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일어', 일본선 '국어'…'구두'야 넌 어디에서 왔니

/사진 = 게티이미지

다음 중 순우리말인 것은?
①구두 ②조끼 ③바지

지난 2011년 KBS2TV 설특집 퀴즈 프로그램 '아이돌 브레인 대격돌'에는 순우리말을 찾는 문제가 출제됐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미료는 '조끼'를, 레인보우의 재경은 '바지'를 택했다. '구두'는 아무도 순우리말이라고 생각하고 선택하지 않았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구두의 어원이 '쿠츠(靴)'라는 일본어라고 명시돼 있다. '주로 가죽을 재료로 하여 만든 서양식 신'을 의미하는 '구두'의 발음이 일본어로 구두를 의미하는 '쿠츠'에서 왔다는 설명이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도 일본어 '쿠츠'가 우리말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설명이 있다. 이 사전에는 "어원을 막연히 '쿠츠'로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어원적으로 관련된 것임은 인정했다"는 구절이 있다.

한국에서 구두가 포함된 서양식 정장(양복)의 도입이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늦었음을 고려하면 타당한 설명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양복을 공식 도입한 시기는 1895년 을미 의제개혁이다. 일본은 20여 년 앞서 양복을 공식 의복으로 지정했다.

/사진 = 일본어 어원사전(//gogen-allguide.com)

그런데 일본의 어원사전(gogen-allguide)에는 되레 "'쿠츠'가 조선어(한국어)의 '구두'라는 표현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는 대목이 있다.

이 사전은 "구두의 어원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조선에서 많은 문물이 전래됐다는 것을 볼 때 구두가 조선어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유력하다"고 설명한다. 한국과 일본 양국이 서로 '구두'의 어원이 상대국의 단어에서 왔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구두라는 표현이 등장한 시기가 모호해 어느 한 국가의 단어라고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한다. 김덕호 경북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에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근대 이전에는 구두와 유사한 표현이 없다"며 "'구두'가 등장한 근대에 일본과의 교역이 활발했기 때문에 어느 나라 말에서 먼저 유래했지는는 파악이 어렵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고대 일본어에는 '쿠츠'라는 발음 중 '츠'라는 표현이 'ㄷ' 발음을 했던 시기가 있다"며 "그래서 일본도 한반도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 다만 문화적으로 당시 일본에 구두가 있었느냐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구두의 기원이 유럽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가죽 사용이 잦고 신발을 만들어 신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가는 몽골"이라며 "우리나라가 몽골에 침략을 받았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오히려 몽골어에서 유래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