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불어 능통"…석사 출신 30대 여성, 가정부 지원한 사연은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가정부 프로필을 둘러보고 전 아침 먹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석사학력, 영어와 프랑스어, 해외 근무 경력까지…. 이 가정부는 월급이 얼마일까요?"

중국에서 외국어에 능통한 석사 출신 가정부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28일 중국경제망에 따르면 최근 한 하우스키핑 서비스 업체에 가정부 리우솽씨의 프로필이 등록됐다.

32세 여성인 리우솽의 프로필은 남다른 '스펙'으로 눈길을 모았다. 리우솽은 시안외국어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으며, 학사와 석사 과정 7년을 마쳤다. 졸업 후엔 중국 유명 통신사에 입사해 아프리카 기니에서 근무했다.

리우솽은 당시 30만위안(약 5173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2016년 이 직장을 그만두고 아프리카에서 중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유는 '결혼'이었다. 그는 "내겐 직장보다 결혼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리우솽은 중국으로 돌아와 결혼을 했고, 2017년엔 아이를 출산했다.

이후 리우솽과 그의 남편은 항저우에 터를 잡았다. 리우솽은 항저우의 한 회사에 입사했지만, 1년 만에 퇴사했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귀가 잘 안 들리기 시작해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가 피로누적으로 인한 증상이라고 했다. 휴가를 내고 싶었는데 회사가 승인하지 않아 퇴사했다"고 설명했다.

리우솽은 2018년엔 항저우 조기교육센터에서 어린이 영어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월급은 5000위안(약 86만원). 대졸 평균 초봉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었지만 일주일에 이틀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만족했다. 리우솽은 이곳에서 1년여 동안 근무한 뒤 또다시 퇴사를 결정했다. 미래를 위해서였다.

퇴사 후 리우솽은 한 가정부를 만나면서 관련 일을 시작하기로 결심하게 됐다. 리우솽은 "일주일 전 집으로 가정부를 불렀는데 중졸 학력의 20대 여성분이 왔다. 가정부로 일하면서 한 달에 7000위안(약 120만원)을 번다고 했다. 나도 정리정돈을 좋아해서 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리우솽은 현재 하우스키핑 서비스 업체에 입사해 정리·수납 교육을 받고 있다. 아직 건강검진 등 절차가 남아있는 상황이라 업무를 수행할 수 없지만, 리우솽을 만나고 싶어하는 고객이 몰리는 상황이다. 리우솽이 가정부 업무에 외국어 특기, 학력 등의 장점을 활용하면 30만위안의 연봉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누리꾼들은 리우솽과 관련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좋아 보인다" "사립학교 가서 선생님을 하면 될 텐데" "수준 높은 부모라서 부유한 가정에서 인기가 높을 것 같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