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가치 이틀 연속 낮춰…'환율전쟁' 불씨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놓인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 지폐 2019.8.26/뉴스1

중국 당국이 위안화에 대한 평가절하를 용인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위안화 환율이 미국과의 협상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부채질할 수 있는 환율 전쟁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거래일 대비 0.0084위안 오른 7.1293위안에 고시했다. 이는 전날보다 0.12% 상승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2월 이후 최고치다.


위안화 기준환율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위안화 기준환율은 7.1209위안으로 0.027 위안 상승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2월27일 이후 약 12년3개월 만에 통화 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인민은행이 22일 홍콩 보안법 초안 제출 이후 위안화가치 손실을 반영해 이날 위안화 고시환율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의 대미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방향으로 양국 무역구조를 이끌어 대중국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미국의 의지를 완전히 거스르게 된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협상을 벌이던 지난해에도 환율 절하(위안화 가치 하락)를 용인,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대로 떨어지는 '포치(破七)'가 이뤄진 바 있다. 7위안 아래서 형성됐던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7.18위안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중국 입장에선 위안화 약세가 미국과의 협상에 활용할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이 추가로 압박을 해 올 경우 환율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미중 무역전쟁이 최고조에 달할 때 중국은 '포치'를 용인했고, 미국은 곧바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위안화 환율은 고시환율 기준 상하 2% 범위 안에서 움직일 수 있다. 일부에선 위안화 환율이 7.2~7.3위안까지 절하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이 추가 압박을 가해 위안화 환율이 다시 7위안 아래로 내려갈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중국을 압박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냈다는 것을 과시할 수도 있다.

다만 일부에선 위안화 약세가 중국 정부의 의도라기보다는 대내외 정세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홍콩 국가보안법,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으로 위안화의 메리트가 떨어지고 있다"며 "이런 갈등은 다음 달 초 홍콩 시위 1주기에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전제적으로 위안화 환율이 약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약세 흐름을 반영해 고시환율을 조절한 것"이라며 "지난 12일 이후 기준환율이 계속 포치 상태를 유지해 오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엿다.

여기에 중국이 재정적자 비율을 높이겠다고 밝힌 것도 위안화 약세에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