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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르렁' 미중, '홍콩보안법' 놓고 일촉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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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이상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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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2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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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보안법) 제정 방침에 거듭 경고장을 날렸다. 만약 홍콩내 반(反)중국 활동을 강력 처벌하는 법을 중국이 제정한다면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 원칙을 깬 것으로 간주하고 응징하겠다는 내용이다.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발끈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신냉전'에 들어간 미중 사이의 갈등이 홍콩 보안법 문제를 계기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폼페이오 "형편없는 제안 재고하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 제안을 규탄한다"며 "이 형편없는 제안을 재고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그는 "홍콩에 확립된 입법 절차를 우회하고 홍콩 국민의 의지를 무시하는 결정은 유엔에 제출된 협정인 중국·영국 공동성명(1984년 홍콩반환협정)에 따라 중국이 홍콩에 약속한 높은 수준의 자치권에 종말을 고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은 뒤 일국양제 원칙을 천명해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홍콩은 자유의 요새로 번성해 왔다. 미국은 중국이 국제적 의무를 준수해 이 처참한 제안을 재고하고 홍콩의 높은 자치권과 민주적 제도, 시민의 자유를 존중하길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들 요소는 미국법 아래 홍콩의 특수한 지위를 보존하기 위한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홍콩 사람들과 함께한다"면서도 "중·영 공동성명 및 기본법 아래 보장되는 홍콩의 자치권과 자유에 지장을 주는 모든 결정은 필연적으로 일국양제와 그 영토의 지위에 대한 우리의 평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일국양제를 전제로 홍콩에 부여해온 관세·투자·무역 및 비자 발급 등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홍콩은 미국에 수출할 때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최고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 방침에 대해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린 매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중국은 홍콩 보안법에 대한 미국의 반발에 불쾌감을 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의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법을 제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이며 외국은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22일 개막한 중국 전인대에는 홍콩 보안법 도입에 대한 결의안 초안이 제출됐다. 중국 전인대가 홍콩 관련 법안을 직접 만드는 것은 1997년 홍콩 반환 후 처음이다.

홍콩 보안법은 홍콩 내에서 분리·전복을 꾀하는 활동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홍콩 문제에 대한 외부의 간섭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홍콩 자치정부는 보안법 도입을 시도했지만 야권과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가만 안 있겠다"…미중, 정면충돌 위기


홍콩 보안법을 둘러싼 미중간 신경전은 코로나19 사태의 책임 문제를 놓고 양국의 갈등이 격화된 것과 무관치 않다.

전날 장예수이(張業遂) 중국 전인대 대변인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책임을 물어 중국에 제재를 가하려는 미국 의회의 법안에 강하게 반대한다며 "법안이 채택될 경우 그 법안에 대한 검토에 바탕해 분명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앞서 미국에선 집권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이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외국 기업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면 반드시 본국 정부의 우회적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외국 기업이 미국 상장사 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 감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현재 미국 증시에는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의 중국 기업들이 상장돼 있다.

이 법안이 입법화되려면 하원까지 통과해야 하는데, 하원을 지배하고 있는 민주당 역시 이 법안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 의회에선 미국인들이 직접 중국 정부를 상대로 천문학적 규모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중국에 대해 '주권면제'(sovereign immunity)를 배제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론 라이트와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최근 "중국이 (코로나19와 관련) 고의적으로 WHO(세계보건기구)와 다른 나라들을 호도했다"며 중국에 대한 주권면제를 박탈하는 내용의 결의안 6524호를 발의했다.

주권면제란 한 주권국가에 대해 다른 나라가 자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따라서 미국 법정에서 중국 정부를 피고로 세우려면 주권면제를 박탈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주에선 40개국 1만명의 시민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6조달러(약 7300조원) 규모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 대중국 기술·자본 차단…"미중 대결별"


미 행정부 차원에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중국 공세가 한층 격화됐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외국 반도체 공급을 막고 중국 기업 주식에 대한 미국 연기금의 투자를 차단했다.

중국에 코로나19 사태 악화의 책임을 묻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중국으로부터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위협도 가했다. 지난 14일엔 심지어 "중국과의 관계를 전면 중단할 수 있다"며 "지금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뉴욕타임스(NYT)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미국과 중국의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대중국 공세를 11월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인명 피해와 경제적 고통에 대한 분노를 중국으로 돌리는 게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1970년대 '닉슨 독트린'으로 냉전을 청산한 뒤 줄곧 협력을 확대해온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대결별'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추가관세 부과 △환율조작국 지정 △화웨이 거래 제한 등의 공격을 가했다. 이에 중국도 대미 관세 인상으로 맞대응하면서 양측간 갈등이 전방위적 경제전쟁으로 확산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월15일 1단계 무역합의로 추가 관세가 보류되면서 양측의 분쟁은 소강 국면에 들어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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