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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파생상품 규제 껍데기 아닌 핵심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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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익태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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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27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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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일 대로 꼬였다. 자본시장 얘기다.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됐고, 2011년 유럽 재정 위기를 겪고 난 후부터 증권사 수익 구조는 자통법 시행 전과 확연하게 달라졌다. 고질적 문제였던 브로커리지 수익은 줄고, 투자은행(IB) 부문, 해외 투자 수익 등이 크게 늘었다. 법 개정 후 규제 완화 흐름이 일관되게 이어지며 증권사의 모습은 어느 정도 금융당국이 원했던 그림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 ‘라임 사태’를 시작으로 모든 게 틀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사모펀드에서도 잇따라 잡음이 들려왔고, 아직도 각종 해외 사모펀드에서 문제가 돌출되고 있다. 원인을 제공했지만, 그렇다고 그 책임을 오롯이 사모펀드에 지울 순 없다. 당국의 사모펀드 활성화를 통한 모험자본 육성은 미룰 수 없는 과제였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사모펀드가 없었다면 최근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K-바이오로 돈이 흘러갈 수 없었을 테니까. 문제는 제어되지 않은 탐욕이었다.

증권사들은 요즘 아주 죽을 맛이다. 금융당국의 가시 돋은 눈총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3월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었다. 뛰기 시작한 환율에 기름을 부은 건 증권사였다. 해외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대규모 마진콜이 발생했다. 특히 외국 IB들이 달러 증거금을 요구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달러를 구하지 못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ELS가 외환시장을 흔들자 금융당국 입에서 말 그대로 욕이 튀어나왔다.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상품이다. 파생상품 운용 능력도 없으면서 ELS를 이렇게 많이 발행했다니…”

사실 ELS는 10년 넘게 박스권에 갇혀 있는 국내 증시나 일본 정도에서나 볼 수 있다.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 증진과 함께 우상향을 계속하고 있는 미국 증시에선 종목이나 펀드 투자로 만족할만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국내 증시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전자, 현대차를 제외하고 해외에서 경쟁이 되는 기업들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고 내수 규모 등 국내에서 장사를 하고 재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도 녹록하지 않다. ‘가치 투자가 통 하기는 하냐’ 주식의 근간인 기업 가치가 향상되는 환경이 조성된 시장이 아니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온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ELS는 이런 박스권 증시에서, 쉽게 말해 수익은 덜 나도 손실은 막아주는 상품 특성상 투자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상품이다.

자라 보고 놀란 금융당국은 요즘 손금 들여다보듯 증권사들의 파생상품 판매 현황, 해외 부동산 투자 등 리스크 요인들을 점검하고 있다. ELS 등 파생상품 전반에 고강도 규제 움직임이 어른거린다. 이해는 된다. 금융혁신도 좋지만 드러난 문제를 못 본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코로나19로 언텍트(비대면)가 대세가 됐다. 이를 통한 금융상품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면 자본시장으로 돈이 흘러들지 않는다.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하지만 ELS만 해도 국내 증시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나아가 파생 상품은 위험도가 다 다르다. 단순히 자본시장법상 ‘적정성’ 등의 형식 논리로만 볼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형식적으로 파생상품, 파생결합증권으로 분류됐다고 무조건 다 위험하고, 어떤 거는 괜찮은 게 아니다. 핵심은 결국 하방의 손실이 무한대, 즉 옵션 매도 구조 여부와 레버리지다.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존재하는 만큼 규제를 해도 껍데기가 아닌 핵심을 볼 필요가 있다.

블랙스완이 나타나 벌어진 문제를 일반화하는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시장 물을 흐리는 판매사와 운용사가 있다면 딱 집어 제재해야 한다. 상품 판매나 내부 통제를 제대로 한 곳까지 같은 규제 틀 안에 가둘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돈 들여가며 내부통제를 열심히 한 곳들은 뭐가 되나. 개선 방안은 파생상품의 운용 능력과 자체 헤지, 내부 통제, 상품 발굴 능력을 점검·지도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광화문]파생상품 규제 껍데기 아닌 핵심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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