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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합병, 지금보면 이재용에 불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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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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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0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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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검찰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난 26일에 이어 29일 소환해 17시간 40분 가량 조사한 후 돌려보냈다.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이 부회장의 신병처리 여부가 곧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의 신병처리에 검찰도 그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본다.

이번 쟁점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 수뇌부가 2015년 당시 합병비율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만들었느냐는 것이다. 또 삼성이 조직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했느냐는 것이다.

현 상황은 검찰이 1년 6개월여간 분식회계 관련 조사를 하고도 아직 기소도 하지 않았는데, 증거인멸 사건은 이미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고, 2심이 진행 중이다. 증거인멸사건 변호인 측은 “본소송은 아직 시작도 안돼 본말이 전도됐다”고 주장하고, 검찰은 증거인멸은 별도의 사건이라고 맞서고 있다.

우선 로직스의 가치가 부풀려졌는지부터 따져보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5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안진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의 2015년 당시 바이오사업부(바이오 지분 포함)의 가치평가자료에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로직스 지분의 가치를 ‘최저 4.2조~최대 7.2조원’과 ‘최저 3.9조~ 최대 7.2조’로 시장에서 본다고 각각 적혀 있다.

이 평가서에서 제일모직 자회사인 로직스가 손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옵션 부채를 감춰 가치를 부풀렸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토록 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윗쪽이 안진회계법인, 아래 쪽이 삼정회계법인의 제일모직 바이오부문 영업가치평가서/자료: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
윗쪽이 안진회계법인, 아래 쪽이 삼정회계법인의 제일모직 바이오부문 영업가치평가서/자료: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


두 회계법인의 평가서에서는 제일모직의 바이오사업부를 포함한 각 사업부별 5~10년의 미래 영업상황을 감안한 기업가치를 평가했다. 그 5년이 되는 해가 올해이니 당시 미래전망이 실현됐는지를 따져볼 때가 됐다.

지난 30일 종가기준 삼성물산이 보유한 로직스(시가총액 41조 1546억원)의 지분가치는 18조 2479억원(44.34%)이 됐다.

5년 전 두 회계법인에서 고평가됐다고 한 로직스의 지분가치(최대 7.2조원)보다 2.5배가 된 것이다. 결과론적으로는 당시 로직스의 미래가치가 저평가돼, 제일모직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고 주장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5년 후 로직스의 가치는 높아졌다.

지금 이의를 제기한다면, 그 당시 바이오 부문을 저평가한 사람들에 대해 처벌해달라고 구 제일모직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게 옳지 않을까 할 정도다. 상대적으로 당시 삼성물산이 보유했던 삼성전자의 주가도 많이 올랐으니 같은 논리가 성립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그 만큼 기업의 미래가치는 예단할 수 없고, 고평가냐 저평가냐를 따지기 힘들다. 그래서 모든 경우의 수를 반영하는 시장가격의 평균치를 기준으로 합병하도록 법을 만든 것이다.

‘과거의 결과’나 ‘미래의 가능성’이 아닌 현재 시장이 지닌 힘의 결과를 법에 반영한 것이다. 당시 합병을 반대한 헤지펀드 엘리엇은 부인했지만, 상장기업의 합병시 기준은 법에 정해져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76조의5(합병의 요건ㆍ방법 등)에는 주권 상장법인간 합병시에는 기준주가법(1개월 평균, 1주일 평균, 최근일 종가의 평균)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하도록 돼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법에 따라 이렇게 이뤄졌다.

주가는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고 실적에 수렴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합리적이지 않을 때도 많다. 그래도 법에 따라야 한다. 삼성물산의 주가도 마찬가지다.

현재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18조 5205억원인데, 이 회사가 보유한 로직스(18조 2479억원)와 삼성전자의 가치(15조 1636억원)만 따져도 시총의 두배 가량인 33조 4115억원이다.

삼성물산은 보유주식만 다 팔아도 현 시가총액보다 많은 돈을 가질 수 있는 기업이다. 직접 갖고 있는 것보다 몸값이 낮다는 게 검찰의 논리로는 이해가 안되지만 이런 게 시장이다.

만년 적자인 테슬라가 시가총액이 1500억달러(약 160조원)를 넘어서고, 그 자회사인 스페이스X가 우주로 사람을 실어나를 수 있도록 자금을 조달해주는 게 자본시장이다. 현재만 사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가치를 현재에서 사는 게 시장이다.

시장에 법의 잣대를 댈 때는 정치논리가 아니라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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