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데 AI' 개발자 "어머니는 대체 왜 세탁기를 붙들고 있었을까요?"

'삼성 그랑데AI'를 개발한 조원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품전략팀 프로(왼)와 전명원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연구원. /사진=김휘선 기자

"사람이 제품에 맞추는 게 아니라, 제품이 사람한테 맞춰야죠."

지난 26일 서울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만난 조원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품전략팀 프로는 요즘 가장 핫한 건조기 '삼성 그랑데 AI'를 기획한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조 프로는 특히 어렸을 적 어머니가 세탁기를 사용하며 겪었던 불편이 눈에 선하다. 당시 탈수할 때 세탁기가 너무 흔들려 어머니가 세탁기를 꽉 붙잡는 걸 보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편하려고 쓰는 세탁기가 왜 사람을 저렇게 힘들게 할까' 속으로 고민했다. 그리고 이 고민은 훗날 '시작' 버튼만 누르면 세탁부터 건조까지 편리하게 진행되는 삼성 그랑데 AI 건조기의 개발로 이어졌다.

조 프로는 "소비자 조사를 해보면 대부분 세탁기는 많이 써봐서 아는데 건조기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저런 옷을 빨았을 때 어떻게 건조해야 하나, 옷감이 망가지진 않을까 걱정이 많은데 'AI(인공지능) 코스 연동' 기능을 통해 이 고민을 풀어주려 했다"고 밝혔다.

'삼성 그랑데AI'를 개발한 조원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품전략팀 프로. /사진=김휘선 기자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수집한 1200만건의 소비자 사용패턴을 토대로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추천 코스를 제공한다. 또 소비자의 사용패턴을 학습해 가장 '나에게 맞는 가전'을 만들려 했다. 편리함을 프리미엄으로 받아들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다.


조 프로는 "소비자들은 3~4 코스를 연거푸 돌려가며 사용하는데 기존 건조기는 섬세코스나 헹굼 추가만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는 매번 다이얼을 돌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그랑데 AI는 자주 사용하는 코스대로 정렬해 쓰도록 사용자에게 맞춰진다"고 밝혔다. 다이얼 조작은 최대한 줄이며, 원하는 코스만 곧바로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건조기팀과 세탁기팀이 초기 개발부터 소프트웨어, 제품디자인까지 긴 시간 계속 협의해야 했다. 그랑데 AI 개발 시 AI 기능 외에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에너지효율이다. 북미와 달리 전기료가 높은 한국의 사용 환경을 배려한 결정이다.

'삼성 그랑데AI'를 개발한 전명원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연구원. /사진=김휘선 기자

전명원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연구원은 "수 년 전부터 에너지효율 1등급 건조기를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부품 개발을 따로 진행했다"며 "건조기 사이즈가 제한돼 강력한 건조력을 유지하면서 열교환기 같은 핵심 장치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만들려고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디자인에도 남다른 힘을 쏟았다. 플랫하고 간결한 외관으로 공간을 덜 차지하면서 주변 가전과 잘 어울리게 했다. 수많은 품평회를 통해 개발한 '그레이지' 컬러는 이 건조기 인기의 또 다른 축이다.

그랑데 AI는 출시 4개월 만에 15만대(건조기 8만5000대, 세탁기 6만5000대) 판매를 돌파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세트로 판매되는 비율도 무려 60%에 달한다. 그랑데 AI 인기에 힘입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건조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증가했다.

조 프로는 "건조기의 신세계라는 반응이 듣기 좋다"며 "햇빛에 말린 냄새가 난다는 소비자 평가도 좋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100년 역사를 갖는 세탁기도 계속 신제품이 나오는 걸 보면 이제 20~30년 된 건조기는 앞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실현해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알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