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대면진찰 없이 전화통화로 약 처방, 의료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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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 News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의사가 이전에 직접 대면해 진찰한 적이 없는 환자와 전화통화만 하고 전문의약품을 처방해 준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45)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의사인 이씨는 2011년 2월8일 A씨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전문의약품을 처방한 처방전을 작성해 A씨의 지인에게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2월 5일 병원에 찾아온 A씨를 대면진료했고 당시 처방을 보류했다가 A씨가 3일 뒤 지인을 통해 약을 처방해줄 것을 요청해 처방전을 발급해 준 것"이라며 대면진료를 통해 처방전을 발급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진료비 결제내역이 없는 등 A씨를 직접 대면해 진료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이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는 항소심에서 "A씨와 통화해 처방전 발급에 필요한 여러 사항을 확인하는 등 전화 진찰을 한 뒤 처방전을 발급했다"고 주장했다.

2심은 A씨 지인이 이씨가 A씨에게 전화로 이름과 기존 질환, 증상 등을 상세히 전해듣고 처방전을 작성했다고 진술한 점과 A씨와 이씨가 2번 이상 통화했고 약 배송 전에도 통화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전화진찰 방법으로 A씨를 진찰한 것으로 보인다"며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화통화만으로 이뤄지는 진찰은 최소한 그 이전에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해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 등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는 A씨를 대면해 진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전화통화 당시 A씨 특성 등을 알고 있지도 않았다"면서 이씨가 A씨를 진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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