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장군 찾은 보훈처 "현충원 '친일 파묘' 상황 공유"

머니투데이

정회인 기자

(칠곡=뉴스1) 정우용 기자 = 11일 경북 칠곡군 한미우정의 공원에서 열린 303고지 추모비 참배식에서 전쟁영웅 백선엽 장군(가운데 휠체어)이 가족들과 함께 헌화하고 있다.2019.10.11/뉴스1

여권과 광복회가 친일 인사를 현충원에서 '파묘'(破墓·무덤을 파냄)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국가보훈처에서 백선엽 육군 예비역 대장을 찾아 장지(葬地)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7일 조선일보는 보훈처 직원들이 지난 13일 백 장군 사무실로 찾아가 최근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여권 인사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설명하면서 백 장군의 과거 친일 행적을 에둘러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00세인 백 장군은 광복 직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에 참여했으며 6·25 전쟁 당시 1사단장, 1군단장, 휴전회담 한국 대표 등을 역임해 한국전쟁 영웅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광복 전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간도특설대’ 활동 이력 때문에 지난 2009년 정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목됐다.

백 장군 측은 보훈처 직원들이 국립묘지법 개정 문제를 언급하며 ‘이 법이 통과되면 백 장군이 현충원에 안장됐다가 뽑혀 나가는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게 보도 내용이다. 압박을 느낀 백 장군 측은 "가족들 모두 최악의 사태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국립묘지법은 현충원 등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는 자격을 정한 법이다. 지금은 친일 행적이 있는 사람도 현충원에 안장된 사례가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여권 일각에선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파 묘역을 이장하도록 현행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훈처는 논란이 되자 입장문을 내고 "백 장군은 현행법상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라며 "담당 직원이 백 장군 측에 '뽑혀나갈 수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백 장군 사무실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선 "최근 건강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듣고 국립묘지 담당 부서에서 정확한 건강 상태와 가족 상황을 묻고자 방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광복회가 국립묘지에서 친일 인사를 이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상황을 공유한 것에 불과하다"며 "백 장군 측도 이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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