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확진자 접촉…앱이 먼저 '감염 위험경고' 보냈다

요수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화면)가 28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종합 미래전망 대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제·인문사회연구원

#. 짐(Jim)은 지난주 수요일 코로나19(COVID-19) 감염자와 우연히 접촉했다. 낯선 인물인데다 증상이 아직 나타나진 않은 탓에 감염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 그 주 금요일 짐과 접촉했던 감염자에게 증상이 나타났다. 감염자가 애플리케이션 '코비'(COVI)에 몸의 이상을 입력하자 멀리 떨어져있는 짐의 '코비'도 위험성을 안내한다. 감염자는 고열과 인후통이 심해지자 다시 앱을 켰고, 짐의 휴대전화도 보다 강화한 감염 위험성 경고를 한다. 짐은 월요일 출근을 포기하고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이번주 수요일 짐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는다.

세계적인 AI(인공지능) 딥러닝 분야 석학인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 교수가 제시한 코로나19 확산방지 시나리오다. 사람이 직접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접촉자를 찾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머신러닝을 활용하면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제안이다.


벤지오 교수는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최로 열린 '2020 대한민국 종합 미래전망대회'에 첫 기조강연자로 참석, 연구팀이 개발한 머신러닝 앱 '코비'를 통한 코로나19 확산 방지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연은 화상으로 진행됐다.

벤지오 교수는 AI 딥러닝 분야의 세계 4대 석학에 꼽힌다. 지난해 컴퓨터 과학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수상했으며,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협업한 것으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탈분산화 위험 인지 앱을 이용한 코로나19 대응능력 강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맡았다. 벤지오 교슈는 "환자 1인당 추가확진자를 나타내는 감염재생산 지수는 코로나19의 경우 최대 2.5에 달한다"며 "감염자 지수를 1 미만으로 낮춰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사람들이 증상발현 이후 감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과 달리 코로나19는 증상 발현일 하루이틀 전 전파력이 최대에 이를러 전반적인 질병 진행과정에서 극단적 혹은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해 접촉자를 찾는 기존의 '수기방식'은 검사대상을 찾아 정보공유까지 하루이틀이 걸려 대응이 늦다. 모든 사람이 접촉자를 기억할 수 없어 구멍이 생기는 것도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벤지오 교수는 머신러닝과 AI를 통한 조기경보를 제시했다. 다수가 입력한 연령과 성별, 기저질환, 방문지, 대중교통 및 마스크 이용여부 등 정보를 조합해 감염위험을 경고하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개인정보 '코비' 앱이 요구하는 정보를 입력하고 앱은 수집한 정보를 분석해 사용자의 감염위험정도를 계산하고 알려준다. 권고에 따라 코로나19 검사를 받거나 자가격리하는 등 행동방식을 바꿀 수 있고, 증상 등 추가 정보 입력으로 감염위험성 분석을 도울 수도 있다.

짐의 사례를 기준으로 보면 수기방식을 통한 접촉 관리 시 최초접촉이 있었던 날로부터 10일이 지나야 짐이 확진판정을 받는 것과 달리 1주일만에 확진판정을 받고 확진 판정 이틀 전 자체 격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앱 활용에 따른 개인정보 및 인권 침해 우려도 짚었다. 감염 의심자의 동선이나 특정 지역, 특정 장소 방문을 알리는 방식을 바람직 하지 않다는 것. 구체적인 동선공개나 장소 특정없이도 미미한 단서를 모아 감염위험성을 알릴 수 있다고 벤지오 교수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