓰레기를 봉투에 꼭 담아온단다. 교육을 위한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고 했다. "바다가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합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바다잖아요. 조금만 더 신경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 선장의 진심 어린 당부였다.
베테랑 김정민 항해사님과 남형도 기자의 두 콧구멍./사진=남형도 기자
베테랑 김정민 항해사님과 남형도 기자의 두 콧구멍./사진=남형도 기자

배 위에서 내내 분주하던 김정민 항해사는 "육지에서 버리는 쓰레기를 신경 써달라"고 했다. 바다에 직접 버리지 않았다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니라 했다. 깨끗한 바다에 속절없이 떠내려오지 않게 해달라는, 바다에선 어찌할 도리가 없는 그의 간곡한 요청이었다.
미소가 해맑아 멋진, 최형철 기관사님./사진=남형도 기자
미소가 해맑아 멋진, 최형철 기관사님./사진=남형도 기자

울산에 온 지 6년이 넘었다는 최형철 기관사에게, 바다 쓰레기를 줍는 건 밥을 잘 짓는 일과 같단다. 이 넓은 바다에 쓰레기 하나는 좁쌀 같지만, 그걸 주우면 밥을 잘 안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중량이 큰 쓰레기와 싸우고 나면, 힘들 때도 많다. 그럴 때 그런 정의감이 고된 하루를 버티게 했단다.

그러면서 그는 "바다의 주인이 없다"는 말이 싫다고 했다.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걸 주지 않았느냐고, 그러니 부디 흐리지 말아 달라고, 바다의 주인은 다름 아닌 '우리'라고 하면서.



해안가에서 주운 쓰레기, 1시간 만에 '수북'


푸르른 대왕암 공원 밑 해안가엔 쓰레기가 얼마나 있을지./사진=남형도 기자
푸르른 대왕암 공원 밑 해안가엔 쓰레기가 얼마나 있을지./사진=남형도 기자

점심을 먹고, 박 과장에게 꼭 하고픈 게 있다고 했다. 아직 바다에 떠내려가지 않은 쓰레기를 줍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하나라도, 바다로 가기 전에 막고 싶었다. 바다로 흘러가는 순간 치우는 비용이 10배로 늘어나니까, 배를 띄워야 하니까, 선원들이 밤잠 설치며 고생하니까, 그리고 대부분은 막지 못하고 다 떠내려가니까 말이다.

울산 12경이라는 대왕암 공원으로 갔다. 들어가 산책하며 걷다가, 해안가로 내려갔다. 굴곡진 바위섬과 파란 하늘과 더 푸른 바다가 만난 절경이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하나씩 주웠다. 박 과장과 김 대리도 함께 나섰다.
1시간 동안 쓰레기를 주웠는데, 이만큼이나 나왔다. 누군지 참 깡이 좋네. 차에 타봐(비 노래 참고)./사진=화가 난 남형도 기자
1시간 동안 쓰레기를 주웠는데, 이만큼이나 나왔다. 누군지 참 깡이 좋네. 차에 타봐(비 노래 참고)./사진=화가 난 남형도 기자

자갈을 밟고 걷느라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쓰레기는 곳곳에 숨어 있었다. 어떤 이는 컵라면을 다 먹고, 용기 안에 돌을 채워놓고 떠났다. 또 누군가는 커피를 마시다 플라스틱 용기에 남겨놓고, 해안가에 버리고 갔다. 또 몇몇은 쓰레기를 봉지에 잔뜩 모아놓고, 그대로 버리고 갔다. 분홍색 수건을 줍고, 비타민 음료병을 줍고, 콜라 캔을 줍고,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 조각들도 주웠다. 불과 한 시간도 안 돼, 쓰레기 두 봉지가 순식간에 가득 모였다. 부끄러운 민낯이었다.

돌아오는 길엔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무언가 눈으로 들어가 따가웠지만, 쓰레기를 양손에 드느라 닦지도 못했다. 얼굴을 타고 줄줄 흐르는 것들을 느끼며, 문득 바다의 눈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사서 하는 고생이 가뿐해졌다. 적어도 내가 덜어낸 쓰레기만큼은 바다로 안 가겠구나, 깨진 음료수병을 주웠으니 바다 친구들이 혹시나 다치진 않겠구나 하면서.



몰랐던 바다의 상처를 보고 나니


바닷속에 들어가 쓰레기를 줍는 김용규, 문수정씨 부부. 마주했으면 좋겠다, 당신이 몰래 버린 것들을./사진=오션카인드 홈페이지
바닷속에 들어가 쓰레기를 줍는 김용규, 문수정씨 부부. 마주했으면 좋겠다, 당신이 몰래 버린 것들을./사진=오션카인드 홈페이지

한때 정수리에 딱지를 자꾸 뜯어냈었다. 만져질 때마다 영 신경이 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다 하루는 아내가 그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보여줬었다. 얼마나 괴롭혔는지, 상처에 핏기가 설켜 있었다. 그걸 처음 마주한 뒤, 난 더는 뜯지 않게 됐다.

그날의 바다가 내게 그랬다. 떠다니는 쓰레기는 처음 마주한 바다의 상처였다. 바다는 그저 예쁜 줄만 알았다. 해안가에 가면 환호성을 질렀었고, 좋다며 사진을 찍어댔고, 파도 소리에 흥이 났었다. 그게 아녔다. 내가 몰랐고 관심이 없었을 뿐이었다. 안 보인다고 괜찮은 게 아녔다.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파묻혀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바다는 아프다고 소리 지르지 않는다. 묵묵히 참고 또 참으며, 계속해서 곪아갈 뿐이다.
강원도 양양 남애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쓰레기들./사진=오션카인드 홈페이지
강원도 양양 남애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쓰레기들./사진=오션카인드 홈페이지

그게 안쓰러워 바다가 묻은 아픔을 기꺼이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김용규씨, 문수정씨 부부다. 취미로 다이빙을 시작한 이들은, 2017년 가을부터 바닷속에 잠수해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그걸 치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직접 마주하는 것 그 자체였다. 김씨는 "우리가 이런 걸 정말 많이 소비하고 있구나, 이렇게나 바다로 흘러가고 있구나 느꼈다"며 "그러니 일상에서의 소비 습관이나 버릴 때 어떻게 하는지 더 신경 쓰게 됐다"고 했다.

바라는 게 있단다. "바다에 좋은 마음으로 가잖아요. 쓰레기를 보면 '그런가 보다' 합니다. 그게 아니라, 이 좋은 바다에 왜 쓰레기가 있지? 그러면서 그걸 놔두지 않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쓰레기 치우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런 문제를 의식하는 것, 그게 정말 필요한 겁니다."

그런 김씨의 호소는 꽤 성공적이었다. 그걸 직접 들은 한 명을 바꿨으니까, 그리고 그 한 명이 이렇게 꾹꾹 눌러 글을 쓰며 여러분에게 말하고 있다. 실은 잘 알고 있었듯이 바다가 아프다고, 마냥 푸르렀던 게 아니라고, 이젠 그만 똑바로 바라보자고, 그러면 우리가 보호할 수 있다고.
그물 쓰레기에 걸려 옴짝달싹 못한 채 죽어가던 거북이. 울산지사 청항선 선원들이 구해 기적처럼 살아났지만, 안심하기에 바다는 여전히 불안하다./사진=해양환경공단 울산지사
그물 쓰레기에 걸려 옴짝달싹 못한 채 죽어가던 거북이. 울산지사 청항선 선원들이 구해 기적처럼 살아났지만, 안심하기에 바다는 여전히 불안하다./사진=해양환경공단 울산지사

에필로그(epilogue). 바다거북이 한 마리가 그물 조각에 걸렸다. 누군가 버린 쓰레기였다. 자그마한 네 다리를 발버둥 칠수록 더더욱 뒤엉켜버렸다.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깊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녀석은 어쩌지 못하고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끝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배 한 척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물에 엉킨 쓰레기더미를 번쩍 들어 올렸다. 거기에 갇혀있던, 거북이도 하늘로 붕 떴다. 그렇게 배 위에 올라왔다. 쓰레기를 들여다보던 이들 중 누군가가 외쳤다. 거북이가 있다고, 아직 살아 있다고. "잘 가라, 거북아." 그 짧은 인사와 함께, 거북이는 다시 푸른 바다로 돌아갔다.

기적처럼 구해준 그 거북이는, 지금쯤 잘살고 있을까.

거꾸로 되묻고 싶다. 당신은 오늘 어떤 쓰레기를 무심코 버렸는지, 그리고 그건 지금쯤 어느 바다를 무참히 떠돌아다니고 있을지를.
거북이가 바다서 맘껏 뛰놀았으면 좋겠다, 당신의 작은 노력으로 인해./사진=해양환경공단 울산지사
거북이가 바다서 맘껏 뛰놀았으면 좋겠다, 당신의 작은 노력으로 인해./사진=해양환경공단 울산지사



  • 남형도
    남형도 human@mt.co.kr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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