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눈치 안볼래'…WHO, 자금조달 위한 독립 재단 출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왼쪽)과 토마스 첼트너 WHO재단 초대이사장. /사진=AFP

세계보건기구(WH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지원 중단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자금원 확보를 위한 재단을 설립했다.


WHO는 2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가장 시급한 세계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WHO의 노력을 지원할 독립된 보조금 조성단체인 'WHO재단' 설립을 환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재단은 일반 대중과 개별 기부자, 기업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WHO는 "재단의 목표는 WHO의 기부자 기반을 넓혀 보다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한 자금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WHO재단의 초대 이사장은 토마스 첼트너 전 스위스 연방 공중보건청장이 맡는다. 재단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인 만큼, 처음에는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지만, 추후 자금 조성과 지원 영역을 WHO의 모든 공중 보건 분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기부금 사용처 배정 없는 유연한 자금 필요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AFP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WHO는 일반 대중으로부터 기부를 받지 못하는 몇 안되는 국제기구 중 하나였다"며 "2018년 2월부터 우리는 WHO 재단 설립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WHO 성공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는 예산의 20% 미만이 회원국의 평가 기여금인 반면, 80% 이상은 특정 프로그램에 사용하도록 엄격하게 구분된 회원국과 다른 다른 기부자의 자발적 기여금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WHO가 자금의 80%에 대해 재량권이 거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WHO가 임무와 의무를 이행하려면 기부자의 기반을 넓히고 자금의 양과 질을 개선하는 것, 즉 보다 유연한 자금의 조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3월에도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전세계 각국이 WHO로 보내는 기부금의 사용처를 따로 배정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특히나 완전히 유연한 자금(fully flexible funds)을 기부한 국가들에게 감사한다"면서 "지금은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는 역동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는 가능한 최대의 융통성이 필요하다. 연대의 정신에서 우리는 각국이 이 같은 상황을 받아들여 (자금의 사용처를) 배정하지 않기를 요청한다"고 전했다.

"미국 이슈와는 무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 같은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WHO가 중국 편을 든다며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 나왔다. 미국은 WHO가 중국 눈치를 보느라 제때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4월 자금 지원을 일시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8일 WHO에 공개 서한을 보내 앞으로 30일 안에 운영 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미국이 영구적으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회원 탈퇴까지 고려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WHO 재단 설립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최근의 자금 이슈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WHO는 코로나19 사태 발병 초기부터 팬데믹 선언까지 일련의 대응들이 지나치게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의 선거와 WHO 예산 등이 대부분 중국 지원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키웠다. 실제로 중국은 2017년 600억위안(약 10조7000억원)을 WHO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