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분뇨 150톤, 40년 악취 전쟁터…'사람냄새'나는 농원으로

세종시로 '골치덩어리' 넘어가자 인근 주민 "만세"2012년 7월1일 세종특별자치시가 공식 출범하던 날, 충북 청원군 주민들은 "만세"를 외쳤다. 당시 청원군 부강면 지역이 세종시에 포함되면서 골치덩어리였던 '충광농원'이 세종시로 완전 이관됐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땅' 일부를 내준 셈이지만 주민들은 "앓던 이가 빠졌다"며 더 좋아했다.


그 무렵 충광농원에는 56세대 주민 129명이 머물며 축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한센인들이 중심인 주민들은 1970년대부터 이 곳에서 닭, 돼지, 소 등 약 40만 마리를 집단 사육해 왔다. 하루에 152톤에 달하는 가축분뇨를 쏟아내다 보니 축산악취 민원이 그치질 않았다.

"그 때는 정말 끔직했어요.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분뇨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돈사 등 축사주변에는 파리떼가 들끓어 살 수가 없었어요. 그게 불과 몇 년 전 일이라 생각하니 진짜 믿기질 않네요. "(이규인·53·세종시 농업축산과 축산담당)

악취민원 한 달 평균 135건, 댓글만 1만여개지난 26일 오전 충광농원의 모습은 여느 시골마을과 진배없었다. 길가에는 장미꽃, 패랭이꽃 등이 낯선 이들을 반겼다. 정돈된 소나무들은 주민의 삶터와 어우러졌다. 과거 악명의 흔적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세종시 출범 이후 악취민원이 한 달 평균 135건. 시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댓글만 1만여개가 넘었다던 충광농원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을까. 그들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간 비결이 궁금했다.

축산분야에 대한 전문적 노하우가 부족했던 지자체에 손을 내민건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환경관리원 이었다. 민원에 내몰린 지자체와 축산환경 개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모색하던 양측이 힘을 합했다.


축산환경관리원 한갑원 경영전략실장은 "축산 악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퇴비장 등 주변시설은 물론 하천오염 방지, 경관 개선 등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돈사의 악취를 줄이기 위해 액비순환시스템 도입,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등을 도입하고 축산농가 교육에 주력했다"고 했다.

이를 위해 닭, 돼지 사육과정에서 나오는 분뇨반출 시간도 구분했다. 계분의 경우, 기존 오전 6~9시대 반출하던 것을 오전 10시~오후 3시로 변경했다. 돈사에서 나오는 분뇨 외부로 빼내는 비율도 30%에서 70%까지 끌어올렸다.

악취개선을 위해 돈사 액비순환시스템을, 계분 퇴비공장에는 탈취·차폐시설을 설치하는 한편 빗물 배수구와 분뇨저장조 등을 점검해 수질개선과 인근 하천을 정비했다.

축산환경 관리 예산·전문인력 확대 서둘러야같은 기간 주변 경관을 해치던 노후 축사 및 퇴비공장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개선작업을 벌였다. 농식품부 축사시설현대화사업 및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시설사업은 큰 도움이 됐다. 새로 지어진 축사와 퇴비공장 덕에 축산환경은 주민친화적으로 바뀌었다.

축산환경 개선은 어느 특정지역의 문제로 그치질 않는다. 축산분야가 국민생활 영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영역으로 남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축산환경관리원의 경우, 한 해 예산이 전체 40억, 인원이 40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영희 축산환경관리원 원장은 "2017년 살충제 계란파동 이후 축산업 전반에 걸쳐 축산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안전한 축산물 공급을 위해 국민이 공감하는 친환경 축산환경을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